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43개월)
2006.9.13
매일 오르다 게임을 해서인지 게임하는 실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오르다, 가베 등 교구를 가지고 노는 모습도 흐뭇하지만 끈하나,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여러 가지 놀이들을 만들어 가며 노는 모습이 더 흐뭇하다. 장난감보다는 사물을 가지고 놀 줄 알아서 기특하다. 특히 몸놀이를 잘한다.
2006. 9.14
이번에도 감기가 가볍게 지나가 주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난타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모두 악단 같았다. 음악교육에 항상 고민이 많은데 내년에 악기를 다룰 기초를 마련할 수 있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2006.9.15
그리는 활동을 무척 즐거워한다. 원에서 배운 활동을 스스로 복습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손에 묻었다면서 손 씻고 또 그린다. '빨간색'을 좋아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다양한 색깔을 사용한다.
2006.9.18
00 이의 한복과 아얌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5세용을 주문했는데 아마 내년 가을까지는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00 이가 한복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올 추석에는 한복을 입혀 민속촌이라도 갔으면 좋겠다.
2006.9.19
엄마가 공부하느라고 부지런히 영어그림책을 사는 바람에 00 이도 영어그림책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이 읽어달라고 하는데 공부 안 하고는 읽어주기도 쉽지가 않다. 엄마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2006.9.20
저녁시간의 스케줄은 대부분 00 이가 정하는데 요즘은 책을 펼쳐 들고 자기 나름대로 읽을 때가 많다. 함께 책을 읽을 때는 글자를 하나씩 짚어가며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행히 쇠똥구리 책을 좋아한다.
2006.9.21
어제는 오랜만에 찰흙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 놀던 찰흙놀이세트를 꺼내어 재미있게 놀았다. 조물닥조물닥 여러 가지 모양도 만들고 다양한 틀로 찍어보았다.
2006.9.22
책을 잔뜩 빼와서는 읽어달라고 하고 정작 읽어주면 딴짓을 한다. 그래서 책 그만 읽어주려고 하면 또 읽어달라고 한다. 때로는 책을 펴 들고 앉아서 무어라무어라 읽는다.
2006.9.25
평소 불 나오는 신발을 부러워하던 00 이가 마트에서 불 나오는 신발을 보고 너무 사고 싶어 했다. 그래서 사줬더니 불 나오는 신발 신고 어찌나 밖에 나가고 싶어 하던지... 저녁에 산책을 나가면 신발이 반짝여서 예쁘다.
2006.9.26
주말에 스케치북에 'ㅁ'자도 쓰고 'ㄷ'자도 쓰며 엄마에게 글자를 알려주었다. 획순이 엉망이어서 알려주었더니 다시 따라서 썼다. 연필을 바르게 잡고 글씨를 쓰고 엄마에게 자랑을 한다.
2006.9.27
밀가루를 직접 반죽해 보고 친구와 밀대로 민 후 7 가베로 장식해서 피자를 만들어 보았다. [가루야 가루야] 공연을 본 기억도 떠 올려 밀가루를 조물 거리면서 여러 가지 모양도 만들어 보고 빵 칼로 잘라도 보았다. 가베놀이에 열중하느라 오르다를 할 시간이 없었다.
2006.9.28
저녁에 00 이와 한글공부를 했다. 연필 잡을 때 검지로 색연필을 휘감아 써서 바로잡아 주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힘들어 보인다. 한글도 사선으로 쓰는 'ㅈ'자는 어려워한다. 모음을 쓰며 읽어 보았다. 획순을 지키는 것을 어려워한다.
2006.9.29
과학그림책 중에서도 벌써 선호하는 책이 생겨서 읽고 또 읽는다. 책의 내용이 00 이에게 적합해서 차례대로 읽어주고 싶어도 00 이의 '또, 또'에 읽은 책을 읽고 또 읽는다. 이제는 제법 글이 많은 책을 읽으니 몇 권 읽어주면 목이 칼칼해진다.
2006.10.2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손톱, 발톱을 물어뜯던 00 이가 한동안 물어뜯지 않아서 오늘은 일 년 만에 처음으로 손톱을 잘라주었다. 오른쪽은 모두 왼쪽은 빨아먹는 엄지 외에 모든 손톱이 자라 있었다.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러웠다.
2006.10.9
영어그림책을 들고는 영어로 무어라무어라 하면서 읽고, 한글그림책을 들로는 한국어로 무어라무어라 말하면서 읽는다.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다. 더불어 영어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어서 다행스럽다.
2006.10.10
연휴 내내 시골에서 대장노릇을 한 탓인지 짜증을 엄청 낸다. 며칠 내로 다시 적응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며칠 새 언어가 더 늘어서 조잘조잘 말을 곧잘 한다.
2006.10.11
00 이가 가베시간에 '삼각기둥'이라는 명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해서 놀랐다. 한글시간에 기역, 니은, 디귿도 말하고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다. 푹 자서 짜증을 안 내고 엄마, 아빠가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벌써 알고 이해해서 안타깝기도 하다.
2006.10.12
영어 비디오를 여러 편 샀는데 00 이가 영어비디오에 별 흥미가 없다.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다. 두 편을 보여주었는데 아는 책이 아닐 경우 집중해서 보질 않았다. 00 이에게 책과 비디오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아주 어려서부터 나는 아이에게 자주 선택의 기회를 넘겨주었다. 처음에는 이 옷과 저 옷 중에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정하게 했다가, 나중에는 오늘 입고 싶은 옷을 스스로 고르게 하는 식이었다. 휴일에도 아이에게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택하게 했다. 그렇게 했더니 P성향의 아이지만 스스로 자신이 할 일을 계획해서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