워크숍이라 쓰고 뒷풀이라 읽습니다.

워크숍으로 친해지기는 힘들어요.. 적어도 저는



확진자는 여전히 무서운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코로나를 조심하는 시기는 끝난 것 같다(여기에 내가 동의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대학교에서는 이제 대규모 MT를 추진하는 것 같고, 회사에서는.. 그렇다.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같은 것들을 다시 개최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사라진 줄 알았던 전통들이 죽지도 않고 다시 돌아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시대를 앞서나가는 CJ의 나영석 PD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면서(유튜브 채널십오야 참조)ㅎㅎ,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 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소수가 모여서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여럿이 모여 게임하고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은 정말 싫어했다. 그나마 대학 때까지는 MT가 열려도 정말 싫으면 내가 안 가면 그만이었고, 가더라도 친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MT가 '워크숍'이라는 이름을 달고 회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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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Ryoji Iwata



우리 회사는 그나마 전직원 체육대회 같은 끔찍한 행사는 없지만, 대신 가~끔 윗분들의 지시에 의해 본부별 워크숍 같은 것이 열린다. 본부별 워크숍은 어쨌든 '워크숍'이므로 일단 모여서 팀별로 업무 현황을 발표하고 회의를 하는 척 한다. 형식상 회의를 한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난 뒤에는 직원 친목 도모를 위한 '진짜 워크숍'이 시작된다. 이 '워크숍'은 실국에서 제일 높은 분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계신지에 따라 그 성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때에 따라 서울 근교에 등산을 간 적도 있었고, 바로 호프집으로 가서 술자리를 시작한 적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앞의 워크숍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진행되든, 그 끝은 '뒷풀이'라 칭해지는 술자리라는 것이다. 큰 호프집을 빌려서 거기에 수십 명의 실국 인원이 전부 들어가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맥주잔을 들며 건배사를 외친다. 평소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는 다른 부서 분들과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고, 취한 분들은 신이 나서 테이블을 돌며 장난도 걸고 노래도 부른다. 윗분들은 한껏 신나신 가운데, 나 같은 아래 직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며 어색어색한 시간을 견뎌내는 수밖에.


워크숍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여러 가지 행사들은 직원들끼리 친해지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행해진다. 다들 싫어하다가도 막상 하면 즐거워하더라는 후기가 종종 들려오곤 한다. 하지만 나같이 많은 사람 사이에서는 평소보다 더 말을 못 하고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발표(?)해야 하는 것은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워크숍은 그 자체로 거대한 스트레스 덩어리가 될 뿐이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억지로 견디고 버틴다고 해서 다른 팀 사람들과 더 친해질 리 만무하다. 2차로 노래방에 끌려가 노래라도 (반강제로) 했다가는 두고두고 슬퍼할 추억이나 하나 더 생성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실화 바탕).




요즘에는 '문화 회식' 등등의 이름을 걸고 회식이나 워크숍 때 술자리 말고 전시회에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평소 못 했던 문화생활을 하고 직원들끼리 교류는 가볍게 한 후 일찍 집에 가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그건 내가 다니는 공공기관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여전히 공공기관의 보수적인 윗분들은 등산을 좋아하시고 술자리를 좋아하신다. 결국 나는 오늘도 제발 2차 자리에만 끌려가지 않기를 기도하며 맥주잔을 든다. 다음엔 내가 건배사 해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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