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운동 이야기>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종교들을 품에서 성장시킨 요람과도 같았다. 인도-아리안은 기원전 2000년 전부터 멀어지시 시작해서 기원전 1700년 경부터 리그 베다가 집성되고 이는 인도 힌두교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아베스타 이란인들이 세운 페르시아는 바빌론 유수에서 유대인을 풀어주어 유대교가 지속되게 했으며 덕분에 훗날 기독교가 탄생했다. 또한 시간이 흘러 로마의 박해를 피해 페르시아로 건너온 기독교는 교리를 재정비하여 동방으로 뻗어나갔다. 이때 들어온 기독교가 이란 일부 지역에 아직 남아있기도 하다. 또한 아랍인들의 민족 종교였던 이슬람교를 세계종교가 될 수 있도록 사상적, 문화적으로 뒷받침했다. 변두리에 있던 시아파를 전면에 내세워 이슬람 중심 세력의 한 축으로 끌어올린것도 이란이다. 이렇듯 페르시아는 고대 종교 이야기를 논할때 큰 한 줄기를 차지한다.
재미있게도 종교만큼이나 운동에 있어서도 그 뿌리를 추적해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대부분 페르시아로 귀결된다. 한가지 예를 들면 쇠포탄에 손잡이가 달린 형태의 운동기구 케틀벨 또한 페르시아를 기원으로 한다. 러시아에서는 케틀벨을 '기르гиря'라고 부르는데, 이란에서 페르시안밀을 휘두르는 동작을 '기리گیری" 라고 한다. 케틀벨을 부르는 ‘기르’와 페르시안밀을 휘두르는 동작 ‘기리' 둘다 ‘들어올리다'를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기란Giran'을 어원으로 한다. 페르시아는 종교와 운동의 요람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자가 신에게 바치는 글로 시작되었듯이, 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제전은 운동 경기를 신들에게 바치는 의식Ritual이였다. 페르시아 또한 그들을 대표하는 주르카네 고대운동이 그들의 토착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7단계의 창조, 7가지 신의 속성과 7가지 절기, 악을 대적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로서의 교리가 샤나메 서사시 속 루스탐의 7가지 과업이 되었고 현재 주르카네에서는 고대운동을 7가지로 구분한다.
주르카네에서 행해지는 행해지는 고대운동 7가지 세션은 쉐나, 페르시안밀, 파 자단, 상, 카바데, 차크, 코시티 파흘라바니다. 주르카네에 방문하면 보통 두 시간 동안 쉐나, 페르시안밀, 파 자단, 상, 카바데, 차크를 진행한다. 전투 상황을 가정하는 6가지 운동을 마치 웜업 처럼 진행한다. 그 뒤에 코쉬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라 불리는 레슬링을 본 운동으로 수행한다. 아후라 마즈다를 대변하는 6가지 속성 아메샤 스펜타 그리고 아후라 마즈다 까지 7이 되듯 가장 순수한 맨몸 전투 레슬링을 대변하는 6가지 운동과 레슬링을 합쳐 7이 된다. 고대운동의 완성은 결국 레슬링(씨름)이다.
현재는 레슬링이 분리되어 앞서 언급한 6가지만을 주르카네에서 하고 레슬링은 따로 레슬링 매트가 있는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주르카네 운동이 행해지는 고드Gowd가 많은 인원이 레슬링을 하기엔 좁고, 계단의 모서리나 딱딱한 바닥 등 레슬링 기술 중 다칠만한 위험요소가 많아서 레슬링 공간은 외부에 따로 마련하거나 레슬링 체육시설을 대관해서 사용한다. 물론 아직도 딱닥한 고드바닥에서 터프하게 레슬링을 하는 오래된 주르카네도 남아있다. Sajjadieh 주르카네는 고드Gowd 바로 옆에 따로 레슬링 매트가 깔려있었다.
쉐나ﺷﻨﺎ
본격적으로 고대운동을 함께 한 것은 두번째 방문부터다. 보통 나같은 초보자는 고드Gowd안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머나먼 한국 땅에서 온 여행자에게 고드Gowd안에서 운동 할 수 있는 특혜를 주었다. 고대운동 전반을 지휘하는 모쉐드가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한다.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다른 초급 수련생들이 부러워하는 눈치다.
“록사드!”
