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약 일주일간의 크루즈 여행에서 나폴리 기항지 투어를 끝으로, 그동안 우리의 집이 되어준 에픽호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곧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짧았다기에는 정이 들어서일까. 내일 같은 시간이면 바다 위를 둥둥 떠있던 에픽호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낯설다.
엄마와 함께한 이번 크루즈 여행의 깊은 여운이 전해지 듯, 나폴리를 떠나 기 전 선상에서 바라본 하늘은 특별했다. 연한 파스텔 무지갯빛 하늘은 점차 핑크색으로 물들었고 마침내 보라 물결의 석양으로 가득 찼다.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던 나폴리 하늘이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정성스레 어루어 만져 주었다.
잊지 못할 그날의 석양, 하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던 석양이 인상 깊게 남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림으로도 남겨보았다.
나폴리 선셋을 기념하고 싶어서 남긴 그림
피날레 저녁 식사
매일 밤 저녁 식사를 코스 요리 정찬으로 먹을 수 있던 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하기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의 저녁 식사를 책임져주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애피타이저로 엄마는 수프, 나는 스프링 롤과 베이비 백립을 시켰다. 전체 요리로 립이라니. 본격적인 먹방에 돌입했다. 메인으로는 생선요리와 스테이크를 시켜서 나눠 먹었다. 디저트로는 쿠키와 라즈베리를 곁들인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저녁 식사 때 곁들일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프로세코 (Prosecco Romio Veneto, Italy)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세코를 사 먹을 때 가격 대비 가성비가 좋고, 느끼함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에픽호 둘러보기
엄마와 천천히 걸어 다니며 배 안을 둘러봤다. 피아노 공연이 끝나자 갑자기 춤을 추는 사람들과 선상 무대에서 불현듯 옆돌기를 시전 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들의 자유로움에 웃음이 났다.
매일 저녁 진행했던 그날만의 선상 이벤트, 오늘은 글로우 데이(Glow Day)다. 곳곳에서 네온사인을 볼 수 있었다. 이 순간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를 닮은 빨간 장미를 한 송이 사서 선물했다. 엄마는 멋쟁이다. 빨간 모자를 예쁘게 쓴 엄마.
키덜트 모녀의 어른이 모먼트: 레고 친구들과 특별 손님
엄마와 나의 이번 크루즈 여행에 함께한 꼬마친구들 "해물레씨(무민에 나오는 식물학자 인형), 슛돌이 사진 그리고 레고 친구들" 덕분에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되었다. 우리의 키덜트 인증샷이다.
엄마와 나의 여행에 꼭 함께하는 레고 피규어 친구들
아침이 밝았다.
우리의 출발지였던 로마 치비타베키아 (Civitavecchia) 항구에 도착했다.
이제는 정말로 내릴 시간이다.
에픽호야, 덕분에 즐겁고 고마웠어. 아쉽지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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