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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부부가 더 이상 함께 하지 않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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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


커플, 부부가 더 이상 함께 하지 않을 이유

Your Partner May No Longer Be Right for You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


지금의 파트너는 당신에게 맞는 사람인가? 아니면 이제는 결심을 해야 할 때일까?


여기에는 단 하나 '정답'은 없다. 즉, 정확한 때, 정확한 방법 등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맞아떨어지는 답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개개인의 상황이 다 다르고, 때론 독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의 기준, 그리고 단서가 ‘이 관계’에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당신이 연인, 부부 관계 안에 있다면, 친밀한 파트너와의 관계에 있다면, 잠시 생각해보자.


그리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당신의 관계를 살펴보자.





하나. 서로 다른 중심 가치



중심 가치(core values)'는 모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적인 가치이자 의미이다. 이 자체는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 다시 말해, 그 가치 자체를 변경하거나 변형하는 시도 자체도 당사자에게 불쾌함은 물론 존중받지 못한다, 침범당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이를 지키고 고수하기 위해서 애쓰게 된다. 그리고 이는 누구의 것이 맞고 틀리다고도 말할 수 없다.


(때론 객관적으로 옳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중심 가치가 매우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수정되거나 협상되기 어려울 때가 훨씬 더 많다.


만약, 당신의 관계에서 각자의 중심가치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그 틈이 너무 크다면 현재 당신과 상대가 얼마나 잘 지내는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충돌의 원인이 된다.


만약, 당신의 '중심 가치'를 기꺼이 파트너와 협상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더 이상 중심가치라고 부르지 않는다. 물론 중심 가치는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파트너의 의한 강요(위협)와 제안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오직 그 개인에 의해서만, 한 개인의 성장에 의한 결과에서 비롯된 변화여야 한다.


건강한 관계에선, 각자가 가진 중심가치에 대해 충분한 대화가 선행된다. 그저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각자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여기는지 그리고 이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를 나눈다. 여기에는 그저 한 사람이 혼자 떠드는 게 아닌, 한 사람이 말하고 나면 다른 한 명은 그 설명에 대해 어떻게 들렸는지, 이해했는지를 충분히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 그래? 그렇구나" 하고 끝나는 건 이해도 공감도 아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에 대해서 말했을 때, 상대가 이에 대해 가볍게 듣길 바라지 않는다. 그에 대해 자신과 함께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길 바란다. 그래서 상대방의 반응이 궁금하고, 가능하면 그 반응이 따뜻하고 지지적이길 바란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평가와 판단을 제외한 이해와 공감적 표현이다.


"너에겐 그 부분이 그렇게 중요하구나.

당신에겐 그 의미가 그런 가치가 있구나.

최대한 나도 이해하고 존중해 보려고 노력해 볼게"



중요한 가치일수록 서로 나누고, 그에 대한 이해와 공감적 표현은 꼭 필요하다. 가볍게 여기거나 빨리 넘기고 싶어 하는 말이나 표현은 접어두자.




둘.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만약, 당신이 영화를 보고 있는 중에 파트너가 당장 나오라고 재촉을 하거나, 식사 메뉴를 고민할 때 외식하고 싶은 당신의 마음은 신경도 쓰지 않고 상의 한마디 없이 본인이 먹고 싶은 것으로 배달해 먹는 상대를 본다면, 어떤가?


여기에서 언급한 상황은 실은 소소하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 정도는 뭐 문제 되지 않아"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하나의 예시 일뿐, 중요한 주제에서도 이 태도가 똑같이 유지된다면 그때도 당신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차렸음에도 그에 대해 신경 쓰지 않거나 가볍고 당연하게 넘긴다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과연 그 사람은 당신에 대해, 혹은 둘 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상의하고 노력하려고 할까? 그렇지 않다.