모쉐드를 향해 경기장 입장에 대한 허락을 구하고 고드에 입장해서 땅을 한번 터치, 입을 터치, 하늘을 향해 예를 표한다. 함께 고드Gowd에 입장한 수련생들 대부분이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들이다. 나와 악수를 하고 그손을 자신의 입에 가져가 입을 마추는 그 모습에 이곳 페르시아의 예절과 겸손함을 느끼는 동시에 만두피 처럼 뭉개진 할아버지의 귀를 보며 오랜 세월 수련해온 흔적과 숨기고 있는 전투력을 느낀다. 나도 이들처럼 내 마음안의 악과 싸우는 숭고한 전투를 시작한다. 포문을 여는 첫번째 운동은 쉐나ﺷﻨﺎ였다.
쉐나ﺷﻨﺎ 는 '헤엄치다' 라는 뜻을 가진 페르시아어다. 풀 네임은 '타크테 쉐나'인데, '타크테'가 막대기, 검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 막대기를 땅에 대고 모쉐드가 연주하는 리듬에 맞춰 푸쉬업을 반복하는데 마치 헤엄치는 듯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어 이 도구를 부를 때 앞에 ‘타크테’는 생략하고 쉐나ﺷﻨﺎ라고 부른다. 굳이 검으로 푸쉬업을 반복하는 이유는 실제 대규모 육탄저 전투상황에서 검을 내려놓지 않고 적을 밀어내어 공간을 만드는 연습을 위함이라한다. 나를 포햄해 쉐나를 들고 고드Gowd 안으로 들어간 10명 정도의 인원이 둥근 원형으로 정렬해 쉐나를 가지런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원형으로 둘러싼 한가운데에는 모쉐드와 소통하면서 운동을 이끄는 리더격(먄다르) 수련생이 자리한다. 먄다르의 신호에 맞춰 다같이 다리를 널찍이 벌리고 양손을 쉐나 위에 어깨너비로 가지런히 올려둔다. 모쉐드가 종Zang을 치며 세션의 시작을 알린다.
모쉐드의 북Zarb 연주에 맞춰 다같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면서 푸쉬업을 반복한다. 이 특유의 리듬 타기는 사르나바지سر نوازی라 불리는데 '머리를 흔들다'라는 뜻을 가진다. 마치 잔잔한 물 속에 잠겨서 머리를 살살 흔들며 앞으로 헤엄치며 나아가는 물고기와 같은 움직임이다. 물론 함께하는 할아버지들의 움직임이 그러했다. 나름 스스로 평가하기를 근력과 근지구력, 유연성은 중상급자 수준은 된다고 생각해왔으나 첫 시작부터 산산히 부숴지는 경험이었다. 학창시절 푸쉬업 관련 체력장 테스트는 항상 만점이었는데, 군대 얼차려에서도 항상 끝까지 살아남았었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푸쉬업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은 처음이다. 몇 분이 지났을까. 푸쉬업이 끝나지 않는다. 고드Godw 바닥에 나의 땀이 비오듯이 떨어지는 반면 옆에 할아버지들은 평온하다.
‘이 할아버지들 정체가 뭐지?’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급기야 푸쉬업을 다같이 맞춰서 해야할 타이밍에 나 혼자 쉬고 있다. 푸쉬업을 계속하고 계신 옆에 할아버지 한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한번 씨익 웃으며 말했다.
“퍼인ﭘﺎﻳﻴﻦ ! 퍼인ﭘﺎﻳﻴﻦ !”
