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I
또 밤이 찾아와 버렸다.
불이 꺼진 방 안.
어둠에 눈이 익어야만 어스름히 보이는 커다란 거울.
그리고
그 안에 선명히 떠오르는 눈동자.
나는 그것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다.
감추는 것이 서툰 나는
매번 그 눈동자의 눈치를 본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도
긴장은 서서히 스민다.
어느샌가 나는
거울 속의 그 눈동자를
트라우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밤,
습기가 거울에 내려앉아 얇은 막을 이룬다.
마주쳐 버렸다.
감춰둔 내가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심연으로 아득히 가라앉는다.
습기는 심연을 극단적으로 깊고 차갑게 만든다.
알고 있다.
현실의 나는 떨어지지만
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끝나지 않는다.
밀려 올라간다 해도
나는 단단한 유리를 스스로 깰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 눈동자를 이겨낼 힘조차도 없다.
주저하는 사이
밤은 또다시 돌아오고,
어제보다 더욱 강해진 눈동자는
오늘도 나를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