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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Nov 06. 2023

가라 앉지만 않으면...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새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속 이야기나 비하인드를 연재합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조급함이 생기고 '아! 빨리 어떻게 해야 하나?' 할때가 있습니다.

시간은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똑같아요.

다만 각자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리고 빠르고 혹은 사라지는 거죠.




가라앉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멀리

나아가 있어요.


오랫동안,

아주 조금이라도,

매일매일

놓지않고

계속한다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멀리 갈 수 있습니다.


--


오늘은 오전에 작년 12월 31일 받은 망막수술 진료가 있었습니다.

진료결과는 (약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나쁘지 않아

다음 진료는 (중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6개월 뒤입니다.

(눈수술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https://brunch.co.kr/@perytail/779






시간 언제가나 싶었는데 

매일매일 그렇게 조금씩 헤엄치다 보니 어느새 11개월만큼 나아갔습니다.

잠잘때 하는 -보통은 길어야 2주정도- 플라스틱 안대를 

저는 11개월이 지난 지금도 하고 잡니다.

(제가 아토피때문에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비비고 건드릴까봐)


처음 두어달은 자는 동안 건드리면 어쩌나 해서 정말 잠도 못자고 

잠을 못자니 신경은 곤두서있고 신경이 곤두서있으니 잠을 못자고....-_-;;

무한반복의 굴레에서 죽을것 같았는데

어느새 적응해서 이만큼 왔네요.


심지어 저 안대는 다른 환자들은 고무줄로 간단하게 걸고 잘 수 있지만

저는 분명히 자다가 빼버리거나 베게에 잘못 부벼서 더 큰일 날까봐 

거즈대고 테이프로 사방을 둘러 붙이고 잡니다.

(테이프를 조금 허술하게 붙인 날은 여지없이 떨어져 나감. -_-;;;)

가뜩이나 피부가 약한데

매일테이프를 붙이다보니 트러블 나고 

코로나까지 걸렸던 시기에는 열나면서 테이프 붙였던 자리가 덧나서

대상포진까지....흑흑 ㅜ_ㅜ




그런데 사람이 얼마나 적응의 동물이냐면 

'혹시라도 재탈구 되어 또 수술할수는 없다'라고 긴장의 긴장을 더한 상태에서 잠을 자니

보호대가 떨어진다 싶으면 바로 잠에서 깹니다.

그 일을 매일매일 하다보니 어느새 이만큼 왔어요.


수술해주신 선생님께

수술 잘해주신 덕분에 책 한권 더 쓸수 있었다고 감사드리고 한 권 선물로 드렸죠.

잘때 아직도 플라스틱 안대 붙이고 잔다 하니 선생님도 빵 터지셨습니다.


오늘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파랬습니다. -_-;;;

뭔 소리냐면 




구름이 가득 차서 비바람이 몰아치다가

한순간 보면 



어느새 파란 하늘이 절반 이상을 덮고

또 지나보면 빗방울이 막 떨어지고

다시 바람이 불면서 구름을 걷어내 파란하늘이 보이고 그런 날씨였어요.


우리들 사는 거랑 비슷하죠?

파란하늘만 보일라치면 막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오고 

에이 안되겠다 싶어 빠르게 달려 저기 보이는 파란 하늘 밑으로 갔더니 

또 그만큼 구름이 쫓아와서 비를 뿌리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습니다.

어쩌면 천천히 움직인다 생각했던 구름이 어느새 걷혀 파란하늘이 가득 보입니다.

또 얼마지나지 않아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겠지만

오늘 본 하늘로, 오늘몫은 충분히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느리더라도

계속 무언가 하면 그 날이 옵니다.

파란 하늘이 오고,

기분좋은 커피도 마실 수 있어요.


"왔냐!"


그렇게 찾아온 나의 기분에게

"왔냐!" 

하고 손을 흔들어 줍니다.



-


새 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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