알아들을 수 없었다. 푸쉬업을 리드하는 먄다르와 수련생들의 분위기는 더 후끈해지고 모쉐드가 연주하는 템포마저 빨라진다. 한 카운트의 푸쉬업 이후 세 카운트의 사르나바지 리듬은 일종의 쉬어가는 구간인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르면 사르나바지 마저 생략하고 연속으로 푸쉬업을 무한 반복한다. 분명히 이쯤하면 끝내줄 것 같은데 모쉐드의 연주는 끝이 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망이 한번 휘두르러 왔다가 방망이를 잡기도 전에 탈진하겠다. 더이상은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젠 집에 가고싶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모쉐드의 종Zang 소리가 들린다. 세션이 끝났다는 신호다. 살았다. 쉐나는 그대로 둔채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로 이어 모쉐드의 연주에 맞춰 맨몸 웜업을 의미하는 나르메쉬ﻧﺮﻣﺶ 동작을 수행한다. 쉐나와 맨몸 체조 모두가 웜업이다. 장시간 머리에 몰린 피가 다시 내려 앉으며 몸이 풀리고 나른해지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돌려 아날로그 시계를 보니 30분 가량 지나있다. 짧은 인생이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까지 많은 푸쉬업을 한적이 있던가. 먄다르가 리드하는 맨몸 체조를 따라하며 쉐나 사르나바지 때 처럼 몸을 리듬에 맡긴다. 나르메쉬 내내 머리 속은 온통 앞서 진행한 쉐나 푸쉬업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친 기색 없이 푸쉬업을 반복하던 할아버지들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쉐나는 검을 모티브로 하는 운동 도구이다. 하지만 굳이 도구의 이름을 쌩뚱맞게 '헤엄치다'라는 동사로 짓다니. 반드시 이렇게 이름을 지은 숨은 의도가 있었을 터이다. 물속에서 가장 헤엄을 잘 치는 생명체는 바로 물고기다. 물고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바로 척추의 힘이다. 팔다리가 없는 물고기에게는 머리와 꼬리까지 이어진 척추의 요동 움직임이야 말로 힘의 원천이다. 물고기의 척추 움직임에 해답이 있었다. 여기 주르카네 할아버지들은 아예 푸쉬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랐다. 푸쉬업을 그저 웜업으로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 대부분은 푸쉬업을 ‘팔굽혀펴기'라는 근력 운동으로 생각하지만 여기 이란에서는 ‘척추 움직임을 유연하게 해주는 웜업'으로 여긴다. 우리 인간은 이미 태중에서 헤엄치는 법을 학습한채 태어난다. 양수에서 헤엄치며 놀던 원형의 움직임 기억이 척추에 남아있다. 실제로 아기가 태어난 직후 물에 넣으면 마치 물고기 처럼 척추를 좌우로 요동하며 헤엄친다. 주르카네 할아버지들에게 쉐나 푸쉬업 시간은 원형의 움직임을 찾아 기억의 강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쉐나 푸쉬업 중 옆에 할아버지가 나에게 외친 ‘퍼인ﭘﺎﻳﻴﻦ’ 은 ‘떨어뜨려!’ 라는 뜻 이었단다. 팔힘으로 버티지 말고 힘을 빼고 몸을 아래로 과감하게 떨어뜨리라는 말이다. 팔힘을 빼는 푸쉬업, 팔힘 대신 척추의 힘을 사용하는 푸쉬업이다.
밀میل
밀은 페르시아어로 방망이라는 뜻이다. 페르시아 방망이다. 흔히들 페르시안밀이라 부른다. 쉐나 세션에서 익힌 헤엄치는 듯한 리듬과 척추 움직임을 사용해 페르시안밀이라는 방망이를 휘두른다. 역시나 모쉐드의 연주에 맞춰 일률적으로 페르시안밀 휘두르기 동작을 반복한다. 페르시안밀 두개를 들고 다같이 오른손, 다같이 왼손 번갈아 휘두른다. 모두 휘두르기 타이밍이 동시에 휘두를 수 있도록 정확해야한다. 모쉐드가 연주하는 북Zarb 리듬은 방망이 휘두르기에 타이밍의 기준을 제공한다. 다같이 ‘쿵!’ 하는 일정 반복 되는 박자에 맞춰 등뒤로 방망이를 떨어뜨려 휘두른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다같이 큰 사이즈의 방망이를 휘두르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다른 손으로 휘두르면 서로 부딪히게 되어있다. 게다가 척추 회전을 최대치로 활용해야 방망이 궤적이 줄어든다. 팔힘만으로 크게 휘두르면 또 다시 옆에 할아버지와 부딪힌다. 나 또한 처음에는 아직 팔힘을 이용해 큰 회전반경으로 방망이를 휘둘렀기 때문에 옆에 할아버지 방망이에 부딪히는 민폐를 몇 번이나 끼쳤다. 몇 번씩 부딪히고 나면 누구나 자동으로 협소한 공간에서 궤적을 좁히기 위한 방책으로 척추 회전을 최대치로 활용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다같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문화 자체가 수련생 스스로 테크닉을 수정하게 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등 뒤에서 방망이가 진자운동을 하는 구간은 눈으로 쫒을 수가 없고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 감각에 의존하여 우리의 신경계는 오류를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해 최적화된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자가 학습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 덕분에 선생이라는 존재의 섬세한 티칭 없이도 반복되는 모쉐드의 연주 리듬과 좁은 주르카네 고드Gowd 환경으로 인해 방망이를 휘두르는 최적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모쉐드는 힘의길로 안내하는 안내자역할을 할 뿐, 그 길을 찾아가는 것은 온전히 수련생 자신의 몫이다.
