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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조금씩

무게를 견디며 매일 달리기도 삶의 루틴도.

by 윤은채

9월에 이어, 10km 마라톤 기록을 또다시 단축했다. 이번엔 단순한 몇 초가 아니었다. 10km / 53분 21초에서 52분 14초로, 무려 1분 7초를 앞당겼다. 허벅지가 무거워서 마지막에는 허벅지에 모레주머니라도 단거 마냥 무거웠지만 페이스를 유지하고 달렸다. 단축된 기록에 하루종일 싱글벙글이었다. 달라진 건 기록만이 아니었다. 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는 능률도 오른것 같다.이제 달리기는 몸을 단련하는 시간을 넘어, 감정을 씻어내고 머리를 맑게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감사일기와 필사, 운동도 매일 실천했고, 어깨 치료도 주 2회 열심히 받았다. 그 결과, 몸의 통증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루틴은 어느새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매일 조금씩"이라는 원칙이 가장 큰 회복과 변화의 열쇠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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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 10편도 무리 없이 완주했다. 책을 읽고 정리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다만 횟수는 기대보다 부족했고, 11월에는 더 자주 책과 마주하고 싶다. 9월에 이어 10월도 찬희 간식 배달로 시간이 빠듯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아침에 간식을 싸주기로 결정했다. 매일 2시에 마주 앉던 쏠쏠하고 따뜻한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그만큼 하루에 새로운 1시간이 생긴다는 사실이 또 다른 기대감을 준다. 두 달간 매일 간식을 전했던 습관은 찬희에게도 내게도 작지만 뿌듯한 연결의 기억으로 남았다.


이유식 상담을 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은 누군가의 속 이야기를 진심으로 마음으로 듣는 일을 하고 있다.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마주한 지도 어느덧 8개월. 솔직히 시작은 가벼웠다. 지금처럼 무게가 생길 줄 몰랐고, 책임이 이렇게 깊어질 줄 알았다면 겁이 나서 시작도 못했을지 모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맡긴 것도 없지만 나는 묵묵히 이 일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더 열심히 잘해내고 싶다고 진심으로 느끼는 중이다. 본인의 속마음을 다 열어 보여주는 사람들 앞에서 어찌 진지하지않을수 있을까.


추석 연휴에는 여행 대신, '눈뜨면 나가서 달리고 놀고 먹고 서점에 가고, 만화카페도 들르고, 맛집에도 가는' 즉흥의 연휴를 보냈다.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오히려 그 즉흥이 가장 자유롭고 충만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서울이랜드와 충남아산의 축구경기를 직관하며 가족과 함께 열기와 박수를 나눈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 10년 만에 염색도 했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거울 속 나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즐거운 계기가 되었다. 그저 머리색 하나였지만, 그 변화가 마음의 결도 조금 바꿔놓았다.


10월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매일의 성실한 반복 속에서 진짜 성취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루틴을 지키고, 기록을 단축하고, 마음을 듣고, 몸을 돌보며 나는 '몰입'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활 속에서 진짜로 체감할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들이 모여 단단한 한 달을 만들었다. 11월엔 찬희가 좋아하는 일본어 축구 책을 번역해보려 한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정리하며, 계획한대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려고 한다. 삶은 거창한 계획보다, 매일의 작은 선택으로 만들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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