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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Feb 28. 2024

회사원이라는 히어로

#7

오랫동안 휴식의 시간을 보내다, 잠시 6개월간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때였다. 난 새로운 곳에서 해보지 않은 일을 맡아하다 보니,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게 버티듯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 버스와 전철을 타고 서울로 출근을 하던 어느날이었다. 지하철역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안내 방송과 전철소리, 그리고 가끔 옆을 지나는 자동차소리가 들렸다.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문열리는 위치에 맞춰 두 줄로 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철이 도착하자 그들은 이미 승차한 사람들이 가득한 속으로 들어가 무표정히 자리를 잡고 서있는다. 매일 보는 풍경이었다.      

전철안은 매일 그저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슷한 양복바지에 셔츠, 세미정장에 구두, 운동화에 안경, 백팩이나 크로스백, 휴대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모습의 사람들이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자신의 윤곽을 따라 경계가 선명해지더니, 하나 하나의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 지하철에 내려 각자의 회사로 들어가서 무슨 일인가를 하는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도 해내고 마는 사람들인거겠지. 생각들었다.

 능력자들...!     


‘회사원’이라는 무채색의 이름으로 불리며, 비슷한 옷을 입고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너무나 평벙하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로 보여졌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거다.     

그렇다. 이들은 실은 능력을 숨기며 살고 있는 히어로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사람, 학교에서 행정을 보는 사람, 무역회사에서 회계를 하는 사람,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 디자이너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은행에서 사무를 보는 사람, 중간관리자로 업무지시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존재였다. 그리고 평범한 복장과 표정을 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어려울 수 있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사람인거였다.   

  

그리고 이들은 일만 하며 지내는 게 아니라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부모를 돌보기도하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는거였다. 난 지금 내 일 하나를 해나가기도 버거운데, 대단한 사람들이다 싶었다. 갑자기 이들이 위대해 보였다.    

 

내가 쉬며 지낼 때, 이 세상에서 직업을 갖고, 스스로 밥을 챙겨먹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키우고, 여행을 다니고, 취미생활을 하며 사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며, 특별하고 축복받은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안에서 세상에 묻히고 쓸려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도 보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생활을 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며 살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회사원’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불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인식하지 못했던거같고, 그 속에 정신없이 있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거같다.     

그렇게 새삼 여기 전철의 사람들이, 회사의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냥 히어로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데, 삶까지 동시에 살아내는 진정한 능력자들이다.

      

이들을 보며,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가정도 생기도 사람도 태어나고 일도 진행되며 세상이 굴러가고 있는거겠지 싶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난 어찌해야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나도 남들처럼 잘해낼 수 있다면. 남들보다 잘하는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전철안 히어로들의 표정을 보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고 있는거 같다. 아마 내가 조금 전까지 그랬던 거처럼 아직 그들이 히어로인 줄 깨닫지 못한것이리라.


나는 그들과 같은 히어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것이 보였을지 모륻다. 그러면 그게 나의 능력인가란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능력을 갖고 날아다니는 진짜 히어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부심을 갖고 이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면 좋겠다. 그리고 히어로인 당신들은 자신이 히어로임을 깨닫고 좀더 행복해지시길 바란다.     

당신은 히어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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