페르시안밀 두개를 양손에 들고 한손씩 번갈아 휘두르는 움직임의 형태는 전투상황으로 가정하면 한손에는 메이스, 한손에는 방패를 들고 전투를 치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메이스는 짧은 철퇴다. 짧은 쇠 막대 철퇴는 고대 페르시아 군의 주력 무기였다. 샤나메 서사시 속 루스탐의 주무기이기도 하다. 물론 메이스는 고대 페르시아 말고도 어느 문화권에서도 발견되는 인류보편적 무기다. '휘두르기'는 모든 인류의 DNA에 내재되어있는 인류 원형적Archetypes 움직임이다.
4박자 리듬에 맞춰 좌우 한걸음씩 걸으며 체중을 실어주는 동시에 등 뒤로 넘긴 방망이를 진자운동으로 들어올려 앞으로 가져온다. 이 동작을 '기리ﮔﻴﺮﻯ' 라고 한다. ‘들어올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와 같은 척추 움직임이 걷기에 필요한 사지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이 힘으로 방망이를 등 뒤에서 들어올려 휘두르기가 되는 과정은 마치 인류가 걸어온길을 한 동작에 담아낸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걷기가 단순히 어디 근육운동이라 말할 수 없듯이 페르시안밀 기리도 마찬가지다. 모쉐드가 들려주는 샤나메 서시시에 할아버지들이 같이 합창을 하는 듯 하다가도 모쉐드의 연주에만 맞춰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 순간은 고요하기까지 하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 움직임과 리듬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인지, 방망이가 나를 휘두르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듯한 상태를 경험하기까지 한다. 익숙해지고 있다고 느낄 즈음 모쉐드가 종을 치고 먄다르가 구호를 외친다.
“알리!’
먄다르의 신호 이후에 연주가 빨라지지는 않았지만 모쉐드의 연주에서 강세를 주는 구간이 더 명확해지고 먄다르와 할아버지들이 갑자기 방망이를 더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한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닌 중간에 쉬는 박자를 생략하고 쉬지않고 방망이를 돌렸을 뿐이다. 이를 살라기ﺷﻼﻗﻰ라 부른다. ‘채찍’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4카운트를 2카운트로 줄여서 방망이를 휘두른다. 나는 간신히 속도를 따라가다 박자가 꼬여 멈추기를 반복했다. 옆에 할아버지는 나보다도 훨씬 크고 무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음에도 능숙하게 2카운트를 해냈다. 이 역시도 단순히 팔힘으로 하는게 아니구나.
방망이 휘두르기에 몰입한지 어느새 30분 가량 되었을까. 모쉐드의 종Zang이 울리고 페르시안밀 세션 종료를 알린다. 방망이를 꽉 쥐고 있던 엄지 손가락 안쪽 마디 피부가 다 까졌다. 드디어 오늘 고대운동이 끝인가 싶었다.
파 자단پا زدن
방망이를 내려놓았으나 모쉐드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불쑥 찾아온다. 할아버지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 제자리 걸음 혹은 제자리 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먄다르의 리드에 맞춰 다같이 다리를 하나씩 들어올리기를 반복한다.
“예크! 예크, 도,세! 예크!, 예크,도,세!”
하나, 둘, 셋을 페르시아어로 구령을 넣으며 다리 올리기 1회, 제자리걸음 혹은 뛰기 3회를 반복한다. 다리 올리기는 점차 2회, 3회로 늘어난다. 이 전체의 시퀀스를 파 자단پا زدن 이라 부르며 ‘발 놀림', ‘풋 워크'라는 뜻을 가진다. 각종 전장의 지형 그리고 적과 전우의 시체로 가득한 전장을 대비해 단순 다리 올리기는 물론 다양한 풋 워크 시퀀스를 연습한다. 갑작스럽게 발을 디뎌야하는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점프와 회전 기술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래. 고대운동은 마지막 쿨 다운을 이런식으로 하는구나. 20분간의 힘겨운 다리 들어올리기의 끝을 알리는 모쉐드의 종Zang이 울리고 할아버지들이 다시 방망이를 가지고 왔을때 나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다시 페르시안밀을 30분 정도 더 휘둘렀다. 다행인 것은 파 자단이후 리듬감이 아까보다는 몸에 더 배어들었는지 처음 방망이 휘두르기보다는 더 편하게 휘두르게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쉐나, 페르시안밀, 파 자단 모두 같은 리듬을 가지며 동일한 리듬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는 것이다.
