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성급했다 !
" 아.. 니글니글해.. 속안좋아"
와이프가 임신을 하고난뒤 가장 많이하는 말이였다.
와이프는 지금 글을 적고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8주차인데 배고파도 니글거리고 먹다보면 또 갑자기 어느순간 바쳐서 니글거린다고 한다. 그리고 먹고나면 졸음 + 속안좋음이 동시에 일어나다보니 아무것도 할수가없다고한다. 누워있어도 니글거리고 앉아있어도 니글거리고 니글니글니글니글 온세상이 니글거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넌지시 던진다.
"오빠, 사랑하면 남편도 입덧을 한다는데 왜 오빠니는 왜 안하노? "
" .....나도 해야하나? "
그리고 천천히 와이프얼굴을 주시했다.
오른손을 조용히 내입에 가져다 댔다.
"우우웁!!"
"......"
그렇다. 사실 난 매우 멀쩡하다. 니글거림도없고 오히려 너무 잘 먹어서 지금 살이오르고있다. 와이프와 같이 밥을 먹으러가도 니글거림 이슈로 한그릇을 채 비우지 못하고 남은것들은 온전히 내입으로 다들어간다. 그래서그런지 나는 요즘들어 식욕이 더 폭발한것도있긴하다. 당뇨 조심하긴해야하는데 큰일이다.
혹시나해서 남편 입덧 사례를 찾아보았는데 이것을 쿠바드 증후군(Couvade syndrome) 이라고 하더라.
와이프가 임신했을때 임신초기증상을 함께 겪는 현상으로 아빠의 약 30프로가 겪는 환상임신이라고 적혀있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눈에 들어오는것이 정서적공감으로 와이프를 사랑하고 육아에 적극적인 남편에게서 자주 나타나며 태아에 대한 애착이 반영된 심리적 현상.
이라고 적혀있었다.
다른걸로는 호르몬 변화와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있는데 아빠가된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에 하는경우도있다고한다.
혹시나 입덧을 했던 남자분이있다면 어떤느낌인지 들어보고싶기는하다. 어떻게 입덧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런 니글거림에 와이프는 항상 새콤하고 시큼한걸 찾았다. 그중에 일시적으로 버티게 해줬던건 레몬사탕.
사탕을 먹어봤을때 겉면은 달달하니 일반레몬 사탕같은느낌이였지만 사탕을 챱챱먹다보면 사탕이 녹으면서 중앙에있는 강력하게 새콤한 친구가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혀를 툭툭치면서 나오는데 툭툭칠때마다 한쪽눈이 강제로 감기려고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혀에는 상당히 셨다.
그러나 와이프에겐 새콤의강도가 다소 약했는지 일시적일뿐 다먹고나면 머지않아 다시 니글거림이 찾아온다고했다.
하지만 여기서 와이프를 더 힘들게한건 예민해진 '후각' 이였다. 와이프가 일을 그만두기전에 집에서 라면을 한번 끓여먹었던 적이있는데 퇴근하고 돌아온 와이프가 집안에 퍼져있는 라면냄새가 너무 역하고 니글거림이 더 심해진다고 아직은 추운저녁 집안 창문을 다열어서 집안에서 패딩입고 냄새가 빠질때까지 아주 후레쉬하게 집안을 환기시켰었다.
이뿐만아니라 내가 스킨헤드이다보니 머리면도를 하는데 면도를하고난뒤 알콜성분이 첨가된 소독스킨을 바르는데 그날 나는 와이프에게 격리와함께 집안 환기처방을 받았고 머리통알콜냄새가 사라질때까지 안방출입금지를 처분받았다.
뿐만아니라 섬유유연제 , 샴푸냄새 , 비누냄새 등등 향이 강한 제품들은 하나씩 처단당하고 무향으로 집안 제품들이 하나씩 바뀌고있다. 당연히 집안에서 음식을 해먹을수도없었다. 집안에 퍼져있는 음식냄새에도 니글거림이 심하게 와서 하루종일 골골되고 있어서 항상 밖에서 먹는다. 다행이라면 대항인것이 집앞에 기사식당같이 가성비좋은 백반집이있고 와이프역시 그곳에가서 밥먹는걸 좋아했기에 살랑살랑 바람도 쐴겸 걸어서 한끼해결하고 다시 살랑살랑 걸어서 집에오면 딱 좋긴했다.
한주전인 7주차만해도 다른사람에 비해 와이프의 입덧이 그리 심하진않을거라 예상했지만 인생은 예상처럼 흘러가지않는법.
와이프의 입덧은 니글거림 + 동물적인후각의각성 으로인해 하루하루 침대에서 또는 쇼파에 기대서 시름시름 하는걸 보고있자니 차라리 내가 입덧을 하는게 편했을지도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와이프는 일을 그만둔상태다. 아무래도 우린 임신을 계획 한것이아닌지라 별생각이없었고 결국 회사에 입사를 하고 두달이 채 되지않아 임신이 됬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러다보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 특성상 하루종일 가스냄새와 고기냄새 그리고 앉지도 못하고 대부분 서있는데 거기다가 입덧까지 같이 겹치니 하루하루 영혼이 분리되는 경험을 와이프가 하고 있었기에 어쩔수없이 자진퇴사를 하고 나왔다.
우리의 성급함은 여기서 발생했다.
이런경우가 처음이다보니 나도 와이프도 빨리 퇴사를 하는게 와이프도 태아도 건강에 좋다고 판단했다.
퇴사후에 와이프는 20대에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실업급여를 타본적이없었고 계속 일을 해왔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업급여를 받아보려했지만 3달이 되지않았고 자진퇴사라 실업급여를 받을수가 없다는답을 들었다.
퇴사전에 회사에 다니고있을때 임신으로인해 일을 지속해서 하기가 어려움을 증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수있었겠지만 너무 힘들어하는것 보고있자니 나역시 그냥 빨리 그만두고 쉬라고했고 와이프역시 힘드니 별생각없이 바로 퇴사를 하고 나왔던것. 그렇게 실업급여는 바람과 함께 날라갔다.
우리둘다 거실에 멍하니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있었다.
한참을 바라봤을까 나는 넌지시 말했다.
" 성급했네 "
와이프는 쇼파에 기대어앉아 말했다.
" 일을하고싶어도 입덧때문에 할수가없다. "
" 그니까 "
" 입덧을 참는다해도 잠이 너무온다 "
" 그니까 "
" 엄마들은 어떻게 버틴거지? "
" 그러게 "
" 우리 생활되나 ? ㅋㅋㅋ "
" 될걸 ? ㅋㅋㅋ "
" 재택으로 할수있는거 한번 찾아볼게 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일끝나고 와서 도와줄게 ㅋㅋㅋ "
" 하지말란 소린안하네? 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한다 "
"ㅋㅋㅋㅋㅋㅋ 앜ㅋ 꺼져 ㅋㅋㅋㅋ "
이제 임신 8주차. 갈길이 많이남았고 할일이 많지만 그래도 뭐 마음은 즐겁다.
어떻게든 되겠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