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태까지 근무하면서 많은 유형의 리더들을 보아왔다. 1년에 정기적인 인사이동이 2번 있는데 인사이동 때마다 리더가 항상 바뀌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 유형의 리더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리더가 자주 바뀌면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러 리더들의 리더십을 겪으면서 그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는 리더란 작게는 우리 팀의 팀장님, 내가 속한 부의 당직계장님부터 크게는 과장님, 소장님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나와는 크게 마주칠 일이 없는 과장님이나 소장님의 리더십보다는 일할 때 호흡을 같이 맞추고 대화할 기회가 많은 6급 계장님들의 리더십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다 생생할 것 같다.
공직생활이 평균 30년이라고 친다면 나는 아직 갈길이 멀고 먼 저연차직원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아직은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 볼 기회가 없었다. 고작해야 후배들이 몇 있긴 하지만 그들에게 지시하는 위치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처지이기에 선후배보다는 동료에 가깝다. 그래서 아직은 내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 계장님들의 리더십을 겪다 보면 '저런 점은 꼭 배워야겠다'거나 '저런면들은 내가 절대 닮으면 안 되겠다'가 저절로 체득이 되기 때문에 나 스스로 리더십에 대한 기준이 저절로 세워지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스토리들이 생각나지만 내가 겪었던 한 분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사철에 맞추어 우리 부에 새로 부임해 오셨던 당직계장님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의 이야기다. 새로 오신 당직계장님을 맞이하여 우리 부는 모두 얼굴을 익힐 겸 친목도모를 위해 전체회식을 하였다. 당직계장님께서는 회식자리에서 본인을 소개하시면서 "일에 대해서는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한다"며 여태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빈틈없이 일을 해왔던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계셨다. 우리는 그것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조금 피곤 해지겠구나를 직감적으로 느꼈다.
당직계장님의 말씀은 틀린 것이 없었다. 일을 빈틈없이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부하직원들에 대한 배려나 따뜻한 동기부여보다는 그저 본인의 기준에 충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집이 더 강해 보였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저연차직원은 당직계장님의 말에 으쌰으쌰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기 전에 피로감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새로운 당직계장님과 일을 같이 하면서 직원들은 역시나 많이 힘들어했다. 특히나 일을 할 때, 직원들의 기준과 당직계장님의 기준은 무척이나 달랐다. 당직계장님의 기준이 높다 보니 직원들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더 힘들게 일하는데 당직계장님께서는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격려보다는 질책을 더 자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시고 간섭하셨다.
결정적으로는 부하 직원을 믿지 못하셨다. 그래서 항상 무엇이 잘못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CCTV로 수용자보다는 직원들을 감시하는 일이 잦아졌다. 상급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부하직원들은 은근히 눈치가 빠르다. 리더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리더의 지시사항, 말투 하나하나에 그런 불신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부하직원들은 그런 리더를 존경하지 않는다. 물론 일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백번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불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완벽함이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나가 부족해 보여 그것을 보완하면 또 다른 부족한 점이 항상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빈틈이 존재하고 우리가 하는 일에도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한다고 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철저히 막아야 하고 주어진 역할은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리더십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리더는 부하직원을 신뢰하고 믿고 맡겨보고 그 이후에 평가하고 질책해도 늦지 않다. 부하직원에게 조금의 재량도 주지 않고 본인의 기준대로 다그치기만 한다면 어떤 부하직원이 충성을 다하겠는가? 숨이 막히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여 신바람 나게 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리더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다음 회식 때 "자신이 덕이 없어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히신 그 당직계장님. 일적으로는 정말 훌륭하시고 존경받아 마땅한 계장님이셨지만 그땐 직원들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지금에야 이곳에 소심하게 터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