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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Nov 12. 2020

강사라는 직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강사의 현실, 강연가가 되기 위해 결과물 남기기, 강연의 앞날


그것은 마치 마약과 같았다


너무 진부한가? 아니면 너무 과장되었나?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내 감정은 저 말이면 충분했다. 강사의 어떤 면이 나를 이 길로 인도했을까. 사실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대학교나 직장에서의 발표가 아닌, 돈을 받고 사람들 앞에 서봤던 첫 경험은 영어수업이었다. 영어를 꽤나 좋아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잠시의 외국물을 먹은 덕에 반도체 기업의 해외 구매팀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러다 진급용 점수가 필요해 오픽 시험을 보기로 했고, 학원을 알아보던 중 되려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주말 기초회화를 가르치는, 두세 명의 성인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나는 평생 직업을 ‘강사’로 결정했다.


첫 번째 경험이 강사의 꿈을 세웠다면, 두 번째 경험에서 강사의 비전을 확인했다. 2년간의 세계여행을 끝마치고 SNS에 글을 옮기는 작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경험을 듣고 싶다는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세명의 중년 남성으로 구성된 ‘산티아고 순례길 대비반’이었다.


우연히 시작한 스페인어 강의


한 달간 순례길을 걸었던 나였고, 스페인 문화와 역사라면, 전공한 사람 다음으로 자신 있다고 생각한 나였다. 스터디룸을 예약하고 여행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준비하고 수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요청할 게 있다면서, 스페인어를 중점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전송됐다.


순례길 45일간 필요한 기초 스페인어를 두 시간 동안 설명하는 것은,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물론 PPT자료를 급하게 만드느라 꼬박 밤을 새워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알 수 없는 실망감과 배알 꼴림이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사건 사고가 넘치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여행기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고작 스페인어라니’. 그때의 나는 어떻게든 세계여행 강연가가 되고 싶었다.


두 시간의 스페인어 수업에 여행 이야기를 섞자, 언제 끝난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자칫 지루할뻔한 수업에 실제 상황을 제시하면서 동기를 부여한 셈이다. 더구나 기초적인 스페인어를 알아감으로써, 영양가 있는 수업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이런 방향성이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수업료는 시간당 25,000. 두 시간씩 세명이니 15만 원이었다. 수원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차비와 시간, 스터디룸 대여비용을 제한다 해도 두 시간에 10만 원은 거뜬히 벌 수 있었다. 스페인어가 한국에서는 주류가 아니기에 아주 많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수업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했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도 없었고, 여행 이야기를 할 때 나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2시간은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부족했고, 그렇게 강사가 천직이 될 거라 믿었다.


강사/강연가의 현실


사람들은 강사에 대한 약간의 동경을 갖고 있는 듯하다. 청중 앞에서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 귀가 번쩍 열리는 시간당 강연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내온 시간 모두가 자신의 커리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활동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강연이 줄이어 취소됐다. 부족한 경력에 스스로를 강연가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서봤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부분의 강연가는 생각보다 돈을 잘 벌지도 화려하지도 시간과 공간에 자유롭지도 않다.


ㄱ.   급여


모든 직업에는 높은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강연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연가라는 직업을 생각할 때, 우리는 대게 스타 강사인 김미경, 김창옥, 설민석 씨 등을 떠올릴 것이다. 단언컨대, 이들의 강연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으며 절대 대부분의 강연가는 이들이 받는 돈의 근처도 가지 못한다.


강연료는 강연가의 경력과 의뢰하는 기관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지자체의 경우 특별강사와 일반강사로 나누어 강연료를 책정한다. 강연료에 대한 한 제주자치도의 답변글을 살펴보자.


