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나를 둘러싼 것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나 자신 스스로와 내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변화의 첫 단추는 단연코 '정리'와 '요가'라고 할 수 있다.
지난겨울 약 2천만 원이 가까운 사기사건을 당하고 나서 한동안 무력감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털어내 보려 긴 여행도 다녀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쉽사리 나아지지가 않았다. 돈을 잃어버렸다는 그 자체보다는 그 돈으로 하고 싶었던 모든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점이 힘들었다. 계획했던 것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무너지게 되었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답답한 어떤 구렁텅이 안에 갇힌 것만 같았다.
꽤 오랜 시간을 수렁에 갇혀 지내다 내 마음에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된 것은 '정리'였다. 정확히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의 도움을 받아 장장 한 달이 넘는 대청소를 하게 되었다. 남편과 나, 고작 두 명이서 사는 집에 무슨 짐이 그리도 많았던지 부엌, 발코니, 옷방 등 구석구석 케케묵은 짐들을 다 꺼내 정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비워내고 정리하는 대청소를 시작하고 나서 삶 자체가 많이 간결해지고 깔끔해졌다. 정리를 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요리를 더 많이 시작한 것이었고, 그러면서 요리에 대한 나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 짝꿍을 위해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몸이 건강해졌고, 관계가 더 좋아졌고, 지출이 많이 줄어 재정적으로도 더 건강해졌다.
또한, 30대 이후 매년 계획표에 써오던 ‘다이어트’는 늘 매번 실패로 끝이 났었는데, 정리를 하고 생활 패턴이 변화하니 크게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6kg 이상 체중감량을 하게 되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더 가뿐해지고, 운동을 하는 것도 더 재밌어지고, 그러니 자연스레 생활에 더 활기와 생기가 돌고 삶 자체에 선순환이 생기게 되었다.
정리와 요가가 삶에 가져다준 긍정적인 변화는 굉장히 맞닿아 있고, 그 변화들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해 8월, 요가를 시작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대학생 이후 핫요가나 스포츠센터에서 하는 요가를 잠깐씩 해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요가원에서 제대로 된 요가를 시작하고 꾸준히 매주 요가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요가는 회사 일로 요가 클래스를 만들게 되면서 만나게 되었던 요가 선생님의 미소에 반해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몇 달간은 행복과 고통이 뒤섞인 시간들이었다. 그간 방치해두었던 내 몸이 가장 쉽고 기본적인 아사나(요가의 동작) 자체도 소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때로는 곁눈질로 나와 달리 동작들을 매끄럽게 해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트에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온전히 나와 아사나 그리고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더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유를 찾고 싶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자연에 가까이 가고 싶다
잘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그리고 남들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에 맞춰 요가를 해나가자고 다짐하며 요가를 한지 딱 1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지만 1년 사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몸이 변했고, 몸이 변하니 마음도 변했다. 몸과 마음이 1년 전과 비교하여 몰라보게 유연해지고, 단단하게 근육들이 붙었다. 몸이 견고 해지는 만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생각들도 명료해지고 있다. 꿈만 같았던 아사나에도 한 발짝 더 다가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의 정직함을 믿게 되었다. 아직까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를 경험했기에, 건강한 몸은 꾸준히 땀 흘리는 시간이 쌓여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는 요가에서 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도 뻗치기 시작해, 삶을 단거리 선수처럼 바라봐오던 시각 자체에도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지고 삶을 바라보게 해주고 있다.
4달이 남은 올해의 마지막 쿼터는 하고 싶었지만 그간 미뤄왔던 것들을 차곡차곡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10월에는 요가 수련 1년을 기념하여 발리로 열흘간 요가 리트릿을 떠날 예정이다.
우울함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시간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마음의 소리를 계속해서 따라 완전히 몰입하여 남은 2019년의 하루하루를 채워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