차크چرخ
파 자단과 두번째 페르시안밀 세션을 마치고 페르시안밀을 제자리에 가져다 둔 뒤 다시 제자리 뛰기를 시작한다. 그러고선 연장자부터 한명씩 고드Gowd 중앙으로 와서 팔을 어깨높이로 양 옆으로 들어올린 채로 제자리에서 빠르게 돌기를 시작한다. 이를 차크چرخ라 부르며 ‘돌다'라는 뜻을 가진다. 기본적으로 20초~ 30초 정도를 회전하고 능숙한 수련생이 하는 것을 보면 마치 팽이가 제자리에서 도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나에게도 차례가 와서 시도해보았지만 굉장히 어지럽고 몇초만에 중심을 잃고 고드 바깥쪽으로 이동해버렸다. 잠깐 회전을 한 뒤에 제자리로 와서 쉬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시야가 빙글빙글 돈다. 나보다도 훨씬 더 빠르고 많이 회전한 할아버지들은 귀 속에 달팽이관이 없기라도 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될 만큼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전투 상황에서는 양손에 칼을 들고 사방을 둘러싼 다수의 적을 회전하면서 상대 하는 기술이다. 마치 디아블로 게임 캐릭터 바바리안이 사용하는 휠윈드Whirlwind의 기술이 연상된다. 재미있게도 바바리안이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아인들을 야만인이라는 뜻에서 부를때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바바리안의 이곳 주르카네에 휠윈드는 실제한다.
주르카네에서 차크가 훈련의 일부가 된 설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페르시아 전사들이 지하에 숨어들어 몰래 훈련을 해야했을때 몰래 달리기 훈련을 하기엔 주르카네가 너무 좁아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방식으로 빨리달리기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8세기 경부터 주르카네가 수피즘을 받아들였고 수피즘을 상징하는 터키의 회전 명상과 동일한 목적으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수련법이 페르시아인들의 방식으로 변형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차크를 끝으로 수련생 다같이 훈련하는 고대운동 세션은 종료되고 홍차 할아버지가 분주하게 홍차를 나르며 홍차 타임이 시작된다.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 중 알게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전통적으로는 지금까지 두 시간여의 운동이 리듬을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한 웜업이었으며 이제 본 운동으로 레슬링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웜업이라고?’
누군가에게는 간신히 완주한 마라톤과도 같은 고대운동을 마치 웜업 처럼 바라보는 이 신선한 접근법은 전쟁을 대비했던 고대 페르시아 전사들이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부터 온다. 운동이라 함은 전쟁을 위한 것. 탈진한 상태가 아닌 가장 프레쉬한 상태로 전쟁에 나갈 수 있는 몸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 운동이라는 것이다. 전투에서 사용할 진짜 힘은 전투 상황을 가정한 놀이인 레슬링에서 모두 쏟아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더 이상 레슬링까지 하고 돌아올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물론 여기까지만 수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수련생들이 많았다. 이후 부터는 자유롭게 나머지 훈련을 하는듯 했다. 고드Gowd 옆에 코쉬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 레슬링을 하는 수련생들이 있었고, 고드Gowd에서 철궁을 의미하는 카바데کباده를 흔드는 수련생도 있었다. 그리고 고드Gowd 바깥쪽 계단 위에서 방패를 의미하는 상سنگ 훈련을 하는 수련생도, 아주 크고 무거운 페르시안밀 휘두르기를 연습하는 수련생도 있었다. 재미있게도 나머지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꼭 모쉐드의 북Zarb 연주와 허락없이는 하지 않는다. 비공식 나머지 훈련에도 모쉐드 존재가 절대적이다.
상سنگ
주르카네에 있는 굉장히 크고 무거운 나무 방패를 상سنگ이라 부르는데 사실 상سنگ은 돌을 의미한다. 옛날에는 거석 한 가운데를 뚫어 손잡이 구조를 가진 방패 모양으로 다듬어 운동을 했다고 한다. 두개를 가지고 운동하며 한개당 25kg에 해당하는 방패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무게다. 역사상 가장 무거운 돌로 만들어진 방패의 무게는 120kg였다고 전해진다. 평평한 바닥에 누워서 방패 두 개를 한 쌍으로 동시에 들어올리는 조프티جفت , 두 개의 방패를 한개씩 번갈아 들어올리는 기리 칼탄گیری غلتان 운동을 한다. 현대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벤치 프레스가 있기 전에 땅에 누워서 무게를 위로 밀어올리는 플로어 프레스가 있었다. 돌 방패로 운동하는 상 조프티سنگ جفت 와 상 기리 칼탄سنگ گیری غلتان은 플로어 프레스의 원형이다.
