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현 Nov 21. 2019

'사진'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사진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기간이 적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사람이 무언가를 강하게 피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 무언가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이지만 분명 사진으로 내 가슴에 상처로 남을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또 있다.

또다시 사진이 내 가슴에 가시로 박혔기 때문이다.

내 서랍에, 내 외장하드에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진.


그렇게 카메라를 피해 다녀도 또다시 사진은 남었다.

그리고 서랍에 있는, 외장하드에 있는 그 사진이 가시가 되어 내 가슴에 박혔다.


이미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서랍을 열지 못하고, 외장하드와 노트북을 연결할 수 없는 건 아프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웃고 있던 그날의 나를 볼 용기도, 이제는 내 곁에 없는 그 사람을 보며 느낄 상실감을 견뎌낼 자신도 없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다.


흔히 사진은 시간을 가둬두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사진을 보며 우린 그때의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과거의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사진을 보며 가장 마주하기  힘들었던 것은, 사진에 녹아있는 누군가의 바람이었다.


이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녹아있고,

절박하고 간절했던 누군가의 바람이 녹아있기에, 

사진을 마주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오늘도 나는 멍하니 서랍과 외장하드를 잠시 보다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행여나 가슴속 상처가 덧날까 노심초사하며...

작가의 이전글 '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