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지 않고 놀다 보니 심신이 편해진 어떤 날, 나는 방안에 가만히 누운 채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다. 내가 유튜브에서 주기적으로 보는 채널이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채널인데, 주로 집안을 정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에게 그 영상들은 심심하면서도 은근한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영상들만 눈으로 보다가 문득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풀소유이기보다는 무소유에 가까운 소비 성향에 가까웠기에 저런 미니멀한 집의 깨끗한 환경, 나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어나서 가장 먼저 옷장을 열어 보았다. 사계절 옷을 다 옷장에 둘 수 없어서 겨울 옷은 접어서 보관한 상태였고 여름옷과 봄가을옷이 빼곡히 가득 차 있었다. 옷과 옷 사이를 비집고 하나씩 꺼내니 옷이 다 구겨져 있었다.
찬찬히 훑어보았다. 먼저 편한 옷, 불편한 옷으로 기준을 나눴다. 편한 옷은 일상복이고 불편한 옷은 회사 다닐 때 주로 입던 옷이었다. 불편한 옷의 종류들은 언제 회사를 다닐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싹 다 버릴 수는 없었다. 그중에서 불편한 옷 중에서도 잘 안 입는 옷을 추렸다. 편한데 잘 안 입는 옷도 추렸다.
그중 괜찮은 상태의 옷은 아름다운 가게에 내려고 싸두었고, 상태가 별로인 옷은 버렸다. 10벌 내외로 정리한 옷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옷장에 그래도 조금 빈틈이 생겼다.
그런 식으로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주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 다니지 않으니 생각보다 옷을 바꿔 입지 않았도 집에서는 입는 옷만 계속 입게 되는 경향이 생겼다. 그래서 5벌 정도를 빨래하며 돌려 입었어도 한 계절을 잘만 나게 되었다.
옷장을 정리하니까 다른 물건 정리는 쉽게 느껴졌다. 그래봤자 나에게 있는 물건이라고는 책이랑 잡동사니가 다였다. 종이책은 10권 내외 남기고 정리했다. 종이책은 이제 되도록이면 안 사기로 결심한다. 잡동사니는 대부분 버리고 난 뒤 남은 것들을 한 상자에 모아 두었다.
물건을 버리고 남기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았다. 물건의 개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잘 쓰는 물건 몇 개면 만족했다.
연장선상에서 삶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일은 필요한가? 일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돈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