이 운동은 큰 방패로 아군을 보호하는 수비 대열을 갖출때 방패의 모양을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신속 정확하게 모양을 바꾸는 연습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이란 격언에는 방패는 무겁게, 밀은 가볍게 많이 하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만큼 많은 횟수, 무겁게 하더라도 부상위험이 적고 초보자도 바로 강력한 훈련을 할 수 있을정도로 익히기 쉬운 동작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카바데کباده
카바데کباده는 강철로 된 활을 뜻한다. 14kg 정도 되는 강철 활 시위는 사슬로 되어있고 사슬 사이사이에 마치 탬버린 처럼 소리를 내는 철 원판이 달려있다. 주요 운동법은 머리 위로 들어올려 흔드는 것이다. 활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을 카바데 자단کباده زدن이라 한다. 활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가 모쉐드 연주와 합쳐져 또 다른 악기를 연주를 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카바데 14kg @Tehran.2015>
활을 가지고 머리 위에서 흔드는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으니 이는 성을 포위하고 싸우는 공성전 상황을 대비해서 아래에서 위를 향해 전투를 치루는 것을 대비한 연습이라한다. 위에서 적군은 온갖 공격을 퍼붙고 던지는 상황에서는 방패를 위로 들어올려 나와 동료들을 방어하고 동시에 공격하기까지 해야하므로 상당한 근지구력을 필요로 한단다. 카바데 흔들기는 이를 대비해 근지구력을 훈련했던 고대 페르시아전사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
이란에서 레슬링이 차지하는 스포츠로서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그 뿌리가 바로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다. 전투 중 등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다. 나의 등이 땅에 닿지 않게 하고 상대의 등이 땅에 닿게 만드는 놀이의 연속과 그 반복을 통해 실제 전투에서의 승리를 연습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굉장히 격렬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레슬링이라 함은 젊은 시절에만 불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절대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주르카네에서는 이러한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할아버지들이 건장한 젊은이들을 상대로도 아무 거리낌없이 레슬링을 하곤 한다. 나도 젊은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푸념은 없다. 이 할아버지들은 지금이 청춘이며 지난 과거보다 현재에 가장 강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
주르카네에서 행해지는 전통 레슬링을 뜻하는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에서 코시티کشتی는 씨름 혹은 레슬링을 의미하며, 파흘라바니پهلوانی는 해석하면 ‘영웅주의’, ‘용기'라는 뜻을 가진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레슬링을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겨루는 씨름을 넘어 영혼이 순수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파흘라바니پهلوانی가 없는 고대운동 혹은 레슬링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 영혼 없는 인간, 레마 없는 로고스, 본질의 상실로 여긴다. 파흘라바니پهلوانی라는 단어는 고대 파르티아어로 샤나메 서사시에 등장하는 파흘라반پهلوان으로 부터 나온 단어다. 파흘라반پهلوان은 샤나메에 자주 등장하는 루스탐의 호칭으로 ‘영웅', ‘용사'라는 뜻을 가진다. 현재는 이 단어가 주르카네 고대운동 컴피티션 혹은 이란 레슬링 대회에서 우승한 챔피언을 부르는 용어로 쓰인다. 고대 파르티아 시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유목민족이었던 파르티아인의 용맹함과 샤나메 속 루스탐 영웅적 기사도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분명함을 알 수 있다. 잠시 샤나메 서사시 중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루스탐은 과업 중에 사망간 왕국의 타미네 공주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루스탐은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사망간 왕국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 그가 떠나기전 임신중인 타미네에게 자신의 완장을 증표로 주고 훗날 딸이 태어나면 머리에 묶게 하고 아들이 태어나거든 그 완장을 팔에 채워주라는 말을 남겼다. 타미네는 아들 소랍을 출산했다. 소랍은 10살이 되었을때 사망간 국가내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사망간은 이웃나라 투란과 동맹을 맺게되었고 소랍은 투란 군을 이끌고 아버지 루스탐이 지키고 있는 이란으로 진격하게 된다. 이란과의 전쟁터에서 소랍은 자신의 이름과 출생은 숨긴채 자신의 아버지 루스탐을 찾아다닌다. 결국 루스탐과 적으로서 마주하고 사흘 밤낮을 싸우게 되는 비극이 일어난다. 루스탐이 자신의 아들일 줄은 꿈에도 모른채 소랍과 대등하게 싸우다 마지막 일격으로 소랍의 등을 강하게 땅으로 내다 꽂아서 소랍은 결국 패하게 된다. 소랍이 죽어가는 와중에 그제서야 루스탐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소랍은 갑옷 속에 있던 증표인 완장을 보여주고 죽게 된다. 루스탐은 천하무적이었던 자신과 유일하게 대등하게 싸우다 전사한 일생일대의 적이 친아들이었음을 깨닫고 통곡한다.
