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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입원생활
16화
마음이 뜻대로 안 될 때
건강보험료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
by
펭귀니
Mar 14. 2024
입원 31일 차 밤.
퇴원이 또 한 주 미뤄졌다.
왼팔을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 이대로는 집에 돌아가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렵다.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판단에 따르기로 결정했지만 아기와 육아를 맡아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건강보험료 축내는 사람 말고 건강보험료 내는 사람 되고 싶어요."
치료받을 때마다 자조 섞인 간절한 염원으로 주치의 선생님을 당황시키곤 했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 같은데 여기서는 쉬어야 해요."
노트북을 캐비닛에 넣고 야무지게 잠가버렸다.
엄마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가 싫다. 가족들에게 민폐 끼치는 내가 혐오스럽다. 마음을 다잡아보려 해도 잘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이곳 브런치에서 수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병문안을 와 준 친구들도 있었다. 남편이 주말마다 아기를 데려와줘서 잠시나마 아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환자분들 중 마음 따뜻한 분들을 많이 만났고 직원분들의 친절에 늘 감사하려 노력했다.
그냥 이런 날도 있구나. 그저 내 마음을 조용히 살핀다. 그리고 토닥여준다.
'일주일 더 치료받는다고 해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야.'
'더 잘 책임지기 위해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삼행시를 선물 받은 청소여사님께서 챙겨주신 커피와 티슈. 같은 방 아주머니께서 퇴원할 때 선물 주고 가신 로션과 핸드크림. 이곳 병원에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낯선 타인을 대하듯이 가족을 대했는가'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본다.
결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면 돼.'
후회하고 자책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다잡는다.
뜻대로 안 되는 마음을 꼭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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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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