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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07. 2017

이건 쓰레기가 아니야!
보석 같았던 쓰레기 아르바이트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새벽 공기가 날카롭다. 한 여름에도 새벽 공기가 차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게 버스도 다니지 않는 날카로운 달빛 아래 나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다. 이 글은 내가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이야기이다.


‘쓰레기’ 사람들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을 쓰레기라고 부른다. 옳지 못한 사람을 부를 때도 이 단어를 쓰곤 한다. 쓰레기를 버릴 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버린 쓰레기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걸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이 알바를 하기 전까진 잘 몰랐었다. 그저 집 앞에 종량제 봉투로 내놓으면 누군가 가져가서 어디에 묻던지, 태우던지 하겠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느 계절에나 날카로운 새벽 공기를 가르고 도착한 폐기물 처리업체 많은 사람들이 잠들고 있을 시각, 어쩌면 늦잠 자는 사람들이 막 베개에 머리를 뉘일 시간. 그런 시간에 벌써 산처럼 쌓여있고, 앞으로도 계속 들어올 막대한 양의 쓰레기들. 사실 폐기물 처리 업체는 24시간 풀가동된다. 주간에는 병아리라고 귀여운 호칭으로 부르는 노란 차로 주간조가 돌며 쓰레기를 수거해온다.



주로 업장에서 나오는 일반쓰레기+음식물쓰레기들, 환경미화원들이 처리하고 지정장소에 적재해둔 도로 쓰레기 포대. 구청의 오더로 수거해오는 장롱, 침대, 소파 등의 대형폐기물들.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들 등이 주로 수거된다. 야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차’로 알고 있는 녹색 차량으로 지역구 전체를 샅샅이 돌며 종량제, 적재, 재활용, 눈에 보이는 모든 쓰레기를 수거해온다. 그래서 우리 같은 야간 알바들이 주로 보는 것은 녹색 쓰레기차가 가져오는 일반쓰레기들과 커다랗고 길쭉한 그물망 트럭이 가져오는 재활용 쓰레기들이다.


앞서서 글 초반에 “쓰레기를 버릴 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에 쓴 거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쓰레기를 버릴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씁쓸한 현실이다. 가장 더러운 일반쓰레기가 제일 쉽다. 내용을 모르는 분들께는 의외의 문장일 것이다. 일반쓰레기는 봉투 그 자체로 모두 섞여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가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기계들을 통해 처리를 한다. 그래서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옆에서 장비들의 운용을 돕거나 쓰레기 더미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물질이나 특수물질들은 골라내기만 하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모아서 바이오업체로 보낸다.


가장 많은 인력이 들어가는 건 역시나 재활용이다. 어쩌면 내가 알바를 했던 업체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재활용은 정말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 게다가 분리수거가 잘 안되어있다. 재활용 작업은 기계(라인)와 사람이 일일이 분리해내야 한다. 기계는 비중이 무거운 것들 위주로 컨베이어 벨트가 진동으로 털어가며 자동 분리한다. 물론 그마저도 완벽하지 못해 벨트 끝에는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잡아 분리한다. 종이, 비닐. 재활용 쓰레기 중 가장 가벼우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무거워지는 쓰레기들. 이곳에서 일하다 보면 내가 평생 알고 있는 상식의 무게에 혼동이 온다.



잠깐 동안 대타로 주간 대형폐기물을 수거하러 다녀본 적이 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가구를 많이 버리는지 그때 처음 느끼게 되었다. 가구업체가 왜 많이 생기 고 끊임없이 장사가 되는지도 그때 깨달았다. 개중에는 산지 한 달도 안돼 보이는 멀쩡한 가구들도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본 것들보다 상태가 좋은 것들도 많았다. 체면만 버린다면 하나쯤 슬쩍하고 싶었고, 실제로 몇몇 가지는 일하는 분들이 가져간다. 참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하고 나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얻었다. 더 이상 쓰레기를 쓰레기로 보지 않는다. 버릴 때도 최대한 깨끗하게 버리고, 분리수거를 아주 칼같이 한다. 음식쓰레기로 버리지 말라고 지정된 물품(예:달걀 껍데기, 닭뼈, 조개껍데기, 사골)은 반드시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다. 그것도 잘 건조해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딘가로 사라져서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치워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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