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포착증후군이 남긴 교훈

이해되지 않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by 펭귀니

입원 31일 차


척골신경 포착(Ulnar nerve entrapment)은 척골신경이 물리적으로 포착되어 있어 통증과 마비, 그리고 약화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신경포착(신경유착) : 다치고 나서 염증반응이 생기는 과정에 신경 조직이 주변 조직과 들러붙으면서 발생한다.


사고로 팔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받았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다른 병원을 찾다가 지인이 추천해 준 동네 한의원에서 추나치료와 약침치료를 받으며 호전되기 시작했지만 치료 1회 만에 임신사실을 알았다.


나는 내 통증이 신경포착 때문인지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내느라 바빴다. 간간이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외상의 심각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임신을 하기 전에는 파스를 붙이고 약을 먹으면 그럭저럭 운전, 노트북 작업 등 대부분의 일을 힘겹게나마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임신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했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았다. 내가 먹은 약과 통증감소를 위해 받았던 치료들이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는지 걱정되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랑이를 품었던 37주 5일간 파스 하나 내 마음대로 붙일 수 없고 약도 먹지 못했기에 내 신경유착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밤에 힘들게 잠들었다가도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깼다.


임신 중에는 '태동이 활발한 시간이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아기가 9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새벽 4시면 깜짝 놀라 팔을 부여잡고 눈을 뜬다.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염증이 활성화되는 시간이 새벽 4시경이라고 알려주셨다. 설명을 듣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는 동안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마련이다. 일단 사고를 겪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더불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처음 내원했던 동네 정형외과에서 왼쪽 엄지손가락 인대가 부분 파열되어 있을 뿐 엑스레이상 골절 부위가 없기에 별것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인체는 복잡 다단하다. 뼈뿐만 아니라 인대와 건, 힘줄 등 다양한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다. 엑스레이로, 심지어는 MRI로도 알 수 없는 통증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진출처 : 네이버블로그 ajazzz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이 않을까. 우리는 각기 다른 모양의 아픔을 가지고 산다. 자기 자신의 아픔만 이해할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의 아픔은 잘 모른다. 심지어는 충분한 소통을 거친 상태일지라도 상대방이 말한 만큼만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아픔에 좀 더 조심스럽게 다가갈 줄 아는 민감함이 필요하다.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지만 이로 인해 깨달은 것도 많기에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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