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들리시나요?
아버지라고 불러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네요
당신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기억하고 싶은 건 건 당신의 얼굴이지만
기억나는 건 당신의 등 뿐입니다
업히고 싶은데, 기대고 싶은데
당신의 등이 자꾸 생각나서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았지요
지금 저보다 더 젊은 당신이 웃고 있네요
당신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당신 얼굴에 손가락 하나 얹어보았다가
당신의 청춘이 궁금해졌어요
들어줄 마음이 없었던 저 때문에
외로웠을 당신에게
이렇게 첫 편지를 씁니다
나이 든 아버지를 갖고 싶었어요
편지를 접다가 손가락을 베였어요
점점 차오르며 붉어지는 당신을 봅니다
묽어지지도 옅어지지도 않는
당신이 제 안에 있었네요
당신의 등이 시 한 편이 되었어요
'책등'이 된 당신의 등을
서가에 꽂아두고
매일 꺼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