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Day 7, 엄마와 나의 최애 기항지 투어 도시
나폴리~~~~~드디어 우리가 만나다니! (하트)
이탈리아 남부에 대해서는 나만의 환상과 궁금증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움이 연상되는데 휴양지라는 남부는 얼마나 더 예쁠지, 나폴리 피자는 진짜로 특별한 맛이 나는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휴양지 쏘렌토(Sorrento)와 포지타노(Positano)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었다.
한 가지 나의 이불킥 경험을 얘기하자면, 처음에 이탈리아 나폴리(Napoli) 여행 루트를 구글 지도로 검색했을 때 네이플스(Naples)라고 뜨는 것을 보고, 여기는 어디지? 옆 동네 인가 하고 한참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 피렌체를 이탈리아어로는 Firenze, 영어로는 Florence라고 부르듯이, 나폴리(Napoli: 이탈리아명)와 네이플스(Naples: 영어명)는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쩝. 하마터면 나폴리에 내려서, 우리는 네이플스로 기항지 투어를 가겠다고 할뻔했다.
그런데 블로그로 먼저 만난 나폴리에는 아름다운 얘기로만 채워지진 않았다. 치안이 약하다, 소매치기가 많다, 볼거리가 적다, 깨끗하지 않다 등의 의견을 찾을 수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엄마와 나에게 나폴리는 이번 크루즈 여행지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으로 기억된다. 나폴리 도시만이 주는 있는 그대로의 편안함과 평화로움 그리고 정감이 있다.
기항지 관광으로 나폴리 시내 구경이 완벽한 이유
나폴리 기항지에서 갈 수 있는 인근 관광지로는 폼페이 유적지와 아말피 해안(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있다. 다만, 왕복 이동 시간, 예상 비용, 목적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기항지 투어로 최적화된 나폴리 시내를 선택했다.
나폴리 항구 크루즈 터미널에서 대광장이 있는 시내까지는 1.2km로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닿을 수 있고, 꼭 유명지가 아니더라도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매력에 빠지게 된다. 더불어 전통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고 타 유럽이나 로마 등의 대도시보다 착한 물가를 자랑한다.
화창함 그 이상의 짱짱한 날씨
기항지마다 배가 정박하고. 객실에서 선상으로 올라가 바라보는 첫인상, 풍경, 냄새는 각 도시마다 달랐지만, 마주하기 전 두근거리는 마음은 같았다. 배 위에서 바라본 첫 나폴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이국적이었다. 저 멀리 장벽같이 생긴 요새와 성곽이 보였다. 파스텔톤과 특유의 브릭색, 레몬색을 담은 따뜻한 색 계열의 건물들이 층층이 놓여 있었다. 시내로 나가기 전, 구름이 마치 우리의 머리에 닿을 듯한 기념컷을 남기면서 나폴리 여정을 시작했다.
엄마 덕분에 이탈리아 로컬 맥주로 상큼하게 워밍업
엄마의 재능이란 글에 소개되었듯이, 평소에도 관찰력이 남다른 엄마는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보물 같은 곳과 희소가치를 지닌 물건을 발견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번에 엄마가 찾아서 알게 된 곳은 크루즈 터미널 한편에 2평 남짓한 크기로 자리 잡은 가게였는데, 레몬 첼로를 담은 미니어처 기념품과 현지 생맥주를 함께 파는 곳이었다. Birra Napoli 상호가 붙어있는 탭 비어(생맥주) 기계를 먼저 본 엄마 덕분에 이곳에서 시원하게 짠! 을 하며 본격적인 나폴리 여행을 할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시내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이 맥주를 만나보지 못했어서 더 특별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기억 속 깊숙이 남아있다.
*참고로 Birra Napoli는 라거 맥주로 가볍게 술술 먹기 좋은데 네덜란드와 독일의 큰 마트에서도 병으로 판매하는 것을 봤다. 만약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을 여행 중이라면 마트 구매 품목으로 추천하는 맥주다.
나폴리 항구에서 대광장까지 걸어간 한적한 여정
배에서 시내까지 나가는 길에 따라 걸은 나폴리항은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한가롭고 여유 있고 평화로웠다. 명화들이 왜 그렇게 항구 배경으로 가지런히 정박한 요트를 그리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런 풍경을 코 앞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엄마랑 누오보 성 옆길을 천천히 걸으며 얘기 나누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소중한 시간도 좋았다.
의문의 엘레베이터
나폴리 대광장인 플레비시토 광장까지 30m 남긴 곳에서 갑자기 구글 지도가 우리를 요상한 곳으로 안내했다. 주변이 캄캄했다. 정체 모를 엘레베이터가 하나 나왔다. 외관만 봤을 때는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확실치 않았지만 여차저차 얼떨결에 일단은 탔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왐마~~
알고 보니 그 엘베는 캄캄한 지하 세계(?)에서 전혀 다른 지상 세계로 옮겨다 주는 신비한 지니 램프였다.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이 열리듯이 대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중에 찾아보니 나폴리 항구가 있던 곳과 대광장의 지대가 다르다 보니 돌아서 걸어 올라갈 수 있고, 이렇게 엘레베이터로 한 번에 올라갈 수도 있었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에스프레소 바, 그랑 카페 감브리누스(Gran Caffe Gambrinus)
대광장 초입에 위치한 한 카페. 깜찍한 테라스를 보고 반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실내에서도 범상치 않은 전통의 기운이 진동했다. 우연히 들어간 곳이 이탈리아의 3대 문학 카페 중 한 곳이었다니. 감브리누스 카페는 1860년 이 자리에 문을 열었는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소설가 헤밍웨이와 작곡가 베르디가 애정하는 곳이었고, 바로 옆에 있는 왕궁에도 디저트를 공급했다고 한다. 감브리누스가 적혀있는 에스프레소 잔 등 이곳만의 MD 상품이 많아서 나폴리 여행의 기념품 혹은 선물을 찾는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우리는 아까 봐둔 귀여운 야외 테라스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엄마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판 정독하기'를 성실히 마치고 주문을 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우리가 먹는 메뉴가 뭔지 물어보고 추가로 따라 시켰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우연히 발견한 곳에서의 좋은 시간이 긴 여운으로 남아서일까.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여행 사진을 보다가 감브리누스의 달콤함을 그림으로도 남기고 싶어졌다. 아래는 그날 카페에서 엄마와 함께 보낸 달달한 추억을 옮겨놓은 나의 색연필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이다.
