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대답했다. "내가 좋아하는 애는 마음속에 있었지. 나를 구해준 그 아이. 난 생각했어, 지금 그 아이는 뭘 하고 있을까? 그 아이도 소풍을 갔겠지?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고 있을까? 좋아하는 애는 있을까?"
돌이켜 보면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친부모마저 버린 아이, 온통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 없는 아이. 그런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애들은 없었다. 소풍날은 할머니가 건강에 좋다는 우엉을 잔뜩 넣어 김밥을 싸주었다. 그 김밥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 역시 아무도 없었다.
한 번은 아주 예쁘고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한 아이가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며 다가왔다. 너무 외로웠던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친구가 되자고 말한 그날, 그 아이는 수영장 물속에 날 밀어 넣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날 보며 다른 아이들과 깔깔대고 웃었다. 인기도 많고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던 그 아이는 왜 나를 싫어했던 걸까.
나에게 친구라는 건 말로는 들었지만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유니콘 같은 거였다. 나도 혼자 있는 게 편했다. 의지할 것도 기댈 곳도 없었다. 그저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살아남아야 했다.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야 친구들도 생기고, 나를 좋아한다는 남자도 생기다니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그의 다정한 말에 온통 흑백이던 지나온 내 삶의 구석구석들이 예쁜 색으로 조금씩 다시 칠해지기 시작했다. 어둡고 칙칙한 그늘 아래에 아무도 모르게 감춰놓았던 기쁨이나 기대 같은 것들이 자그마한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찬이의 시선에는 내 모습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은가 보다. 그의 눈을 마주 볼 때면 처음 경험하는 따스함이 보인다.
한 번도 따뜻한 적 없던 인생이었다. 너무 추워서 코끝이 새빨개진다고 남들이 불평할 동안, 내 온몸은 이미 얼어붙어 춥다는 감각마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생각했다. 이왕 죽는 거 세상에서 쓰레기 하나만 치우자고. 무엇보다 사나가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정말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다른 건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그거면 되는 거였다.
그랬는데 이제는 자꾸만 살고 싶어 진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막 생겼는데, 아직 같이 해야 할 일들이 많고 많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할머니도 세연 언니도 미도도 다치지 않게 지키고 싶다. 무엇보다 우찬이의 남은 삶이 예전과는 다르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
.
'뒤돌아 봤을 때 생각보다 멀리
와있었어 난 혼자였고 문득 겁이 났지
내가 날 봤을 때 지쳐있단 사실을
몰랐었어 난 외로웠고 문득 겁이 났지
넌 잘하고 있어 헷갈릴 때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그냥 Go
너답게 해 너는 너를 알아
연습했잖아 한 수 천 번은 말이야
좌절 한 두 번 이젠 시시해
원래 기회라는 건 인생의 위기에
넌 알잖아 다시 일어나는 법
천국 여행 간다며 어서 싸 캐리어
(중략)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어른이 되기엔 난 어리고 여려
아직도 방법을 모르고
부딪히는 짓만 하기엔 너무 아프다는 걸
이제 알았어 너무 늦었나 봐
무식하게 채찍질만 하기엔
아물지 않은 상처가 너무 많아
아무것도 보기 싫었을 때
억지로 눈을 부릅뜬 건
그냥 겁나서 덜컥 겁이 나서 그래 u eh o
아무 말도 하기 싫었을 때
일부러 목소릴 높인 건
There is no other reason
겁이 나 난 겁이 나
송민호-겁(feat.태양)'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 주인공인 표인숙(안은진)의 입장에서 드라마의 스토리를 구성하여 써 보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