특별강사(Ⅰ)인 경우에는 전․현직 장관급, 국내외 해당분야 최고 권위자를 지칭하며 400,000원을 기본 강사료로 책정되어 있으며, 특별강사(Ⅱ)인 경우에는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대학교수 및 인지도가 높은 문화․예술․종교인에 준하는 자로 300,000원을 기준하고 있습니다.
일반강사인 경우에는 강사수당 기준이 세분되어 있는데 일반강사(Ⅰ)인 경우, 시민단체 임원, 연구소 연구원, 전․현직 3급 이상 공무원, 문화예술인 등으로 250,000원을 기본 강사료로 정해져 있으며, 일반강사(Ⅱ)인 경우는 대학교수 및 전문자격증을 가진 자로서 3년 이상 실무경력자로 130,000원을 기본 강사료로 정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반강사(Ⅲ)는 외국어, 전산, 독서․논술, 책 읽기 프로그램 지도 강사로 70,000원이 기본 강사료로 지급되고 있으며 추가 시간 발생 시 강사기준별 소정의 추가 책정된 강사료가 지급됩니다.


추가하자면 일반기업의 강연료는 지자체보다 약간 높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당 7만 원만 해도 엄청난 거 아니야?’라고 말하겠지만 여기에는 ‘강연은 꾸준하지 않다’는 숨겨진 현실이 존재한다.


강연은 직장 내에서 매일 주어지는 업무가 아니다. 일반강사(Ⅰ)에 속해 오늘 50만 원을 벌어도, 이번 주 또는 다음 주에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오늘 갔던 기관은 한동안 같은 주제로 다시 초빙할 일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ㄴ.   시간과 공간의 여유?


강의 준비 시간도 상당하다. 물론 수년간 청중 앞에 서 왔던 베테랑의 경우, 기관에서 원하는 주제에 맞춰 즉각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해당 강연을 위해 매번 자료를 준비 또는 수정해야 한다. 게다가 거주지에서 먼 경우가 많아 하루를 몽땅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강연료 집행은 제때 해주면 고맙지만, 대략 짧으면 2주에서 한 달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아니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받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한 장소에 청중들을 불러 강연을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겠지만, 그건 위에 언급한 몇몇 강연가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유명 강연가 또한) 불러주는 곳에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가야 한다.


홍보 또한 본인이 오롯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오늘 성공적으로 마친 강연으로 인해 날개 돋친 듯 소문이 퍼져 한순간 강연계의 블루칩이 되길 바라지만, 그런 경우는 공중파에 올라탔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때문에 강연 가는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대중에게 알려야 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에 대한 글을 올려 잠재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강연의 마무리는 오늘 한 일을 SNS에 올리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강연가가 되고 싶다면 ‘시간과 공간의 여유’는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ㄷ.   끊임없는 자기 계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청중에게 지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표면상 지식의 수배는 깊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강연의 질과 직결되고 혹시 모를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다.


만약 자신이 말하고 있는 정보가 그날 몸의 컨디션이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못 전달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그걸 알고 있는 청중이 있다면 바로 반박할 것이고, 아무 사고 없이 지난다 해도 SNS나 리뷰 등으로 실수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도는 한순간에 곤두박질치게 된다. 이는 더 이상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강연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끝도 없는 자기 계발이 불가피하다.


그 외 일부 유명인에게 몰려있는 승자 독식, 불안정한 수익, 개인 홍보 수단이 없을 경우 에이전씨 소개 수수료 등, 이런 이유로 강연가는 생각보다 화려하고 대우받는 직업이 아니다.


하지만 장점 또한 명확하다. 고단한 시간을 거쳐 자신의 분야에서 위치를 잡는다면 원하는 강연을 선택해서 다닐 수 있고, 강연료도 두둑이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높아지는 대우에 직업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고, 경력이 쌓일수록 강연이 수월해져 예전처럼 준비에 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강연가가 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강연가가 될 수 있을까?. 사실 강연가가 되는 명확한 길은 없다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누구나 강연가가 될 수 있다. 재무나 경제, 역사나 신기술, 심리학 또는 인문학, 블로그 마케팅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 등, 넓은 범주에서 돈을 주고 들을 가치가 있다면 강연가 또는 강사인 것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다. 대부분 학력이나 유명 기업의 고위직 또는 창업가 등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한 강연가가 되고자 한다면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다. 그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출간이다.