이 이야기는 샤나메 서사시 중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자기의 분신이자 동일한 존재로 여기지기 마련이다. 천하무적 루스탐이 아들 소랍과 가장 힘겨운 사투를 벌인 이야기는 사실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죽이는 것이 그만큼이나 어렵고 힘들과 고통스러운 일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해석된다. 가장 이겨내기 힘든 적이 자기 자신이라는 하나의 진리를 깨달은 작가 페르도시가 루스탐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죽음은 자기 자신의 죽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죽이는 전투에 승리한 자야 말로 파흘라반پهلوان이라 불리는 것이다.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를 하기 전 상징적인 악수법인 라차키 Lachakiلچکی를 하는데, 경기 시작 전에 서로의 팔과 팔을 교차하여 맞잡는 것이다. 양손 모두 상대방의 팔목을 잡기도 하며 한손은 팔목을 다른 한손은 바지 윗단이나 벨트를 잡기도 한다. 라차키 자세는 샤나메 서사시 루스탐과 소랍의 결투를 그린 오래된 삽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로의 손과 바지 윗단을 잡고 있다. 현재 이 악수법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나타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이겨낸 파흘라반 루스탐의 후예들임을 되새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레슬링 그리고 고대운동을 통해 단순한 몸을 단련하는 운동을 넘어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영혼의 각오를 다지는 숭고한 의식Ritual이다. 현재까지도 주르카네에서 행해지는 고대운동의 뿌리를 상징하는 자세로 여기기 때문에 기념 사진 촬영을 하면 나도 라차키 Lachakiلچکی자세를 할 수 있도록 다른 수련생들이 도와주곤 했다.
루스탐의 아들이라는 증표였던 완장도 큰 의미를 가지는데, 현재는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대회에서 무제한급 우승자에게 파흘라반پهلوان이라는 칭호와 함께 이 완장을 수여한다. 전통적으로는 페르시아의 왕을 뜻하는 샤Shah가 완장을 직접 채워주었지만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에는 최고 지도자인 이맘 호메이니가 완장을 채워주고 있다.
주르카네 전통 레슬링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경기의 룰은 단순하다. 루스탐과 소랍의 결투처럼 등이 땅에 닿으면 진다. 올림픽 자유형 레슬링처럼 상하체 모두 공격이 가능하지만 유도처럼 등이 땅에 닿으면 한판승으로 승부가 갈린다. 경기 복장은 고대의 바지를 뜻하는 '살바레 바스타니'를 입어야하며 바지 하단과 윗단을 잡고 공격할 수 있다. 바지를 잡고 하는 일부 공격 기술은 우리나라의 전통 씨름 기술과도 유사하다. 한편 이 바지에는 보테بته라 불리는 조로아스터교에서 삶과 영원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 나무 문양이 들어가 있는데 겸손히 고개를 숙이는 파흘라반의 영적 자질을 상징한다.
20세기들어 가장 위대한 파흘라반은 골람레자 타크티غلامرضا تختی 선수다. 타크티 선수는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대회에서 3회 우승하는 동시에 올림픽 스타일 자유형 레슬링 종목에서 1956년 메버른 올림픽, 1958년 도쿄 아시안게임, 1959년 세계선수권, 1961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이 기록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기록인가 하면, 우리나라로 치면 씨름 천하장사 이만기 혹은 강호동 선수가 올리픽 레슬링 대회에 가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다. 각 문화권에 있는 전통 레슬링 혹은 씨름, 올릭픽 레슬링은 비슷해 보일 수 있어도 서로 다른 룰을 가진 스포츠다. 룰이 다르면 기술이 다르고 ,기술이 다르니 움직임도 달라지고, 달라진 움직임에 최적화된 몸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거꾸로 올림픽 자유형 레슬링 선수가 한국 전통 씨름에 뛰어들어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낸다고 생각해보아도 이 경우 역시 무리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 기록 덕분에 타크티 선수는 UWW United World Wrestling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타크티 선수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 토너먼트 결승에서 만난 상대가 직전 준결승 경기에서 한팔에 부상을 입은채 결승에 올라왔다. 타크티 선수는 대등한 조건에서 겨루겠다며 스스로의 한팔을 몸에 묵고 경기를 치뤘다. 그의 에피소드가 알려지면서 이란 국민들은 샤나메 속 루스탐처럼 가장 순수한 마음과 영혼을 가진 존재 ‘자한 파흘라반جهان پهلوان’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3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주르카네 전통 레슬링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는 여전히 현대 올림픽 레슬링 강국 이란의 탄탄한 베이스다. 어린시절 주르카네에서 코시티 파흘라바니کشتی پهلوانی를 수련하다가 뛰어난 실력을 보이면 올림픽 레슬링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고 레슬링 국가대표가 되어서도 종종 주르카네에와서 파흘라바니 레슬링과 고대운동을 즐기곤 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산 야즈다니 차라티 선수가 대표적이다.
