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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신부와 은방울 꽃

Apogee by Louis Vuitton

송송 커플이 결혼할 때,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결혼할 때, 아름다운 신부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은방울꽃이었다. 은방울 꽃은 꽃꽂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한 번은 그 꽃을 중심으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을 정도로 귀하다. 귀한 몸값처럼 은방울 꽃은 작은 방울방울이 수줍게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모습마저 너무 이쁘다. 그런데, 이 은방울 꽃의 향은 결코 강하지 않다. 가까이 코를 대고 맡아서 이렇다 할 향은 아니지만 싱그러운 비누 냄새처럼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은방6.jpg 은방울꽃 부케를 든 캐이트 왕세자비

은방울 꽃의 학명은 majalis 또는 maialis이며 뜻은 "belonging to May"라고 하며 5월 1일 노동절이 되면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선물하는 꽃이었다고 한다. 한 줄기당 다섯 송이에서 15송이까지 피는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해 보였는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날 때, 이브가 흘리던 눈물이 꽃이 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에르메스가 꽃이 너무 아름다워 아무도 볼 수 없게 직접 관리하던 꽃이라는 "썰"도 있다. 영국에서는 5월이 되어 은방울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알고 축제를 벌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은방울꽃을 마음에 드는 처자의 집 앞에 놓아두면, 처녀도 마음이 통하면 이 꽃을 머리에 꽂고 춤을 추러 갔다고 하니, 예로부터 사랑을 상징하는, 혹은 사랑의 결실, 결혼을 상징하는 꽃임은 틀림없다. 더군다나 가장 결혼하기 좋은 5월, 5월의 신부에게 가장 어울리는 꽃 또한 이 은방울 꽃으로 여겼을 것이다.


은방울 꽃.jpg 은방울꽃

은방울꽃은 아주 작은 종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는 결혼한 사람들이 자신을 숙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의미로 예로부터 부케로 사용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던 결혼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인내해야 하니깐 말이다. 아니면, 사랑이라는 것은 하루도 채 가지 않는 은방울꽃과 부질없고 짧은 감정이지만, 앞으로 가정을 꾸린 후 이야기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선인들의 교훈이 담긴 것을 수도 있다. 열렬한 사랑으로 결혼은 하지만, 자신을 숙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라는 의미로 결혼식 부케로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상하게 은방울 꽃만 보면 결혼은 무엇일까,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한참 든다. 사랑도 결혼도 어쩌면 이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 써서 맡으면 은은하게 나는 친숙하고 깨끗한 비누향처럼,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신경 쓰고 그 은은한 인간에 나도 젖어가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싶다.


Apogee는 Louis Vitton에서 만든 향수다. Floral 계열이지만, 제일 먼저 강하게 다가오는 citrus 향이다. 그리다 조금 지나면 은방울 꽃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엔드 노트는 재스민과 매그놀리야 향인데, 솔직히 내가 맡은 은방울 꽃 향은 정갈해지는 느낌이었는데, Louis Vitton은 아주 화려한 향으로 변신시켰다.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화려한 사랑도, 화려한 결혼도 행복이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둘이서 Apogee (최고점)을 찾으라는 의미 아날까? Apogee by Louis Vuitton 막연히 짝을 찾고 있는 누군가에게 추천한다.

캡처.JPG 은방울 꽃과 Chinese magnolia
캡처2.JPG Apogee from Louis v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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