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내가 어둠을 무서워하는거 알지?
너가 집을 비우기만 하면 늦게 잔다고, 혼자 술을 마신다고, 혼자 추운데 밖을 돌아다닌다고 잔소리부터 했었잖아. 왜 그러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모른다고 했었지? 고백할게. 사실 어둠 속에 혼자 초라해지는게 싫어서 빛을 쫓고 술 한잔에 내 두려움을 떠내려보냈어.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버 문상훈님의 오당기(「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산책을 하다가, 우리가 두 번째로 만났던 술집을 지나갔어. 두 번째 만남 제안에 집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며 골뱅이집을 추천했던 너. 사실 지도에 음식점 검색만 해도 바로 앞에 분위기 좋은 술집이 꽤 있었는데. 정말 나한테 관심이 없었나봐. 근데 내가 생각해도 내가 별로긴 했어.
순식간에 만남이 끝나고 널 집에 데려다주려고 나왔을 때, 술집 옆에서 너에게 책 선물했던거 기억나? 그 골목에서 오늘 사진을 찍어봤어. 나 사실 그날 정말 떨렸어. 책을 포장하고 싶었는데 출장 다녀오느라 그러지 못해 걱정이 됐고, 혹시나 너가 가지고 있는 책이거나 싫어하는 책이면 어쩌나 초조했어. 그래서 세권이나 선물했나봐. 집에 돌아가 김겨울 작가님을 좋아한다며 친필 싸인본 사진을 너가 보내줬을 때, 그 두근거림 덕분에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어. 눈을 감고 너와의 시간을 되감기하느라 그날만큼은 밝은게 싫었거든.
어둠 속 불빛을 찾는 나를, 옆에 자기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며 안심시켜주는 너에게 무한히 감사해. 내 마음속 깊이 검정 보자기로 싸뒀던, 너무 깊어 나도 잊고 있던 두려움을 네가 같이 꺼내 훌훌 날려주고 있잖아. 아직 어둠이 두렵고 불이 꺼지면 스스로를 찾지 못해 슬퍼하지만, 적어도 혼자 술을 마시지는 않잖아. 나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지?
내일 돌아오면 또 늦게 잤다고, 추운데 옷 따뜻하게 안 입고 돌아다녔다고 잔소리부터 하겠지? 사랑한다는 말이 먼저 듣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아.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잔소리하는 너가 나에게는 빛이거든. 너가 오면 주변이 밝아지니까, 난 너가 어떻든 좋아.
내가 어둠을 무서워하는거 알지? 그러니까 얼른 와서 잔소리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