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역 근처 오피스텔에서 1년 정도 살면서 가장 많이 갔던 식당을 꼽으면 단연코 산해정이다. 아주 옛스러운 모래내시장 먹자골목에 있는 산해정. 정이 많이 가는 곳이다.
집 근처 맛집을 발견하려는 습성 때문에 이사 이후엔 자주 가지 못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산해정의 내장탕 맛.
사실 내장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몇 번 먹어본 적도 없다. 산해정을 자주 가다보니, 소갈비도 먹어보고 삼겹살도 먹어보고 돼지갈비도 먹어보다 보니 내장탕도 먹어보게 됐다. 그게 3년 전 쯤이다.
그때 이후로 내장탕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편견을 한순간에 깨버렸다. 전라도 음식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사장님 내외는 전라도 출신이라고 하셨던 것 같다. 들깨가 듬뿍, 야채도 듬뿍 담겨 나온다.
내장은 먹었을 때 이게 도저히 내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부드럽고 쫄깃하다. 전혀 질기지 않다. 살살 녹는다. 누린내는 1도 나지 않는다. 국물 맛이 일품이다. 빠져들어간다.
요즘 다이어트가 한창인데, 하필 또 일이 많은 날이라 아침 점심을 다 챙겨먹은 날이었는데 저녁에 이 내장탕이 생각나고 말았다. 돌판에 굽는 삼겹살도.
이런 맛이라면, 다이어트는 하루쯤 뒷걸음을 쳐도 좋다. 다이어터에게 더 잔인한 게, 모든 반찬이 맛있다는 것. 파절이가 특히 일품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적당히 두툼한 삼겹살(양도 충분히 많이 주신다)에 직접 담근 쌈장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공기밥이 또 그렇게 잘어울릴 수가 없다.
정말 오랜만에 찾았는데, 아주머니가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라며 환영해 주신다. 24시간 운영하는 건 덤. 언제든 시간제약없이 인생 최고의 내장탕을 맛볼 수 있다. 대낮에 꽐라가 되게 술을 마셔도 좋은 곳. 가게 앞 주차공간도 자유롭다. '범' 연남동,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