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수의힘 Jun 07. 2023

1점 리뷰를 받았다.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일이..

그날은 그 일이 생기기 전부터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차에 텐트를 싣고 집 가까운 캠핑장에 가서 텐트를 펴고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충전기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날일수록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노트북 배터리가 10프로 미만에 달했을 때, 그래도 급하게 보내야 할 것들은 다 보내고 간신히 컴퓨터를 끌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비가 내려 습한 기운 속에서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다 새벽 6시 정도에 잠을 깬 후, 도무지 버티지 못하고 급하게 짐을 챙겨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완전 방전 상태로 집에서 못다 잔 잠을 청하고 일어나서 크몽 앱을 보는데, 거래확정이 한 건 되었다는 메시지가 있어 아마 기간이 지나 자동확정된 건이겠거니 하고 클릭해 본 순간, 충격적인 리뷰를 보았다.


'프로그램이 너무 멍청합니다. 그냥 수작업이 낫겠네요'


온몸의 피가 발 밑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이 고객의 경우,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접근한 고객이다. 챗GPT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는 프로그램을 원했고, 이전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만든 프로그램을 그대로 보내주었다. 그 후로 아무 말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구매확정과 함께 이런 리뷰를 단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제작자와 의뢰자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의뢰한 사람의 요구를 100% 반영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 의뢰자를 100% 만족시키는 것 또한 어렵다. 보통은 서로의 요구와 의도 가운데에서 합의점을 찾아 만들어지는 것이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프로그램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수정 요청이나 취소 요청이 들어온다. 그러면 요청을 검토하여 수정이나 취소를 해주면 된다. 그런데 굳이 구매확정을 하면서 리뷰를 1점을 남기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뭐가 그리 화가 나셨을까? 서비스 설명에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하면 환불해 드리겠다는 말까지 써 놨는데. 혹시나 경쟁업체인가? 경쟁업체가 음해를 위해 주문을 했다고 치기엔 프로그램 구입 가격이 더 나갈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필이면 그 리뷰가 달린 날이 결혼기념일이었다. 참 우연이라는 게 얄궂다. 밝은 얼굴로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래서 있었던 일들을 싹 다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어떤 쇼핑몰에도 1점짜리 리뷰는 있고 긍정적인 평가가 많으면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게 그리 쉽게 잊힐 일은 아니었다. 집에 오자마자 관련된 내용을 싹 검색해서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넣었다. 크몽 측에서는 고객 리뷰를 지워주지 않지만 위원회에서 조정 권고를 받으면 지워준다는 모양이다. 최대한 억울함을 강변해서 글을 썼다. 신고접수를 하고 크몽 측에 블라인드 처리 요청을 하여 지금은 블라인드 된 상태다. 1달까지는 블라인드 처리가 되고, 그 안에 심의위원회 심의 요청 결과를 첨부하면 삭제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네이버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서 리뷰와 관련된 여러 글을 읽었다. 나만 이런 리뷰로 고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별의별 이유로 1점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장님들이 정말 많았다. 억울한 사람이 많다고 하여 나의 억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댓글 내용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답변은 그냥 잊어버리라는 말이었다. 그런 리뷰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되면 장사 오래 하지 못할 거라는 말과 함께.


기간제 교사로 일할 때도 교원평가는 참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좋은 평가가 더 많았지만 그 내용은 이제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나쁜 평가다. 물론 그 평가 속에서도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야 할 점을 배우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그 말들이 기억에 남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위 사건에 대한 감정은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흰 티셔츠에서 빨간 국물이 튀었을 때, 새로 산 차에 흠집이 났을 때와 비슷한 짜증과 분노를 느꼈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겪는 문제가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도 없고. 1점 리뷰 때문에 주문이 뚝끊기면 어쩌지 많이 걱정했지만, 아내의 말처럼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지 주문이 줄거나 하지는 않았다. 과거의 평가는 과거로 보내 버리고,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시 좋은 평가를 모아가야겠다. 처음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다시 떠올리면서 마음을 되잡는 하루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