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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Feb 18. 2023

일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종종 초보자보다 경력자를 가르치는 일이 더 어렵다. 카페에서 일해봤고, 커피에 관심이 많아 여러 교육도 받았으며, 업계에 아는 사람이 있어 쓸데없는 정보도 많이 아는,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소리다. 


카페마다 기준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 처음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경력자의 경우,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현재 속해있는 카페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아무리 자신의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해도 그건 그냥 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카페에서 다시 일을 했을 때,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난 초보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마음 가짐으로. 그럼에도 익숙한 예전의 방법이 낯선 지금의 기준에 태클을 걸었다. 이렇게 하면 더 편한데,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완전한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생각은 생각으로 그칠 뿐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니, 이 방법이나 저 방법이나 습관의 차이일 뿐이지 도긴개긴이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기준이라는 것이 모호해서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음료는 얼음을 ‘이만큼’ 담아야 합니다,라고 알려주지만 ‘이만큼’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 물이 좀 많으니 줄여주세요, 해서 물을 줄이면,  다른 사람은 물이 너무 적으니 더 담아주세요,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이 할 수 있는 말은 ‘네, 알겠습니다’ 뿐이다. 이런 억울한? 시간을 견디다 보면 나중에는 기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별말 없이 넘어간다. 사실 이전하고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도 말이다. 


일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 중에 챙길 것은 챙기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일을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모든 것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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