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34일 차.
내가 입원한 병원은 척추관절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한방병원이다. 병동환자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억울한 환자'라는 자조 섞인 정체성에 도달하곤 한다.
이곳저곳 통증으로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환자 대우를 받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는 결코 웃어넘길 만큼 가볍지 않다.
골절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질병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각종 염좌. 타박상 등으로 인한 신경통의 경우 실제로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꾀병으로 오해받기 쉽다.
"타박상인데 며칠만 쉬고 싶어요."
"신경통으로 휴직 좀 할게요."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밖은 비가 온다.
그래서인지 왼팔이 저리고 시큰거려 잠이 오지 않는다.
낮에 치료받고 힘들어서 낮잠을 자기도 했지만 지금 내 불면의 원인은 통증이다. 아프기 전의 난 낮잠 자고도 밤에 잘 잘만큼 잠꾸러기였으니.
신경안정제와 진통제를 먹었다. 그래도 소용없다.
제길. 오늘 밤은 틀렸다.
글을 써도, 안 써도 어차피 아플 거라면 쓰고 아픈 게 낫다.
이 와중에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아니라 시큰거리고 저리는 수준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어느덧 만성통증만렙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허탈해진다.
오래 아프다 보니 아픈 것에도 적응이 된다.
그래도 내일은 치료받고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비가 그치고 맑은 날씨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