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탈출기(3) 탈출플랜 세우기
너도 아끼면서 사는 법 좀 배워봐
본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이 상황을 글로 남겨보려고 브런치에 가입했다가, 서박하 작가님의 “소비단식일기”를 읽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책으로는 읽지 못하고 브런치에 공개된 이야기만 읽었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결이 비슷하게 느껴져 열심히 읽었다. 20년에 시작하셨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하시고 노력하시는 부분도 대단하고, 나도 20년에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이 시리즈 자체가, 다른 개념의 소비단식 일기와도 같은데, 그냥 되는대로 돈 펑펑 써대던 철없는 인간이 징징대는 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80%는 맞는 듯하다. 하지만 남은 20%는,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살려는 내 의지와 후회이므로,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갈 방향과 의지를 다져보려는 의도도 있다. 글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부모님이 빚을 갚아주시진 않기로 했다. 이건 충분히 예상했던 바다. 자식이 만든 손해 부분을 다 메꿔주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어떠한 면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들이 시기에, 그 상황에서 나에게 뭐라고 혼내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정리하시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정하기로 했다. 나는 매달 100만 원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깔끔하게 주거래은행의 마이너스통장만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간도 큰 나는 다른 주머니는 하나도 없이 오로지 저 빚만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비상금은 하나도 없이.
그렇게 짜인 내 마이너스 탈출플랜은 이렇다.
마이너스통장이자 월급통장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그리고 엄마가 내게 매달 100만 원씩 생활비(?)를 준다. 그리고 엄마는 주기적으로 통장정리를 해 내가 은행어플로 허튼짓을 하지 않는지를 검사한다. 엄마에게 너무나도 못할 짓이지만, 그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나는 다행히 결혼도 안 했고, 부양가족도 없기에 내 한 몸 건사하며 돈만 갚으면 되는 거였다. 물론 혼자서는 그걸 여태까지 실패했지만!
이후 엄마는 갑자기 기가 막혔는지 뜬금없는 타이밍에 말씀하셨다.
“자식이 30대 중반이면 지 앞가림하고 살아야 하는데, 내가 이 나이에 자식 돈 부쳐주려고 은행이나 왔다 갔다 해야 된다니 진짜 어이가 없다”
맞는 말이라 또 눈물이 났다. 엄마도 눈물을 삼키면서 말씀하시길래 더 그랬다. 창피해 죽겠다 정말로. 사실 내가 빚을 고백했을 때, 별다른 말이 없으셨던 게 정말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와중에도 나를 위해 말을 삼키고 계셨음을 다 알기에. 왜 그랬냐고 물으셔도 기억이 안 난다. 그냥 그때는 그래야 할 것 같고,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왜 그랬는가와 이제라도 정신 차려 다행이라는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
사기당했다 치고 앞으로 잘하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그 뒷면에 여기서 더 뭐라고 해서 뭐 하나.. 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안다. 사실 사기당했다는 건 맞는 말이긴 하다. 부모님이 당신들 모르게 나한테 당해버리신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