1.     책


과거에 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적어지는 바람에, 작가에 대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개인 커리어의 정점으로 대접받고 있다. 책을 출판하는 것은 마치 ‘가상 출산’이라고 할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다만 종이책 독자들의 축소와 함께 출판사도 줄어들어 출간의 문턱이 높아졌다.


종이책 출간이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쇄하는 비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책이 출간되면 1판 1쇄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쇄’는 인쇄 횟수를 뜻한다. 1회 인쇄는 대게 2000부 안팎이며, 작가의 유명도나 판매 가능성에 따라 조정된다. 만약 2000부를 다 팔았다면 증쇄가 필요한데, 이 경우 책에는 2쇄라고 적힌다. 만약 원고가 보충되거나 편집 등의 이유로 기존 책과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2판’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출간된 책들이 이 2000부를 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사실이다. 때문에 출판사는 더욱더 작가의 역량을 면밀히 살펴보게 되고, 실험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에는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초보 작가들에게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성은 과거보다 확장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SNS에서 큰 인기를 얻는 인플로언서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다양한 주제들로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출판 혹은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출간하는 부크크 등이 대표이다. 또한 개인이 출판하는 자가출판도 존재한다.


다만 강연가가 될 예정이라면 자가출판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자가출판을 돕는 업체가 생겨났다는 것은 그만큼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같은 책이라도, 기획 출간된(출판사의 검증을 받은) 책에 비해 홀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자가 출판을 했더라도 내용이 훌륭하거나 자가 출판 후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 다시 출간한 경우도 있다. 다만 강의제안서를 작성할 때, 출간 작가에게 기획 출간과 자가 출간 여부를 묻는 고객이 생겼다는 것은 참고할만한 상황이다.


2.     SNS


하지만 언급했듯 책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자신만의 홍보 채널이 있다면 꼭 책을 낼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들은 재미와 정보를 주는 사람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그들이 소개하는 물건을 구매한다. 이른바 인플로언서다.


인플로언서라는 단어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에서 왔다. 유튜버, 네이버 블로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인기 계정을 보유한 사람들을 뜻한다.


많은 팔로워를 가진 인플로언서는 자체적인 광고수익 외에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브랜디드 영상 하나로 많게는 직장인의 월급을 넘는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판매력을 보유한 인플로언서는 모든 마케터들의 영입 대상이 된다.


출판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판사는 사람들이 책을 구매할만한, 많은 팔로워 숫자를 지닌 인플로언서를 선호한다. 실제 출판 업계 사람들은 브런치와 같은 예비 작가들의 플랫폼 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조사하는 것이 업무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내 경우도 그랬다.


‘챕터 7,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없는 이유, 그럼에도 하는 이유’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나 역시 유튜브를 보고 출간 제의를 받은 케이스다. 원고를 완성한 뒤, 인터넷과 서점에 들러 백개에 가까운 이메일 주소를 취합했고 약 60군데에 보낸 메일 중 긍정적인 대답을 받은 것은 단 한통도 없었다. 실의에 빠져있던 나에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들은 내 유튜브 영상을 봤다고 말했다. 당시 구독자수는 700명을 간신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결국 강연가가 되려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하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많지 않은 기회 속에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자리를 잡는다면 높은 성취감과 보수가 따라올 것이다.


강연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콘텐츠 수익 자동화는 ‘강연 또는 강의의 디지털화’로 정의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언택트 시대가 강세를 보이며 강연 시장이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강연 시장은 언젠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연가는 앞으로 사라질 직업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강의로 인해 청중의 제한이 실질적으로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강연은 일부 스타강사에 몰리는 강연의 양극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 미래는 있다.


강연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 실력과 발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능력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타인의 노동력을 사용할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노력이 사람들의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이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다음 발걸음으로 옮겨낼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강연가는 마치 백조와 같다. 청중들 앞에서 멋지게 발표하고 사진으로 남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 흐뭇할 때가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기업에 강연 제안을 하고, 청중의 반응에 조마조마하며 피곤한 몸을 눕히기 전에 오늘 했던 일들을 SNS에 남겨 나를 홍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발을 멈춘 백조처럼 가라앉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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