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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FC 경기 관람

by 만년소녀 Mar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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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제주! 짝짝짝 짝짝!"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 유나이티드 FC의 경기를 직관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해서 지난 6월 2

일 서귀포에 있는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마침 이날 어린이 사생대회도 열려서 하준이도 경

기 전 그림을 그렸다. 그림 주제는 사생대회 직전에 알려주는데 '제주 FC를 응원하는 모습'이

었다. 수상자는 몇 주 뒤에 알려주고, 시상식은 다음 제주 홈경기가 열리는 날 한다고 했다. 우

리 모두 큰 기대 없이 참여했고, 참가자 전원에게 주는 감귤쿠키도 감사히 먹었다.

이 그림이 또 상을 타게 되면서 우리는 다음 달 또 제주 FC 경기를 보러 오게 된다!이 그림이 또 상을 타게 되면서 우리는 다음 달 또 제주 FC 경기를 보러 오게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축구경기 직관이라 우리 모두는 설레는 마음으로 관람했다. 공짜로 나눠주

는 판박이 타투를 얼굴에 하나씩 붙이기도 하고, 치킨과 맥주도 사 마셨다. 제주 FC를 응원하면

서 우리가 진짜 제주도민이라는 소속감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아쉽게도 이날 강원

FC에 2대 1로 지고 말했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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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하준이가 어린이 그림대회에서 유치부 동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좋은 소식을 받았다. 시

상식은 같은 달 23일 울산 HD FC와의 경기 직전에 진행된다고 했다. 하준이는 단상에 올라

상과 부상으로 돼지인형, 제주 FC 굿즈 상품권을 받았다. 전광판 화면에 어린 아들이 상을 받

는 모습이 보이니 왠지 기분이 뭉클했다. 이때 당시 울산 FC 소속이었던 홍명보 감독과 골키

퍼 조현우 선수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날에도 제주는 울산에 2대 3으로 져서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날 두 골을 모두 넣은 헤이스

선수가 빛났다.

전광판에 보이는 상 받는 모습전광판에 보이는 상 받는 모습

경기 이후 하준이는 부상으로 받은 상품권에 우리 돈을 더 보태 감귤색 제주 FC 유니폼을 샀

다. 제주 와서 더욱 까무잡잡해진 피부색에 감귤색 티셔츠를 입혀 놓으니 귀여웠다.


이어 지난 9월 1일에도 제주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은 제주 유나이티드 FC와 김천 상무

가 맞붙는 날이었다. 마침 부산에서 친구도 놀러 와서 우리 가족과 함께 보러 갔다. 친구도 이

날 축구경기를 직관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서 이날 경기가 더 재미있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

음으로 지켜봤다. 그러나 현재 K리그 순위가 김천 4위, 제주가 8위라서 사실상 조금 지더라도

즐겁게 관람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관람했다. 경기장 위로 해가 지는 하늘이 연핑크빛으로 물

드는 것이 예뻐서 사진도 많이 남겨뒀다.


마침 또 이날 경기 시작 전 골키퍼인 김동준 선수의 계약이 2029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됐다. 그래서 그런지 골이라도 먹을라치면 부산 친구와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계약서 사인도 마르기 전에 골 먹으면 안 된데이!!"


아슬아슬하게 골을 막아내는 김동준 선수를 부산 친구와 사투리로 함께 응원했다. 이날 제주

의 유리 조나탄 선수가 후반전에 한 골을 넣으면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직관하러 갈 때마다

졌는데, 이기는 모습을 보니 너무 즐겁고 좋았다. 졌을 때면 다들 경기장을 벗어나기 바빴는

데, 이기니 거북이의 '비행기' 노래와 함께 선수들이 경기장을 한 바퀴 빙 돌며 관객들과 인사

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은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흔들면서 선수들을 격려하는데 정말 선

수들과 한마음이 된 것처럼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친구도 제주 와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며 만족해하는 눈치라서 뿌듯했다.


다만, 하준이는 이날에도, 이전에도 몸을 배배 꼬았다. "언제 집에 가?" 하면서. 사실 하준이는

제주도 오기 전 주말마다 차범근 축구교실을 다녔고, 제주도 와서는 쏘니 FC에서 축구 수업을

들었다. 길지 않은 본인 인생의 3분의 1 가량을 축구를 하며 지냈는데, 생각보다는 경기 관람

에 큰 집중을 하지 못했다. 축구에 흥미를 더 붙여주려고 경기 직관에도 나섰던 것인데 어떻

게 하면 축구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아이를 축구 선수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

민국 남자로서 축구를 재미있어하고, 잘하면 인생이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은데. 하준이가

축구에서 재미를 찾는 것은 우리의 숙제가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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