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는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제주의 부속 섬이다. 볼거리도 많지만 관광객도 많은 우도 보다, 절경은 아름답지만 제주 답지 않은 추자도 보다도, 소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춘 가파도를 제일 좋아한다.
제주살이를 하기 전에 여행으로 가파도에 온 적이 있었고, 이후 제주살이를 하면서는 친정 부모님과 한번, 아들 친구 S양 가족과 또 한번, 남편과 올레길을 걸으며 또 왔으니, 총 세번을 왔었다.
작은 섬인 가파도는 섬 한 바퀴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데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도는 것을 좋아한다. 자전거 핸들을 잡고 정면을 바라보면 한쪽으로는 바다가, 한쪽으로는 초록초록한 밭뷰가 보이는 것도 좋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그 경치를 즐기는 기분이란! 특히 제주는 구름이 아래로 떠 있는 날이 많은데, 한 번은 가파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찍은 사진이 구름 속을 달리는 것처럼 구름이 배경이 돼줘 더없이 멋진 사진이 됐다.
가파도는 봄에는 청보리밭이, 가을에는 메밀밭이 유명하다. 다행히 우리는 일년살이를 하면서 두 번 다 볼 수 있었다. 봄에는 녹색의 청보리가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바다와 청보리의 파란색, 녹색 그러데이션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데 청보리축제 기간에는 가파도를 가는 배에도, 섬에도 사람이 많으니 차라리 축제 전후 시기에 가는 게 어떨까 싶다.
가을에는 흐드러지게 핀 흰 메밀밭이 아름답다. 소설가 이효석은 '소금을 뿌린 듯' 하다고 메밀밭을 묘사했는데 나는 안개꽃밭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제주도에서 웨딩촬영을 한다면 바다도 좋지만 온통 안개꽃밭 같은 흰 메밀밭은 어떨지 한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