작은 것에서부터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상대의 배려나 노력을 당연하고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어떤 주제에서도 다른 모습을 갖기 힘들다. 한쪽의 노력을, 배려와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크게 그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심지어 원래 본인의 뜻대로 흘러가는 게 옳다고, 맞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건강한 관계에선, 파트너의 성격(기질)은 물론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상대에게 쏟는 노력까지도 알아차리고 이에 감사한다. 어떤 노력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 사람의 작은 시도나 노력에도 기뻐하고 고맙단 표현을 잊지 않는다. 상대가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세밀한 반응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완벽하진 않아도 이를 고려해서 노력하는 시도를 고맙게 여긴다.


어떤 누구도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커플이라는 친밀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를 맺어갈 땐 이것이 중요하다. 그 차이와 틈을 완벽하게 메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그 차이에 관심을 가지고 채워가 보려고 시도하는 그 노력과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은 항상 쌍방이 되어야 하고, 둘 모두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셋.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그중에 하나가 나아지지 않는 행동이다.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무시하고, 조롱하고, 그리고 수동-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많은 커플들이 "내가 언제 그랬는데? 내가 그런 거 봤어?"라고 괜히 더 벌컥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말만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당신의 표정, 행동, 분위기... 이 모든 것이 내가 상대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행동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말 한마디, 무심코 하는 행동에서 묻어 나온다. 그리고 이는 상대방에게 당연히 바로 전달된다. 때로 당사자만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도 있고, 아예 그 자체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러든지 말든지" 식으로 여기기도 한다.


연인이라면 대화 중에 오고 가는 감정, 정서적 반응(예, 시큰둥한 반응, 피하는 눈길, 횡설수설한 표현 등)으로, 일상을 같이 보내는 부부라면 항상 반복해서 하던 행동에서의 차이, 함께 해야 하는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는 것, 애정을 주고받는 시간의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 때론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상대가 숨길 에너지가 없을지도 모르고 아예 숨기고 싶지 않고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티를 내려할 때 그렇다. 폭언이나 욕설을 할 때도 있을 것이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서로가 하는 말과 의견을 묵살하거나 그에 비아냥 거리며 비하하고 비난하기도 할 것이며, 자신이 내뱉은 무례하고 상처가 된 말과 행동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또는 간접적으로 돌려 말할 수도 있다.



"근데 좀 그 옷은 별로인데? 네가 예민한 거 아냐?

네가 문제인 게 아니겠어? 왜 아니꼽게 받아드려?

나는 그런 의미 아니었는데?? 왜 오버야?"


혹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의심하게 만들고, 자신의 감정, 정서 경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행동할 수도 있다. 상대로 하여금 직접적으로 따지거나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조종할 수도 있다.



건강한 관계에선, 아무리 기분이 상했더라도, 갑자기 잠수를 타거나 상대를 무시하지 않는다. 최소한 자신에게 일정 시간이 필요하거나 특정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었다 하더라도 똑같이 상처를 주기 위해 일부러 더 심한 말을 하거나 말하는 주제와 상관없는 부분까지 끌어와서 그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서로의 의견의 다를지라도, 그에 대해서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에 대해 상대방에게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해당 주제에 대해 서로가 서운하고 상처가 되었다 할지라도 이를 가지고 다른 영역으로 옮겨서 그것에 대한 불평이나 비난을 하지 않는다. 서로가 경험하는 '다름'에 대해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름이 잘못이 아님을 서로 확인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에게 잘 설명한다.


"나한테 필요한 건 '그래 네가 그 말을 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거구나'라는 말이야"

"내가 필요한 건 잠깐 10분 정도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야"

"당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야, 단지 지금 여기서는 내가 너무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

네게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 20분 정도 뒤에 얘기해도 될까?"





넷. 당신의 욕구를 상관하지 않는 (정서적, 성性 sexual)


지금 관계에서 혹시 상대가 당신의 모든 행동이나 생각, 경험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만 맞춰져 있는가? 상대의 욕구대로만 맞춰져 있나?


