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생각나는 대로 흘려버리는 글

by 김나현


1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지하철 계단. 이기면 계단을 먼저 올라가는 게임인가 보다. 이겨도 까르륵 웃고 져도 까르륵 웃는 아이들이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아이들 너무 귀엽다.”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니 동행이 의아한 눈빛을 하고 묻는다.

“너, 아이 안 좋아하는 거 아니였어?”

이런 오해는 바로 풀어줘야 한다.

“저 귀여운 걸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어?”

아이를 안 낳기로 결정한 것과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고 귀여워하는 건 별개다.



2

아이들의 눈망울은 왜 저리도 까맣게 빛나는걸까.

그 순수한 눈동자를 마주치면 작고 연약한 존재지만 아우라처럼 어떤 강한 힘을 느낀다. 모든 색을 흡수하는 검정처럼 순간적으로 마음의 모든 상심을 다 흡수해버리는 강하고 순수한 힘. 우리 강아지 라니도 그렇게 유난히 까만 눈망울을 갖고 있다. 라니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특히 그 상태에서 핑크핑크한 혀가 빼꼼 나와 있다면.....어김없이 심쿵이다. 귀여움은 권력이라는 어느 웹툰 작가의 말은 진리다.



3

사람은 아이를 키우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낀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1살, 2살....까마득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지나왔을 그 시간을 아이에게서 엿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때 내 눈동자도 저렇게 말갛게 빛났겠지. 그때 내 손가락도 저렇게 말랑거렸겠지. 아이에게 나를 투영하면서 잃어버린 내 시간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한 아이의 성장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잃어버린 나의 어린시절의 그리움을 느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4

문득 내 엄마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엄마의 이목구비를 빼닮은 아이. 엄마는 나를 보면서 엄마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까. 돌아가신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을까. 어쩌면 나는 평생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엄마도 평생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서로 절대 이해할 수 있는 평행선을 달리더라도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애틋하다. 엄마. 시간을 앞서가는 엄마를 보면서 이제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한다.



5

그렇게 아이는 엄마에게 그리움이 되고, 엄마는 아이에게 다시 그리움이 된다.



6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투명망토 같은 보호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아이들 하나하나 한없이 빛나는 존재이기에, 어떤 위험도 피해갈 수 있게 말이다.


7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한 어느 날, 마음 깊은 곳 울림이 검은 잉크처럼 하염없이 퍼져나가 넘치지 않을 수 없는 어느 날, 이 애잔함을 당신의 마음에 떨어 뜨려본다.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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