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현 Aug 27. 2020

요가할 운명

하찮은 몸으로 태어나 그 몸을 사랑해야 하기에

나는 요가를 좋아한다. 어쩌면 요가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태어날 때부터 양쪽 다리 길이가 달랐고 자라면서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측만도 따라왔다. 어쩔 수 없이 체형 교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선천적으로 몸도 유연하다. 몸이 유연한 건지 뼈에 힘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요가는 처음 할 때부터 '이거 딱 내 운동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기분 들 때 있지 않은가. 처음 하는데도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거 같아 괜히 우쭐한 기분. 그러다 보니 더 관심을 갖고 잘하는 상황.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요가 영재인 건 아니다. 몸이 원체 허술하다 보니 여러 운동을 해봤는데 그나마 이건 내 몸에 맞는 거 같은 것일 뿐. 몸이 비뚤어져서 그런지 잘 안 되는 자세도 많다. 일상생활에서 오른쪽 근육을 많이 쓰는지 그쪽으로 틀거나 비트는 건 잘 안 된다. 왼쪽은 근력이 너무 약해서인지 버티는 게 잘 안 된다. 그래도 <요가 소년> 유튜브를 틀어넣고 1시간 요가를 마치고 나면 온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자세는 견상 자세, 다운독이라 불리는 자세다. 개가 앞다리를 쭉 펴고 엉덩이를 뒤로 빼 기지개를 켜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이렇게 불린단다. 팔다리로 바닥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복부에 힘을 주고 척추를 펴는 자세인데, 뻐근한 골반이 시원해져서 정말 좋아하는 자세다. 피곤해서 괜히 졸릴 때 이 자세를 하면 몸에 활력도 돈다. 


다운독 자세


그렇게 무슨 십자가를 진냥 한없이 딱딱해진 어깨를 풀 때면, 어쩔 수 없이 한평생 지고 살아야 하는 나의 초라한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기분이다. 물건은 낡거나 고장 나면 버리고 다시 사면 된다지만 내 몸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빈티지 아이템. 그저 고쳐서 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빈티지 아이템들이 그렇듯 잘 고치고 관리하면 그게 또 "한 멋" 한다. 최근 한 50대 여배우의 몸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석정.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니 몸의 변화가 찾아왔고, 50살이 넘으니 나는 마치 버려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았다” 아마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몸의 변화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초라해진 마음이 만들어 낸 깊은 허무는 몸을 견고히 다듬는 과정에서 점점 매워졌을 것이리라. 그렇게 몸을 바라보는 일은 자신을 인정하는 받아들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배우 황석정


사실 여기까지 쓰고 집에 들어와 글을 좀 정리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집에서 다운독 자세를 하다가 못 볼 걸 봐버렸다. 몸을 삼각형으로 만들고 시선을 바닥으로 옮기는데, 앗, 이게 뭐지? 내 무릎에 주름이 왜 이렇게 주글주글 자글자글 많지?!!! 운동을 할 때마다 항상 긴 레깅스를 입고 있어서 내 무릎 상태가 이런지 몰랐는데 반바지를 입은 오늘에야 알게 됐다. 이렇게 늙었다니. 간간히 만나는 흰머리보다 왠지 더 속상한 일이다. 아아, 당장은 힘들겠지만 조만간 계속 그 주름을 보겠지. 그러면  받아들이겠지. 그게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니까.


     


 


커버 이미지 Designed by yanalya / Freepi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