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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a Oct 13. 2023

mueh와 알파 웨이먼드

자주 오시면 쿠폰 하나 찍어드릴까요?

화요일 아침 일찍 안국에 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무에(mueh)로 향했습니다. 무에는 제가 안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입니다. 주민들이 강아지와 함께 흘러가듯 찾는 조용하고 자그마한 카페입니다. 여자 사장님은 정돈된 멋이 있습니다. mueh라는 뜻을 고민하다 거꾸로 읽은 ‘희움’이 사장님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영원히 동심처럼 품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나의 환상을 굳이 꺼내어 깨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고객들은 주로 테이크아웃을 합니다. TOGO를 하면 1500원이 더 저렴합니다. 북촌을 관광 온 외국인,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 대형견과 산책을 나온 주민 모두가 장면이 되었다 떠납니다. 몇 시간의 장노출 속에는 사장님과 나만이 존재합니다. 자리를 뜨며 커피를 하나 더 주문합니다. TOGO입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주 오시면 쿠폰 하나 찍어드릴까요?"






'무한도전-짝'을 좋아했다. 그들 사이의 다정함을 좋아했다.


Mueh 그리고 알파웨이먼드


희움이 다정이. 언젠가 사랑하는 딸이 생긴다면 짓고 싶었던 이름입니다. 물론 나의 결정권은 아닙니다. 희움은 mueh의 반대말입니다. 마치 희망이 움트는 듯한 따뜻함. 다정은 말 그대로 다정함. 다정한 것이 좋습니다. 날 서있던 지난날들이 나답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난 따뜻함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리고 그런 사람을 언제나 사랑했습니다.  


찡긋거림, 콩알만한 대화, 웃음.

그리고 귀여운 것들.

눈가에 패인 깊은 주름은 따뜻함입니다.

가벼운 목례와 반응은 따뜻함입니다.


나는 다정한 사람들로부터 다정함을 배웁니다. 그것은 내 동료나 친구이기도 했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며 하루 인사를 건네던 아저씨기도 하였습니다. 멋있게 늙는다는 것이 꼭 다정함은 아니지만, 멋있다는 하나의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정함이란 다분히 의도적일 때에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어린아이를 무시하지 않는 마음, 눈을 바라보며 경청하는 마음, 매 순간 진심이고자 하는 마음은 아름답습니다. 나는 그러므로 '사람'을 좋아하며,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영화 속 남자 주인공 '알파 웨이먼드'는 다정합니다. 그가 늘 세상을 밝게만 보는 건 순진해서가 아닙니다. 전략적으로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런 방법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정함입니다. 물론 언제나 다정함을 내세우진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위한 다정함이 나의 희생이 되어선 안됨을 느낍니다. 그렇게 내 다정함의 양초 속에 심지를 세워두었습니다. 심지는 따뜻함에 함께 녹아내릴 것입니다.


그 외의 경우는 없습니다.




"자주 오시면 쿠폰 하나 찍어드릴까요?"

mueh 사장님의 한마디는 다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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