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아기 동생이 되다니!!!
둘째가 낮잠 자는 사이,
오랜만에 슬쩍 첫째에게 물어보았다.
나 : OO야, **(동생) 좋아?
아들 : 네, ** 좋아요
나 : OO가 만든 거 부서뜨리고 방해하면 속상할 때도 있잖아.
아들 : 그래도 좋아요. 왜냐하면 **는 저한테 딱 맞는 아기라서 좋아요.
오늘의 이 대화가 마음에 깊이 남아서 기록해본다.
우리 첫째는 동생이 생기는 게 어떤 건지 전혀 모르던 26개월에 오빠가 되었다. 둘째 임신 중에 동생이 뱃속에 있다고 말은 해주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 첫 만남
둘째를 처음 볼 때 첫째가 충격을 많이 받는다고 들어서 두 가지에 큰 신경을 썼다.
1) 처음 만날 때 포지션
엄빠 품에 안고 만나면 '엄빠 품을 뺏겼다'라고 생각할까 봐 아기침대에 둘째를 눕혀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첫째와 함께 우리 집에 온 아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첫 만남이 되게 했다.
2) 첫째에게 큰 선물 주기.
둘째 옆에는 첫째가 꼭 갖고 싶어 했던 선물을 준비해두고, 둘째가 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며 주기로 했다.
그래서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둘째를 아기침대에 눕혀놓고, 옆에 선물을 세팅한 후 내가 어린이집에 첫째를 데리러 갔다. 동생이 우리 집에 OO와 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며 집에서 동생을 보여주었고, 그 옆에 있던 선물을 풀어주었더니 선물 덕분인지 그저 좋아했다.
선물은 중장비 장난감이었는데 아직까지도 **가 자기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 둘째가 움직이면서부터.
둘째가 커서 기어 다니고 장난감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첫째가 "** 싫어!" 하는 말을 꽤 했었다.
첫째 입장에서는 자기가 갖고 노는 것을 방해하는 거니까 싫어하는 마음이 정말 이해됐다.
한편으로 둘째는 안쓰러웠다. 첫째는 아기 시절에 싫은 소리 한번 안 들어봤는데, 둘째는 신나서 기어가면 첫째가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니까 둘째도 안쓰러웠다.
"오빠니까" 빌려주고, 참으란 말은 한 번도 안 했다. 나도 동생이 있는데 그 말이 정말 부당하다 느꼈었다. '내가 원해서 먼저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지?' 그 생각이었다. 그래서 첫째가 방해받지 않는 방향으로 놀이를 이끌려 노력했던 것 같다.
대신 첫째가 크면서 부탁했던 것은 하나 있다.
싫은 마음은 들 수 있겠지만 둘째 앞에서 계속 그런 이야기를 소리 내어하는 건 안된다고 했다. 싫은 마음은 인정하지만, 싫다는 얘기를 둘째가 앞에서 직접 들으면 속상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싫다고 말할 때도 '밖에 나가면' 손 꼭 잡고, 안아주고 챙겨주었다. 집에서 자기 놀이를 방해할 때 제일 많이 싫다고 했었다.
- 그리고 오늘, 첫째 7살.
요즘은 어떤가 싶어서 둘째에 대해 물어보니 '둘째가 속상하게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는 자기에게 딱 맞는 동생이라서 좋아요' 말했다.
'아.. 그래, 됐다' 하며 내 마음이 놓였다.
둘째는 지금껏 언제나 오빠를 좋아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는데 첫째 마음이 어떤가 싶었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같은 부모를 공유하며,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다는 그 자체만 해도 형제자매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키워보니 사이가 좋길 바라긴 했었다.
우선! 사이가 좋아야 내가 편하다! 덜 싸우니까!
이전엔 첫째가 힘들어할 때도 있어서 내 마음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동생이 방해할 때가 있어도 좋다고, 편안하게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정말 마음이 놓인다. 다행이다. 감사하다.
아가들아, 고맙다.
앞으로 너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남매로 자라준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지만... 부담은 갖지 말렴.
무엇보다도 "너희들 각자의 마음이 편안한 게 1순위"란다.
(사진은, 제주 서쪽 한림에 있는 "금오름"이다.
아이들도 올라갈 수 있는 난도가 낮은 오름이고, 분화구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제주도가 화산섬임을 알려주기 좋은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