나폴리 전통 맛집 - 동생 찬스로 와본 마르게리타(Margherita) 피자의 최초 탄생지
나에겐 동생(그렇지만 나보다 언니 같은)이 있다. 이탈리아를 먼저 방문했던 내 동생이 추천해 준 덕분에 맛과 역서를 모두 갖춘 나폴리 맛집 핏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i)에 갈 수 있었다. 1780년에 오픈한 곳으로 우리가 잘 아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곳인데, 나폴리를 방문한 마르게리타 여왕을 위해 이곳 셰프가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초록색(바질), 흰색(치즈), 빨간색(토마토소스)의 조화가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여서 마르게리타 여왕이 더욱 좋아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작년에 방영된 장사천재 나폴리 편에서 백종원 선생님이 시장 상권 분석을 위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나폴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안전한 거리인 톨레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앞서 들린 플레비시토 광장에서도 도보 3분 거리로 가까운 이점이 있다.
안내받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곳곳에 오랜 시간 운영한 흔적을 담은 사진, 액자들과 소품이 보였다. 맥주를 주문하니 책장같이 생긴 나무 냉장고를 열어 꺼내어 준 것도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밥집에서 공깃밥 주문은 1인 1개가 일반적이듯이, 유럽 등의 서양 문화권 사람들에게 피자는 각자의 밥공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1인 1판을 주문하는 것이 암묵적 룰이다. 우리는 피자를 각자 시킨다면 많이 남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일찍이 직감했지만, 매너 주문이라고 여겨 직원의 추천에 따라 대표 메뉴와 마르게리타 피자를 하나씩 시켰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엄마와 나를 포함해 이를 지켜본 옆 테이블 가족(관광객)도 빵 터졌는데, 예상치 못한 공갈빵이 하나 나왔기 때문이다. 옆 테이블 가족이 기이한 공갈빵과 함께 엄마와 나를 사진까지 찍어준 것이 고마워서 우리 피자를 일부 덜어 맛볼 것을 권했는데, 괜찮다며 친절히 사양했다. 한국인의 인심 문화에 익숙지 않다면, 생판 모르는 사람의 음식을 먹어본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한국에서 맛본 나폴리 피자와 크게 다른 맛은 아니었지만, 재료가 신선하고 풍미가 좋았으며 상징적인 곳에서 먹어봤다는 의미에서 기분 좋은 식사였다.
골목 상점 구경과 기념품 추천
식사를 마치고 나니 크루즈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약 두 시간 정도 남아서 소화도 시킬 겸 골목길 상점을 구경했다.
나폴리에는 빨간 고추 모형이나 기념품이 많았는데, 행운을 상징하는 일종의 부적 같은 것이라고 하니 나폴리 기념품으로 좋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기념품으로는 나폴리 골목 상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캐주얼 테일러샵의 소품이다. 멋진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넥타이, 정장 양말, 셔츠를 추천한다.
나폴리의 상징, 베수비오 화산
이제는 슬슬 배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까 걸어온 엘레베이터 방향과 또 다른 길인 항구 해안을 따라 쭉 걸어보기로 했다. 엄마랑 나폴리 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다 보니, 두 봉우리가 하나로 연결된 듯 보이는 산의 모습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베수비오 산이었다. 베수비오는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나 1944년 분출한 이후로 멈춘 상태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나폴리는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도시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감브리누스 색연필 일러스트를 그렸고, 베수비오 화산과 나폴리항 배경의 아크릴화도 추가로 완성했다. 나폴리 배경에 제주 유채꽃을 접목해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을 두배로 표현해 보았다.
나폴리, 여정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 도시
엄마랑 흥얼거리며 시내로 가던 길, 반전의 엘레베이터, 나폴리 상징의 레스토랑과 카페, 하늘을 전세 낸 커다란 솜구름, 딱 알맞게 걸었던 걸음량, 따뜻한 햇살과 건물색, 얼떨결에 발견한 유명 화산, 크루즈로 다시 돌아오던 길까지 모두 좋았다. 그리고 엄마도 이번 크루즈 기항지 도시 중에서 나폴리가 가장 좋았다고 해서 신기했는데 '아 그래서 우리가 모녀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참조링크]
나폴리 대광장
https://maps.app.goo.gl/raHYsFwqsRqJh2Qr5
이탈리아 3대 카페: 감브리누스
https://maps.app.goo.gl/zNTxQuPASihyoPMr7
Pizzeria Brandi
누오보 성: 나폴리 중심지에 있는 시청과 광장 정면에 위치한 중세시대의 성이다.
https://maps.app.goo.gl/ePc5CrVoKPfNsBEF8
베수비오 산
https://maps.app.goo.gl/FLJb3bXt9hwuUbe56
크루즈 여객선 터미널(나폴리 정박지)
https://maps.app.goo.gl/r6PMtcautixm6R1A6
(C) 2023. 임미 immi.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