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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Sep 05. 2022

아이가 마음을 내어놓는 순간 (1)

갑자기 표현한 속마음 “00 엄마만 해요.”

  육아를 전적으로 하다 보니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찰나의 깨달음을 잊지 않고자 기록했던 나의 “엄마 살이”. 그 마음을 담아보았다.


2019년 10월 8일.

첫째 35개월, 둘째 9개월 무렵이었다.


첫째 00은 이야기하기 싫은 주제가 나오면

못 들은 척 다른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특히 동생)

첫째 마음이 궁금해서 동생에 대해 물어보거나 하면

“엄마 그만 이야기해요.” 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무 이벤트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으로

첫째가 둘째에게

**는 ** 엄마한테 가.

하며 나를 꼭 끌어안았다. (**는 동생이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00도 엄마 아기이고, **도 엄마 아기인걸.

하니 첫째가

00 엄마만 해요.

라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 별다른 이벤트 없이 갑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해서 당황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고민하다

00야 00 마음을 솔직히 얘기해줘서 고마워.
00야 꼭 **랑 같이 안 놀아도 괜찮아.
**랑 같이 놀기 싫어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는 거야 괜찮아.

했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 네. 까투리 엄마처럼 말하네요.
아기 까투리가 소리를 지르니까
까투리 엄마가 “그럴 수 있어” 해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랬구나. 까투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구나.
00야 대신 ** 아프게는 하면 안 돼.
00가 **랑 같이 놀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줄게.

해주었다.


그러자 마음이 풀렸는지

엄마 제주도에 가면 바다에서 집을 지을까요?
아빠 집, 엄마 집, 동생 집도?

하며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동생을 집에 데리고 왔을 때부터

동생을 예뻐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동생을 사랑한다고 해야 칭찬받는 게 힘들었나 보다.

첫째도 이젠 자기 생각과 마음이 있어서

억지로 우겨서 될 일은 아닌 것 같고

일상생활 속에서 동생을 예뻐하는 마음도 보여서

첫째 안에 드는 부정적인 마음도

그럴 수 있는 거라고 괜찮다고 해주니

첫째의 마음이 약간은 편안해진 것 같다.


나도 듣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

싫어해도 괜찮고,
같이 안 놀아도 괜찮다는 말.
그렇다고 동생을 마냥 싫어하고 때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은 싫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오늘 “괜찮아. 그럴 수 있어.”가

용기 내 첫째가 내 어보인 속마음에 위로가 되었길.

엄마도 동생이 있어서 그 마음 알 것 같아.


정답이 없는 육아.
다만 아이가 비난받을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마음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이 아닐까.

엄마가 키우지만 엄마도 정답이 아니란다.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넘쳐 흘러가는 너희 되길 축복해.


이렇게 진지하게 첫째가 속마음을 꺼내보인 날은

오늘이 첫째를 키우며 처음인 듯.

정신 바짝 차리고 있길 잘했다.

이렇게 속마음을 꺼낼 때가

첫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좋았어 놓치지 않았어.


육아...

끊임없이 훈육과 공감 사이에서 균형 잡는 과정이다.


(사진은 경기도민일 때 제주도로 여행 오던 시절, 조천 에코랜드. 기차를 타고 커다란 공원을 돌며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가을에 가보기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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