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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쟈씨 Aug 08. 2024

설거지; 스스로 불러온 재앙

 지난 화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집안일인 빨래 개기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제목에서도 있듯이 설거지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싫어하는 설거지는 집안일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집에서 최소 끼를 챙겨 먹고 베이킹까지 하는 나는 그야말로 종종 설거지 무덤에 빠지게 된다. 이따금 요리에 관한 영상을 찍을 때면 양은 배로 증식하고 만다.

위 사진은 혼자 먹을 1인분의 양을 영상 촬영 후 설거지한 사진이다. 보기만 해도 목디스크가 오는 것만 같다.


설거지가 귀찮고 힘든 건 설거지를 해 본 모든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타이틀까지 부여할 정도로 설거지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데에는 개인적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이다.

땀이 나지 않는 것과 설거지가 힘든 것이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고? 나는 땀이 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열이 몸에 그대로 갇힌다. 그중에서도 특히 얼굴 열은 가장 늦게 식기 때문에 몸은 서늘해도 얼굴은 불타는 홍당무 상태를 유지한다. 베이킹이든 요리든 버터나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거지할 뜨거운 사용은 필수인데 특히 이런 여름철 뜨거운 수증기를 설거지하는 내내 맞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혹시나 땀이 날 때까지 운동을 안 해봐서 그렇다거나 이런 소리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미리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스피닝 두 타임을 타고 점핑 운동을 하고 헬스를 두 시간 하고 찜질방에 앉아 있어도 땀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내가 주방도구 수집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구매한 계란후라이팬과 이것을 이용해 만든 계란후라이

나는 웬만하면 장비빨을 세우지 않는 편인데 유일하게 장비빨을 세우는 분야가 바로 주방용품 쪽이다.

최근에 베이킹까지 시작했으니... 말 다했다고 본다.


꽤나 미니멀리스트 라이프를 선호하는 내가 주방만은 모든 수납장에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맥시멀리스트가 된다.


기념일 케이크를 만들어 보겠다고 구매한 스패출러. 케이크는 대차게 망했다.


 마지막 이유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 노하우가 부족해서 요리할 때 무수히 많은 도구를 사용한다.

 체급에 맞지 않는 요리를 하겠다고 나서서 어찌어찌 완성은 시키지만 다 만들고 난 이후의 상황은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생긴 노하우는 요리를 하면서 중간중간 설거지를 한다. 특히 기름이 묻지 않은 그릇이나 도구들은 물로만 대충 슥슥 헹궈서 건조대에 둔다. 이러면 요리를 하는 과정은 꽤나 정신없지만 끝이 깔끔하긴 하다.

이런 게 가정집에 왜 있는 거지

나는 위의 이유들로 설거지를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 일컬을 정도로 선호하지 않아 주말엔 보통 내가 신나게 요리하면 짝꿍이 설거지를 한다. 짝꿍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뒤에서 엉덩이를 팡팡 때리고 있는 것이 나의 주말 힐링 중 하나이다.


이사를 하게 된다면 꼭 식세기(식기세척기) 이모님을 모셔야지라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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