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 하게 더러운 그 기분.. 그냥 극복하자
고3 때 수능만점을 받고 서울의 유명의대에 갔다고 매스컴을 탔던 그 소년은 25세되어 여자친구의 경동맥을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오늘 하루 종일 뉴스에 거론되며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다. 놀라운 건 그 이유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피해자를 불러내는 등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고 인정했다니 충격이 크다.
두 달 전에도 경기도 화성에서 역시 2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김레아라는 가명을 쓰는 남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 스토리를 자세히 다룰 정도였다.
작년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옛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남자는 앞선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3월에는 30대 남성들이 각각 서울 금천구와 경기 안산시에서 사귀던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마치 유행처럼 한 때는 아동학대로 애들이 줄줄이 죽어나더니 요즘은 왜 그런지 아동학대죽음에 관한 뉴스는 잠잠하고 연인에게 죽음을 당하는 여성들의 뉴스로 뒤덮였다.
"헤어지자는 말에"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잊을만하면 뉴스에 등장하고 있는 데 도대체 왜들 이러는가 이해가 안 간다.
거부당하는 자의 절망감과 허탈함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살면서 거부당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들의 더러운 기분, 또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자신감 추락은 누구나 맛을 본다. 그렇지만 그런 건 견디고 지나면 다 한 때의 사건이다. 추억이거나 인간사의 인지상정으로 끝날 만한 일들이 더 많다. 남녀상열지사 문제는 특히 그렇지 않은가?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진짜 알아야 한다. 내가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물론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고 쉽게 가져지는 게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당연히 남의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 이런 걸 인정하고 넘어가는 훈련은 국, 영, 수 보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거부당하는 더러운 기분이 든다고 해도,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죽일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걸 우리는 당연히 알아야 한다. 그걸 왜 못 배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힘이 없는 상대를 우습게 여기는 가치관에서 나오는 행동일까? 니 주제에 어떻게 나를 거부해라는 오만함일까?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이런 살인이 없어질 수 있을까? 일개 동네아줌마인 내가 다 마음이 착잡하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법의 순간, 파울로 코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