마치 태권도 5대 정신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 처럼 주르카네에도 이러한 규범이 있다. 가장 강조되는 것은 샤나메 서사시 자체가 주는 교훈인 공정성, 선행, 정의, 용기, 겸손과 같은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파흘라반 루스탐 처럼 되는것을 목표로 교육을 받아온 그들에게 있어 레슬링, 고대운동 그리고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이미 육체를 넘어 마음과 영혼을 위한 수련이다.
7단계 의식 레벨
8세기 경부터 유행한 수피즘 으로부터 철학적, 정신적 요소들을 흡수한 뒤로 페르시아인들에게 고대운동은 한단계 높은 차원의 운동이 되었다. 이때 부터 고대운동을 전투를 위한 움직임 훈련, 체력 단련을 넘어 의식consciousness의 성장, 신일 합일을 위한 수단으로서 인식해왔다.
al-Ammara 열망 Greedy > al-Lawwama 저항 Resistance >al-Molhama 영감 Inspired > al-Motma’inna 고요 Calm > al-Radiyya 만족 Satisfied > al-Mardiyya 기쁨 Pleasing > al-Kamila 순수 Pure
수피즘에서는 영혼이 발달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7단계로 구분한다. 주르카네 구성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가장 높은 단계인 순수한 영혼을 가진 존재 ‘파흘라반پهلوان’이 되고자 평생 페르시아 고대운동을 수련한다. 마치 소림사의 승려들이 도를 깨우치는 수단으로 무술을 수련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놀랍게도 파흘라반의 7가지 과업, 7가지 전투 상황, 7가지 의식 레벨. 모두 7이라는 숫자로 떨어진다. 우연의 일치일까? 고대운동은 샤나메 서사시의 7가지 과업, 7을 중요시하는 배경이 되는 조로아스터교, 7가지 전투 상황을 바탕으로한 7가지 운동, 수피즘의 7단계 의식레벨이 통합되어있다. 이를 인지하고 고대운동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는 전투에 임하는 전사와 같다.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얻으려면 에고는 스스로와 평생 동안 적극적으로 싸워야한다고 주장한다. 주르카네에서 치르는 7가지 전투는 사실 자신과의 전투이다. 매일의 주르카네 수련은 '순수'를 향한 자신의 영혼의 성장을 잠시 맛보는 수단이며 매일의 수련을 평생동안 쌓아 올린 이들은 후대에 순수한 영혼을 가진 선배 파흘라반으로 기억된다.
주르카네에서 행해지는 고대운동은 나와 자아의 신성한 전투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7가지 고대운동을 완주하기 위한의 의식Ritual의 차원에서 '힘의물'을 상징하는 홍차를 마신다. 고대운동을 마치고 나면 과업을 무사히 완수하고 한걸음 성장한 자신을 위로하고 동료들과 유대감을 기르고자 또 다시 홍차를 마신다. 이 전통은 주르카네라는 이름이 생기기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hartaa라는 구덩이에 들어가 훈련하던 기원전 당시에는 ‘힘의물'이 부르는 음료를 마시고 구덩이에 들어가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그 전통에 따라 고대운동 전후로 홍차를 마시며 홍차를 서빙하는 역할 또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도시에 있는 주르카네를 가더라도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은 그 지역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되고 존경받는 인물들이 맡아서 한다. 파흘라반의 증거는 겸손히 고개를 숙이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믿는다. 성경에서 가장 위대한 하나님의 아들의 존재인 예수님이 오히려 낮은 자리에서 제자의 발을 씻겨주는 것과 같은 대목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7가지 요소를 종합해보면 고대인들이 생각하던 움직임이란 그저 단순한 움직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주르카네에서 고대운동 수련생이 되어 방망이를 휘두른 다는 것은 고대 전사가 짧은 철퇴를 휘두르는 행위이자, 루스탐이 코끼리와 용을 물리치던 용기의 행위이자, 능력과 통치를 대변하는 신의 속성에 대한 탐구이자, 내 자아가 영감을 얻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