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는 뚜벅뚜벅_낮의 선유도, 밤의 선유도

둘 다 멋지다

by Peach못한


요즘 한강 역사 탐방을 열심히 다니기 시작하였다.

오로지 뱃지와 키링을 받기 위함이다.

모르는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 열몇 개의 코스를 내적 친밀감 전혀 없는 타인과 함께 하려니 솔직히 괴롭다.


하지만 뱃지는 달콤하고 따끔하겠지.

힘내라 나 자신.


낮의 선유도


한강 역사 탐방으로 인하여,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선유도 공원이었다.

언제 왔는가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20년 전쯤인 것 같다.

과자를 사들고 친구들과 작은 다리를 건너갔는데 왠지 그게 선유교인 것 같고 - 생각해 보니 9호선을 타고 온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은 제법 먹기 좋게 잘 버무려져 있긴 한데, 그 출처가 내 머릿속이라고 확신하기는 좀 어렵다.


파주에서 보고 주접을 떨 뻔했던 꽃을 발견하고 한 장 찍어 주었다.

가운데 꽃이 철쭉인 줄 알고 왜 이제야 피었는가 걱정했는데, 고 보니 나비 바늘꽃이었더랬지.


선유도 온실 입장.


아담한 온실의 곳곳에는 포토존이 꾸며져 있었다.

몇 달 전 다녀온 서울 식물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도, 브런치에도 서울 식물원 이야기를 적지 않은 것 같다.

서울 식물원을 다녀온 것은 수국전 때였는데, 끝물에 찾아갔기 때문에 다소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여기도 포토존.


이 날은 다소 소음에 예민했던 날이라, 살짝 뒤처져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려 애를 썼었다.


불꽃 축제는 안 봤지만, 불꽃 축제의 흔적을 철거하는 장면은 목격하였다.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 불꽃을 쏘는 거였구나.

그 큰 불꽃들을 터뜨리려면 공간이 필요한 것이 너무 당연한 건데, 그동안은 상상해 볼 생각조차도 안 했던 것들.


인터넷으로 보았던 선유도의 명소들을 슬슬 지나쳐 간다.


왠지 야외 결혼식 장소 같은 곳이야.


이곳은 꼭 밤에 다시 와서 보고 싶다 생각했다.


선유도 공원을 다녀와서 기억에 남는 것은 오로지 꽃이었던 한강 역사 투어.



밤의 선유도


그리고 내 예상보다 빨리, 선유도 공원의 야경을 보러 와 버렸다.

나는 생각 정리를 할 때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걷는 습관이 있는데, 이 날 이미 오전에 15,000보를 걸었음에도 부족했다.

결국 해가 진 저녁 시간에 합정역으로 향해 버렸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 공원 앞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였기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공원에 설마 나 혼자인 건 아니겠지.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산책하는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그네 벤치에 앉아 삐걱이며 서로 기댄 커플들, 야광 옷을 곱게 차려입은 댕댕이 등... 어슴푸레한 선유도 곳곳에서 그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느껴졌다.


내가 보고 싶었던 야경이 딱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이 한강 다리, 그리고 또 하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

가끔, 이렇게 바다를 대신할 수 있는 한강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달을 찍고 싶었으나...


조명과 달빛을 적당히 블렌딩 한 덕인지, 녹색의 식물들은 짙은 카키빛을 띠었다.

얼핏 보면 둥글둥글한 조명은 잘 익은 옥수수 같기도 했다.

조명과 식물을 보며 옥수수밭을 떠올리다니, 역시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연꽃들은 영업 종료하고 일찍 귀가했다.

야근 중인 연꽃은 살짝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어진 상태이다.


분명 분위기 있어 보여 찍었는데, 어째 전설의 고향스럽다.


다리가 보이면 일단 찍어보라고.


두 번째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서울 밤 풍경 스팟에서 담아본 한강의 야경.

왠지 밥로스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커다란 붓으로 물감을 아래로 슥슥 문대면 저런 풍경이 나왔는데.

그분의 명대사 "참 쉽죠?"가 떠올랐다.

여담이지만, 나는 아직 그분이 건강하신 줄 알았었다.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한 후 그게 아니었음을 알고 왠지 서글펐다.

추억 속 밥 아저씨 그림이 떠올라 마음이 몽글했던 밤이었다.


선유도 공원을 나왔다가 발견한 멋진 뷰.

자전거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한 컷 서둘러 담았다.


선유도에서 버스를 타고 역까지 가고 싶었으나, 대체 어떻게 반대편으로 건너간단 말인가.

결국 양화대교 보행자도로를 통하여 합정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좁은 양화대교에서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피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앞 대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운전하는 라이더 분들이 어찌나 많던지, 몇 번 치일 뻔했다.

다리 위에서 도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결국 무서워서 저 모양의 사진을 한 장 겨우 담아낸 후 합정역까지 후들거리는 다리로 건너왔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선유도 공원 방문기는 이렇게 끝.


선유도는 낮에 가도, 밤에 가도 좋은 곳임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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