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게벳의 노래’로 유명한 찬양사역자인 염평안 님이 작사, 곡을 쓴 찬양 중에 현장감이 가득 느껴지는 뮤지컬 느낌이 나는 찬양곡이 있다. 제목은 바로 ‘그 소리, 내 맘을 울리네’다. 찬양을 듣는 순간 우리를 2000년 전, 십자가 사건이 일어난 그 현장으로 데려간다. 자연스럽게 눈앞에 장면들이 그려지고 마음이 먹먹해지게 만드는 노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대략 세어보니 올해 극장에 가서 본 영화는 고작 네 편 뿐이었다. 그중 세 편은 마블 작품이고 나머지 한 편은 8월에 관람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였다. 결국 오랜만에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서울의 봄’은 역사적 사실이나 꼬꼬무 등을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이고 왠지 너무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서 패스했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는 김한민 감독님이 만든 ‘명량’, ‘한산’에 이어진 이순신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다. 부제에서도 이미 결말을 짐작할 수 있고, 역사적으로도 알려진 사실이라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그 핵심장면을 어떤 식의 연출과 연기로 표현할 것인지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무엇보다 이순신 역을 누가 맡게 될지가 전체 작품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명량’에서는 최민식, 두 번째 ‘한산’에서의 박해일을 이어 마지막 ‘노량’에서는 김윤석 배우가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 외에도 우리 쪽 진영의 안보현, 최덕문 배우뿐만 아니라 명나라의 대장으로 등장한 정재영 배우, 명나라 동장군 역의 허준호 배우도 굉장히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빠질 수 없는 왜장과 왜군 역할로 출연한 백윤식, 이무생, 박명훈, 이규형 등 걸출한 배우들이 이 작품을 더욱 무게감 있게 채워주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해전 장면은 그야말로 치열한 아비규환의 끝을 보여주었다. 관전포인트는 이순신의 허허실실 전략과 마치 적벽대전을 연상시키는 철저하게 준비해 둔 작전들, 멋지게 등장하는 구선(거북선)의 위용, 이순신에게 감화를 받은 명나라 장수의 몸을 불사르는 전투씬이었다. 무엇보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 장면을 기다리며 이렇게 기대감을 올려놓고 허무하게 마무리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계속 대장실에 있는 상태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다들 지쳐가던 그 순간 선미로 내려온 이순신 장군은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멀리서도 선연히 들리는 그 소리를 직접 선보인다. 지쳐가던 병사들은 이순신 장군의 그 소리에 힘입어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우는 기개를 드러낸다. 열도까지라도 쫓아가서 이 전쟁의 뿌리를 도려내고 싶던 장군의 마음이 느껴지는 웅장한 소리의 울림이 바다 위로 퍼져나갔다.
그 소리는 현장에 있던 병사들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마저도 깊이 울리는 소리였다. 끊임없이 계속해서 마음을, 심장을, 영혼까지 울려대는 그 소리 덕분에 결국 아군은 승리의 기세를 잡는다. 우리와는 반대로 그 소리에 질려버린 왜장은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이며 온몸으로 패배를 선언한다. 황급히 꽁무니를 보이며 도망가는 고니시(이무생). 온전한 승리를 이룬 후에야 이미 위대했던 큰 별이 저 멀리 떠나갔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 평소와는 달리 유난히 영화관이 조용하고 고요했던 것은, 그 소리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둥둥 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흥행을 위해 재미있는 요소는 모두 집어넣은 그런 영화는 아니지만, ‘노량, 죽음의 바다’만이 보여준 묵직하고 담백한 매력이 영화관을 나오는 내내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귓가에 아직도 울리는 심장박동과도 같은 그 소리를 기억하며 민초들을 위해,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해 생명을 다해 몸을 던진 이순신 같은 지도자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이상적인 환상을 꿈꾸어 본다. 2024년 총선에서는 자기 과시욕으로 넘쳐나는, 자기 베만 불리기에 급급한 사람들 말고,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