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by 페어

일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일을 해야 하나?'

'아니 근데, 일은 왜 꼭 해야 하지?’


일을 안 하고 나서 나는 일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있어서 나는 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회사에 들어가서 어떻게든 일을 계속하려고 했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평일에는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주말과 월급날만 기다리며 또 일을 하고. 이런 모든 것이 너무 당연했다.


그런데 회사에 다니지 않고 일을 안 하고 돈을 벌지 않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해야만 사람 구실을 하는 걸까?

회사를 다니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낙오된 존재가 되는 걸까?

AI 시대에도 사람이 계속 일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인생에 정답이 없다지만 나는 내가 한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계속 생각만 품고 표류했다.


답답하고 심심한 나날들이 이어지자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일자리를 서치 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나에게 적당한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또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콘텐츠 에디터로 근무했었는데 요즘엔 AI가 글도 다 써주는데 내가 회사에서 글 쓰는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아마 대체될 수 있는 인력이라고 생각해서 불안한 것이 아닐까?

글 쓰는 것 말고는 할 줄 없는 나이기에 일을 안 구하는 게 아니라 못 구하는 게 아닐까?


어쨌거나 물건을 팔기 위한 블로그 글쓰기 업무는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업계로 가기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계속 표류했다. 지금 내 처지에서 어디로 진로를 잡아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막막했다.


그렇다고 돈과 시간을 들여 대학원을 가야 하나, 이직을 위한 교육을 들어야 하나 싶다가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하니 어떤 무엇도 선택하지 못했다.


쉬는 동안 색다른 활동이나 취미 같은 딴짓을 하지도 않았으니 내 머릿속은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감도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당분간 그렇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보아야겠다고 여겼다. 어떤 생각이 채워지면 또 어떻게 행동하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면서.

keyword
이전 03화자꾸만 과거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