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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Jan 07. 2020

네가 잘 지는 법을 찾았으면 좋겠어

'세린아, 삼촌은'

"세린아, 삼촌은 네가 잘 지는 법을 찾았으면 좋겠어"


네가 이 글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삼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기는 법을 잘못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해도 괜찮아. 다만, 끝까지 읽어주면 좋겠어.


삼촌과 네 엄마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러니까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려서부터 나와 누나에게 항상 이기라는 말만 하셨어. 비단 공부만이 아니라 모든 경쟁에서 이기라고 하셨지. 그리고 그 말처럼 나와 누나는 어디서든 이기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내 생각에 누나가 삼촌보다 더 큰 압박을 받았던 것 같아. 어린 삼촌 눈에 누나는 정말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였거든.


네 엄마는 정말 모범생이었어. 삼촌과는 다르게 항상 집에 백 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왔거든. 어느 날인가 누나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길래 무슨 큰일이 있었나 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시험에서 한 문제를 실수로 틀렸다고 하더라. 삼촌이 봐도 그건 좀 심하다 싶었지.


다행히 누나가 큰 탈 없이 성장해 귀여운 너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보여줘서 삼촌은 정말 기뻐.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나가 너에게도 이기는 법만 가르쳐주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 분명 누나는 이기는 법에 엄청 고통받았지만, 그래서 성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거든.


 이건 여담이지만, 네가 살 시대는 나와 누나가 살았던 시대와는 다를 거란 생각도 들어. 삼촌과 누나는 책상에 앉아 기계처럼 달달 외우는 게 이기는 법이었던 세상을 살았거든. 근데 이제는 그런 이기는 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올 거라고 하더라. 상상력과 창의력,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필요한 시대 말이야.


삼촌은 네가 그런 힘든 시간을 겪지 않았으면 해. 물론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여러모로 좋아. 그건 부인하기 어렵지. 다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항상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야. 아무리 운이 좋아도, 능력이 뛰어나도, 사람에게는 져야 하는, 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분명 찾아오거든. 그래서 삼촌은 네가 지는 법을, 특히 잘 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


그럼 잘 지는 법이 뭘까? 생각해보지 않았지? 너는 너만의 잘 지는 법을 꼭 배웠으면 해. 삼촌이 말하는 건 삼촌의 잘 지는 법이니까. 가장 먼저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없애는 거야. 삼촌은 그걸 못하고 외면하고 피하기만 했거든. 그래서 질 때마다 휘청이고 주저앉았던 것 같아. 삼촌은 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한 거야.


이기는 법은 알지? 나를 다른 사람보다 높이는 거야, 그럼 지는 법은 뭘까? 그래,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거야. 물론 이건 삼촌의 잘 지는 법이니까 너는 꼭 너만의 잘 지는 법을 찾아야 해!


삼촌은 네가 누나와 나처럼 이기려고만 하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삼촌과 누나는 실패했지만 세린이 너는 이길 때도 웃고, 질 때도 웃었으면 해.


너만의 잘 지는 법을 찾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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