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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Dec 01. 2019

'2019'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어느덧 내 책상 한견에 있는 달력이 12라는 얼굴을 내밀었다. 1이라는 얼굴을 빼꼼 내밀 때만 해도 아주 먼 미래 같았던 그 시간이 결국은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의 2019가 저물어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렇게 나는 천천히 나의 2019를 들여다봤다.


나의 2019를 돌아보니 내 머릿속에는 사람만 남아 있었다. 나에게 복을 준 것도, 큰 아픔을 남겨준 것도,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을 준 것도 모두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 처음으로 알려준 이가 2019에 결혼을 했다. 다른 친구에게 그 소식을 들은 나는 그에게서 연락이 오면 쿨하게 결혼식장에 가겠다 다짐했지만, 그 사람은 끝내 나를 부르지 않았다. 돌이켜봐도 그때 느낀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또, 나의 20대가 초라하지 않고 빛날 수 있게 항상 내 옆을 지켜준 이가 나를 떠난 것도 2019였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이가, 남산에 자물쇠를 걸며 영원하기를 바랐던 이가 이제는 내 곁에 없다. 그리고 그 상실감이 파도처럼 나를 모래사장에 묻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래사장에 묻혀있는 나를 꺼내 준 것도 사람이었다. 오래된 친구, 그가 나를 꺼내 주었다. 더불어 좋은 이의 곁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때 그 고마움 또한 나의 2019에 함께 들어있다.


그렇게 좋은 이들 덕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즐겁고 마음 따뜻한 기억이었다. 


그러나 사라졌다  안심하며 모래성을 쌓던 내게 다시 파도가 들이닥쳤다. 나를 모래사장에 파묻었던 그 파도였다. 그리고는 더 깊이 나를 묻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모래사장에 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 내 손을 잡아준 이가  친구에게 소개받은 그 람이었다. 덕분에 나는 모래더미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나의 2019. 돌아보니 나를 무너뜨리고 나를 세우고, 다시 무너뜨리고 다시 세운 게 다 사람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2019에도, 앞으로 다가올 2020에도 나는 사람으로 인해 무너질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내가 설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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