혹시... 이 글을 읽는 이 순간까지도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지 않았나?그렇다면 지금 그 관계는 일방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신의 파트너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당신이 움직이고, 생각하고, 느끼길 바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역시 너도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거잖아"라는 말로 현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로, 당신에게만 받아내고 싶은 것이다. 이 관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정서적인 영역은 어떤가? 이 관계에서 서로가 바라는 방식을 골고루 평등하게 나누고 있는가? 공감적인 표현을 바라는 쪽에는 따뜻하고 다정한 공감이 오고 가야 할 것이다. 만약 개인적으로 쉬고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바라는 쪽에는 그 사람이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만한 공간과 시간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에서 중요한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길 바라는 쪽이 있다면, 기꺼이 두 사람 모두가 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주고받아야 할 것이다.


성적인(sexual) 영역은 어떤가? 두 사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과 빈도로 이뤄지고 있는가? 어느 한쪽만 만족하고 다른 한쪽은 양보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한쪽만의 성적 쾌락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만 있는가? 특히 유성애 커플이라면 성적인 영역에 대한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민망하고 창피한 것이 아닌 꼭 진지하게 충분히 대화가 오가야 하는 주제이다.


이런 말을 하면, 이런 질문을 하면 상대가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닐까 하여 내가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꺼내지도 못하고 불편함, 불쾌감을 묵묵히 참고 버티고 있으면 안 된다. 이는 관계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보호하지 않는 행동이다. 서로가 바라는 욕구는 무엇이고, 이 부분에 대해 두 사람 모두가 어떻게 이해하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의논하고 합의해야 한다.


많은 커플들이 "다들 이러더라, 다른 커플들은 그러지 않더라" 하면서 주변의 경험을 기준으로만 나의 관계를 규정하고 한계를 짓는다. 다른 커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다. 즉, 다른 커플은 당신의 관계와 다르다. 여성은 이렇더라, 남성은 이렇더라, 적극적인 쪽은 이러더라, 받는 쪽은 이러더라... 이런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간에 나의 관계에서 만족이 되지 않는다면, 뭔가 불쾌하고 불편하다면 그건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되는 신호이다.





다섯. 애정만 받아 가고 주지 않는


이제 가장 마지막이다. 특히 이 부분은 심리적이며 정서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애정을 받아가기만 하고 상대에게 주지 않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느끼게 되고 두 사람 모두를 정말 힘들게 만든다.


상호 간 애정이 충분히 오고 가는 관계에선, 파트너에 대해 궁금해하고 더 알고 싶어 하고 노력하고 싶어 진다.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떤지, 어떻게 지내는지, 오늘은 어떤 하루였는지, 앞두고 있는 중요한 일정은 무엇이 있는지 등. 하지만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는 애정이 식었거나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서로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관심이 가지 않고, 서로가 뭘 하든 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관계, 질문과 그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오고 가지 않는 관계,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지 어떤 부분이 이전과는 변화해가고 있는지 등을 묻지 않는 관계. 이는 애정이 오고 가는 관계는 아니다.


건강한 관계에선, 그 빈도나 시기는 커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항상 서로에 대해 관심과 주의가 기울어져 있다.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묻고 싶고, 직접 연락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거나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리고 직접 통화를 하거나 톡을 주고받으면서 그런 표현은 자연스럽게 올라오곤 한다.


직접 만났을 때는 매 초, 매 순간은 아닐지라도 주요하게는 그 사람과의 시간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파트너와의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다. 매번 설레고 기쁘지 않더라 할지라도 파트너와의 시간이 소중하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감정을 경험할 때마다 그에 대한 표현이 오간다. 내가 어떤 감정이고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당신과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고 어떤 마음인지를 나누곤 한다.






위 다섯 가지 모두가 해당되지 않아도, 단 하나만 오랜 시간 동안 반복돼도, 사람은 조금씩 지쳐간다.


그러다 어느 날 조용히 깨닫는다.
“이 관계는 나를 살펴주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는 이 관계 안에서 존중받고 있는가?”
“내가 나답게 살아도, 이 관계는 안전한가?”


관계는 나를 깎아 맞추는 곳이 아니라,
나를 지키며, 소중하게 여겨주며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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