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let me
넘칠 만큼 목욕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갔다. 물은 뜨거웠지만 미적지근한 생각들이 비누 거품처럼 몽글거리며 부풀어 올랐다가 '톡'하고 터지기 시작했다.
"내게 넘치는 건 뭐고, 부족한 건 뭐지....게다가 허락되지 않은 건 또 뭘까?"
'넘치는 건 잡생각이고 부족한 건 깨달음이다.'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방울방울 터진다. 이방 저방 꽂혀있는 펜과 종이는 넘치는데, 왜 맨날 그 위는 백지장처럼 창백한 걸까.
꽃이 허락받고 피지 않듯이, 비가 허락받고 내리는 게 아니듯이, 봄도 허락받고 오지 않는다.
허락이 필요치 않다는 건, 이미 모든 게 허락되어 있다는 뜻이라 여겼다. 그러겠노라고 마음만 먹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허락을 구하는 건 어쩌면 핑계를 찾고 있는 건지 모른다. 허락받았으니까, 받지 못했으니까 내 잘못은 아니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나에게서 비롯된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란 걸 안다.
'뜨거운 질문'을 한입 베어 물고 나는, 나를 허(許)하려 한다.
첫눈 밟듯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를.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살포시 미소 짓기를.
시간의 갈피마다 뭉클한 감사를 끼워넣기를.
발맘발맘 나답게 살아가기를.
마지막으로,
함께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