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엔 언제나 눈이 있다, 1100 고지 습지 산책로
겨울 제주는 고도에 따라 날씨 차이가 많이 난다. 내가 사는 애월읍을 예로 들면 ‘고도가 높은 평화로 인근 지역’에 눈이 내려 쌓일 때, ‘더 낮은 고도의 애조로 인근 우리 집’에는 비가 왔다. 눈이 내리더라도 내리면서 다 녹았었다. 그래서 겨울에 먼 길을 가게 될 때면 꼭 "제주 도로 상황 CCTV"를 살펴보고 나서곤 했다. 때마다 제설이 잘 되는 편이 아니라서 고도가 높은 곳으로 갔다가 눈이 쌓여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멀리서 한라산을 보면 늘 하얗게 눈이 덮여 있다. 집 근처 횡단보도 풍경이 이 정도!
그래서 아이들이 눈을 보고 싶어 할 땐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면 늘 눈을 볼 수 있었다. 어승생악으로 올라갈 수 있는 어리목 휴게소에도 눈이 있는데 보통 그곳은 제설한 눈이 쌓여있을 때가 많았고, 산책을 하고 싶으면 "1100 고지 휴게소" 인근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걸으며 눈을 볼 수 있었다.
1100 고지에 가고 싶은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 먼저 "제주특별자치도 교통정보센터"에서 1100 고지 cctv를 확인하고, 차량 통행이 잘 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면 한라산을 향해 달려가는데 올라갈수록 겨울왕국에 온 듯 하얀 풍경이 펼쳐졌다.
휴게소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면 맞은편에 습지 산책로 입구가 있고, 15분가량 걸을 수 있는 나무데크 길이 있다.
이렇게 나무 데크길이 잘 가꿔져 있어서 걷기에 참 좋았다. 맑은 날이면 백록담 부근도 잘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공기가 정말 맑고 시원했다.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완주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한라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아이들과 서귀포의 군산오름에도 올라가 본 적이 있는데 서귀포에서도 이렇게 하얗게 눈 쌓인 한라산을 볼 수 있었다. (군산오름은 차로 정상 부근까지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다. 차로 올라갈 수는 있으나 도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운전 잘하시는 분께만 추천드린다.)
사계절 꽃이 피는 제주에는 겨울꽃 동백도 아름답다. 대부분의 동백 명소가 우리 집에서 먼 서귀포에 있어서 아직은 가보지 못했지만 우리 집 마당의 동백나무에서도 이렇게 화려한 꽃을 만날 수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주에서 보내는 사계절은 정말 다채로웠다. 그다음 사계절엔 한 해 더 자라난 아이들과 올레길도 걸어보고 싶고, 더 많은 오름을 다녀보다 끝내는 한라산에도 올라 백록담도 직접 보고 싶다.
제주도에 살수록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이 생긴다. 나이대마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대가 생기는 제주 사계절이다.
겨울에서 또 봄으로 넘어갈 무렵, 나는 다시 엉덩물 계곡의 유채꽃을 기다릴 것이다. 다시 꽃의 안부를 물으며 그 계절을 겪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