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기 전에도 우리는 캠핑을 즐겨 다니곤 했다. 에너지를 분출하고자 하는 미취학 아동과 외출을 좋아하는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캠핑이 딱 맞았다. 요즘 캠핑장에는 트램펄린이나 수영장, 놀이터, 산책로를 갖춘 경우가 많아서 부모도 아이도, 반려견도 즐거운 나들이가 됐다.
제주 와서도 캠핑을 하기 위해 온갖 캠핑장비를 다 챙겨 왔다. 처음엔 김녕해변 야영장에 아침 일찍 와서 모닝라면을 끓여 먹고 놀다가 집에 가는 캠프닉을 두어 번 했었다. 바다색이 예쁘기로 유명한 김녕해변엔 야영장이 잘 돼 있는데, 한 여름철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이용료가 무료다. 대신 샤워시설이나 야채 등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은 사용할 수 없다.
제주도 와서 갔던 첫 캠핑 장소는 귤빛캠핑장이었다. 당시 어린이날 갈만한 캠핑장을 찾았는데, 한 달 보다도 더 이전이었음에도 캠핑장 성수기인 탓에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천읍에 있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곳인 귤빛캠핑장으로 잡았다. 집과 가까워 여행온 느낌이 날까 싶었지만, 괜찮았다. 다만 올해 5월 4~5일 제주 날씨는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밤에 비바람이 몰아칠 때 남편이 자꾸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이제 괜찮아질 거라고 설득해 밤새 머무르긴 했다. 다행히 그때 이후로 바람이 덜 불어서 우중 캠핑의 낭만을 즐겼다. 물론, 추후에 텐트를 접을 때 보니 폴이 다 휘어져 있어서 간밤의 바람세기를 실감케 했다.
두 번째 캠핑은 라면만 먹고 다녔던 김녕캠핑장이었다. 집에서 가까워 산책하러 자주 놀러 가던 곳이기도 했다. 우리가 1박할 때는 성수기가 아니어서 무료로 머물 수 있었다. 근처에 맛집인 '해녀촌'에서 회국수를,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을 포장해 와서 간편하게 놀다가 갈 수 있었다. 특히 김녕해영장은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하준이가 마음껏 바위 위에서 고동과 게를 잡으며 놀 수 있었다.
세 번째 캠핑은 8월에 집에서 조금 먼 곳인 애월 '노꼬메캠핑장'을 갔을 때였다. 제주에서 가장 큰 캠핑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으로, 아이와 애견동반 모두 가능해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다. 특히 이곳에는 수영장과 산책로, 트램펄린장, 에어바운스장이 갖춰져 있어서 아이 놀거리도 많았다. 낮에는 얼룩이라는 순한 조랑말이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먹고, 밤에는 전체적으로 꼬마전구가 불을 밝혀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도 물놀이를 오후, 다음날 오전에 즐겁게 했는데, 아침에 사장님이 수영장에 깨끗한 물을 새로 받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밖에도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곳곳에서 마주치는 차박족이나 백패커족들을 볼 때마다 여유로워 보이고 좋아 보였다. 우도나 백패커들의 성지라는 비양도에서 캠핑을 못해본 것이 조금 아쉽다. 아이가 좀 크면 같이 오거나 아니면 부부끼리 다시 와서 비양도 캠핑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