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 안에는 푹신한 이불 한 채가 깔려있었고, 바로 거기에 작고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왠 강아지냐?
-엄마랑 아부지 두분이 적적하실까봐 제가 한 마리 데려왔죠
-개새끼 한 마리로 때울 생각하지 마라.
-아이구 왜 그래요. 애들이 우리 적적할까봐 생각해서 데려왔다는데..
-크흠..
-아부지, 저희 갈께요.
-그랴.. 아부지는 걱정마라. 운전 조심하고 잘 가. 도착하면 전화하고.
-네. 어머니 또 올게요.
-아이고, 아가야. 니 이름은 뭘로 할까? 털이 하얗고 복슬복슬한게 꼭 실뭉치 같네. 그래. 니 이름은 뭉치라고 하자.
그렇게 자그마한 하얀 강아지 뭉치는 이 집에서 살게 되었다. 아들의 태도가 못내 서운하신 할아버지는 처음엔 뭉치를 잘 쳐다보지도 않으셨다.
대신 할머니가 살뜰히 뭉치를 돌봐주셨다. 아들이 놓고 간 사료를 조금씩 주었고, 따뜻한 보리차에 밥을 조금 말아주기도 하셨다.
외면하던 할아버지마저 배를 보이며 발라당 뒤집는 뭉치의 애교에 점점 마음을 여셨다. 그렇게 뭉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적적함을 위로해주는 가족이 되었다.
고등학생일 때 써서 교지에 실었던 소설 "뭉치 이야기" 중 일부를 기억나는대로 다시 써봤다. 그때 당시에 우리집에는 성견으로 3.5kg가 나가는 말티즈 여아 다솜이를 키우고 있었다.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교지에 실을 글을 고민하다가, 옆에서 놀고 있던 다솜이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순간 무언가 떠올랐다. 그렇게 다솜이를 보면서 이 소설을 썼었다.
다솜이는 우리와 함께 3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 중간에 한 번의 교배로 임신을 했다. 내가 고3이어서 임신기간의 전 과정을 거의 보지는 못했지만, 두 달간의 임신기간 후 다솜이는 출산을 했다.
따뜻한 이불 안에서 다솜이는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작고 꼬물거리는 세 마리의 강아지들을 핥아주고 품안에서 젖을 먹이는 모습이 뭔가 감동적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앞을 보지 못한 채 꼬물거리던 새끼들이 11일차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미리 내 손바닥 위에 강아지 세 마리를 모두 올려놓았다.
새끼강아지 세 마리의 눈이 끝에서부터 갈라져 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까맣고 동그란 눈이 보이는 순간 온 가족이 다같이 "귀여워~"하고 탄성을 질러댔었다.
강아지 세 마리의 이름은 믿음, 소망, 사랑으로 지었다. 믿음과 소망은 남자아이, 사랑이는 여자아이였다. 세 마리의 아기말티즈는 우리 가족에게 듬뿍 사랑받으면서 토실토실 무럭무럭 커갔다.
두 달 정도 다 자랐을 무렵 세 마리 모두 주변에 원하던 집으로 입양을 갔다. 혼자 남은 다솜이는 여전히 집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우리는 모두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났다.
여느 때처럼 부모님께 전화해서 다솜이의 안부를 묻던 어느 날, 엄마가 다솜이를 새로 결혼하는 커플 집으로 분양보냈다고 했다. 놀라서 왜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니들도 없고, 마침 다솜이를 보내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미안하고 아쉬웠다. 그곳에서 잘 지내기만을 바랬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비보가 들려왔다. 결혼했던 커플이 헤어졌다는 거다. 나는 대뜸 물었다. "그럼 다솜이는?" 엄마는 "몰라. 여자 쪽에서 데려갔다는 거 같아."라고 답해주었다.
다솜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다솜이를 보내버린 엄마가 미웠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 꼭 다시 강아지를 키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처럼 강아지를 키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자취한지 17년째,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 싶어 큰맘 먹고 강아지 입양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강사모라는 카페에서 가정견 출신인 2개월 10일된 말티즈 남아를 분양받았다. 처음 키우던 분들이 한달만에 파양하신 거였다. 그렇게 봉봉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어느새 봉봉이와 함께 지낸지 6년이 넘었다. 봉봉이를 보면서 가끔 봉봉이 안에 있는 뭉치를 만난다. 언제나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이 아이들에게 참 고맙고 늘 미안하다. 가수 이승환이 반려견을 위해 만든 노래 <지구와 달과 나>중 일부 가사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네가 달려올 때 네가 안길 때 난 네 친구고 우린 가족이라고 해. 기쁨이 쌓일수록 슬픔을 당겨 써. 먼저 떠나 보내야 한단 걸 알기에 더 놀아주고 더 많이 같이 있을게. 언젠가 너무 많이 울지 않으려면. 맛있는 거 먹고 좋은데 가자. 그러니까 제발 오래만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