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게 초가을 같던 날씨는 이틀 동안 내린 비가 그치자마자 살얼음이 꽝꽝 얼 정도로 추워졌다. 아파트에서는 수도관이 얼지 않도록 몇 가지 예방조치를 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먼저, 계량기함이 얼지 않도록 따뜻한 이불과 헌 옷, 스티로폼 등을 이용해서 보온해 준다. 두 번째로는 주방에서는 온수를, 화장실 세면대에서는 냉수를 조금씩 틀어 졸졸 흐르게 해 준다. 한 방울씩이라도 물을 흘려두면 수도관이 얼지 않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계량기는 따뜻한 수건과 드라이기를 이용하여 천천히 녹여준다. 이렇게 3대 안전 수칙인 채우기, 틀기, 녹이기로 동파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인간의 삶도 그런 거 같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날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예상치 못한 매서운 추위가 다가오는 날도 있다. 갑작스러운 강추위 앞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동동거리다가 얼어붙은 채로 굳어가고 싶지 않다면, 그럴 때를 대비한 예방조치가 우리의 삶에도 꼭 필요하다.
먼저, 우리의 내면에 감추어진 마음이 얼어붙지 않도록 틈틈이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포근한 담요를 덮어 주어야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 가족과 함께 보내는 다정한 시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들을 하는 것 등이 내 마음의 온도를 올리는 데는 꽤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는 혼자서만 모든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다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키우지 않는 것이다.
의지하는 신이 있다면 그분께 기도하며 혹은 주위의 믿을만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말고 바깥으로 졸졸졸 흘려보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어려움일지라도 쌓아두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굳어버렸다면 성급하지 않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천천히 마음과 생각을 녹여주어야 한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예상보다 꽤 혹독한 추위가 바깥에도 그리고 내게도 찾아올 것 같다. 봄을 더욱 행복하게 맞기 위해 제대로 월동 준비부터 해야겠다. 엘사처럼 얼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은 내게 없으니,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미리 예방조치를 잔뜩 해 두려고 한다. 그렇게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기대하지 않던 따뜻한 새봄이 또다시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