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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Sep 05. 2022

아이가 마음을 내어놓는 순간 (2)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엄마도 그랬어.

2021년 10월 11일 기록이다.

첫째 47개월, 둘째 21개월 무렵.


아이가 성장하면서 갑자기 어떤 말을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일상 중에 갑자기 말하기 때문에 듣고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열심히 생각하게 된다.


이런 류의 기록은,

2019년 10월 8일 이후 처음이다.

1. 2019년 10월 8일의 생각. 지금도 이날의 생각과 같다.

정답이 없는 육아.
다만 아이가 비난받을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마음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이 아닐까.


평소와 비슷한 일상이었다.

식사 준비를 하면 원래도 둘이 놀면서 티격태격하는데 오늘따라 다투지 말라고 혼을 냈더니 갑자기 첫째가 울면서 달려오는 게 아닌가.

원래는 "네, 안 싸울게요" 하고 잠시 조용히 놀다가 또 다투는 게 일상이었다. 당당하게 다시 다투는 모습이 익숙한지라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미운 마음이 안 없어져요.
동생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요.

하면서 엉엉 우는 게 아닌가.


순간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니, 새삼스럽게 왜 그러지....?!

원래 당당하게 서로를 괴롭히던 게 일상이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혼자서 당황해 있다가 우선 첫째를 안아주었다.

안고 토닥이면서 이런 상황에선 도대체 내가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 건가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라 대답했다.


(익살스럽게) 뭐~~~? 미운 마음~~~~?
동생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엄마랑 똑같네!!!! 우하하하


했더니 갑자기 엉엉 울던 첫째가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엥~? 엄마도 미운 마음이 들어요?"

물었다. 그래서 내가

당연하지!!!! 엄마도 미운 마음이 정말 자주 들어!!! 맨날 너희를 혼내고 싶은데?"

했더니 첫째가 피식 웃으며

엄마, 이미 혼냈잖아요.ㅋㅋ

한다.

아니, 하루 종일 혼내고 싶을 때도 있어~~~~ㅋㅋ

하며 웃어주었다.

이제 첫째의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진정된 것 같아서 진지하게 한마디 덧붙여 주었다.


미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야.
그런 마음은 정말로 자연스러운 거야.
괜찮은 거야.
다만,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으면 돼.
동생을 더 괴롭히지 않았잖아.
그러면 잘 해낸 거야.
그 생각을 잘 이겨낸 거야.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언제든지 불편한 맘이 들면 이렇게 얘기해줘.
엄마가 꼭 도와줄게.


2019년 10월 8일의 기록이 떠올랐다.

정답이 없는 육아.
다만 아이가 비난받을 걱정 없이
있는 그대로 마음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이 아닐까.


오늘은 2021년 10월 11일이니까

우와... 2년 만에 이런 글을 쓰게 되다니...

아이의 마음이 자라는 게 보인다.


일상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며 던지는 질문에

깜짝깜짝 놀라는 초보 엄마라

이런 순간은 꼭 기록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라는 말이 마법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답변을 해주었더니,

아이가 바짝 긴장해있다가 완전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보였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다음에도 이런 순간이 오면,

우선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엄마도 그랬어.

해보아야지.


(사진은 2021년 10월, 제주도민이 된 후에 방문한 에코랜드이다. 기차를 타고 누비는 넓은 자연 속 힐링공간. 가을에 아이들과 가기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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