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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템플스테이? 절 육아 힘들어요

by 만년소녀 Apr 02. 2025
새벽의 약천사새벽의 약천사

육지에 살 때도 꼭 한번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템플스테이. 끊임없는 업무 전화에

화장실 한번 가기도 바쁜 일정 등으로 여유가 없을 땐 정말 간절했다. 조용한 산속에서 스마

트폰을 꺼두고 풍경소리 들으며 힐링하는, 그런 상상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육지에선 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주말이나 휴가 등 시간이 날 때면 애와 개를 봐야 해서 그랬을 거

다.


지금은 제주 일 년 살기를 하면서 시간이 많으니 템플스테이 한번 도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

각이 들었다. 바쁠 때 짬 내서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시간이 될 때 하면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괜찮지 않을까 했다.


제주도 템플스테이를 하는 절 중에는 제주시에 있는 관음사와 서귀포에 있는 약천사가 유명하

다. 우리는 서귀포에 있는 약천사로 선택했다. 이곳은 저녁 조명이 예뻐서 관광객들도 보러

올 정도이고, 또 절에 야자수가 있는 이국적인 모습이 아름답다고 들어서였다. 이왕 머무르는

것, 좀 더 예쁜 데서 묵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약천사에 있는 코끼리랑 포즈 취한 하준약천사에 있는 코끼리랑 포즈 취한 하준

반려견 보리를 애견호텔에 맡기고 드디어 약천사 입성! 와보니 확실히 크고, 관광객들이 많은

절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약천사의 법당은 동양 최대 크기의 법당이라고 했다. 법

당 가운데 모셔진 비로자나 불상의 경우 높이가 9m에 달했다.


먼저 우리가 묵는 방을 안내받았는데, 스님들이 머무르는 건물의 방 중 하나였다. 다른 절의

경우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쓰는 경우도 있던데 우리는 우리 가족끼리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각 방마다 에어컨은 물론, 샤워시설이 딸린 화장실이 같이 있었는데 깨끗했고, 특히 화장실은

리모델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깔끔했다.


친절한 여자스님이 우리에게 안내를 해주며 절하는 법과 합장반배 등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7

세 하준이는 곧잘 따라 하고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테이블 위에 놓인 초콜릿만 자꾸 먹어서 우

리 부부를 곤란하게 했다.


우리는 저녁예불, 새벽 예불, 오전 예불 세 번의 예불을 다 참석하고 왔다. 우리 외에는 따로

오신 중년여성 두 명이 템플스테이 중이셨는데 한 명은 10일, 또 다른 한 명은 2주를 머무르는

중이라고 했다. 한분은 우리가 예불에 참석할 때마다 봐야 할 법요집 몇 페이지인지 등을 다

알려주시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다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큰 스님의 경우 하준이에게

손목 염주를 주셨는데, 다른 분이 말씀하시기로는 큰스님이 법당에 들어오시다가 하준이 뒷모

습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가서 염주를 가지고 오셨다고 했다. 감동이었다.


엄마아빠는 절밥이 너무 맛있었지만, 하준이는 좋아하는 반찬이 없었......엄마아빠는 절밥이 너무 맛있었지만, 하준이는 좋아하는 반찬이 없었......

밥도 첫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점심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절밥이 맛있다고는 알았지만,

정말 별거 없는 반찬인데도 비법이 따로 있는 듯 과식을 하게 됐다. 다만, 하준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반찬이 별로 없었는데 우리가 나물을 먹으라고 줘도 먹지 않아서 힘이 들었다. 겨우

따로 주시는 도시락 김으로 식사를 해치웠다.


밤에는 크게 소리치며 장난치고, 안내해 준 스님이 반가웠는지 그분 앞에서는 얌전하다가 나중

에 멀리서 그분을 보게 됐을 땐 큰 소리로 '스님!'을 외쳐서 도리어 우리가 당황했다. 힐링을

만끽하러 온 우리였는데, 한창 장난기 많은 7세 아이를 저지하느라 바쁜 템플스테이였다. 그

래도 아이가 예불 때는 의젓하게 앉아있는 편이었고, 직접 자기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해 보는

기회도 가져볼 수 있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1박 2일이라고 믿는다.


갑자기 떠오른 그날의 부끄러운 기억. 예불을 듣기 위해 법당에 왔는데 들어서자마자 합장반

배를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들어오면 바로 삼보일배해야지!"하고 잘못 말했다. 바로

옆에 관계자분이 앉아계시는데 그분은 무슨 생각하셨을까.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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