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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Dec 18. 2023

남과 비교해 내가 못났다 느낀 건, 정말 못나서 그래.

손에 붕대를 감는 시간


직관을 기르는 법은 몸을 피곤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중간생략)
결국, 직관과 직감을 느낄 수 있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건강함이다.
피곤하면 당신이 느끼는 직관력과 직감을 무시해 버린다.

-<오피스 멘탈> 4. 이일대로 : 피곤하면 지는 것 - 회사원의 삶> 중에



준비운동이, 스트레칭이 중요해


실전보다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뭘 하려고 나서려면 준비가 필요하듯 말이다.


권투장에 들어와서 하는 것은 먼저 스트레칭이다.

추운 겨울날은 충분히 풀어주어야 한다.


특히 나처럼 체육관에 잘 나가지 않고, 뜨문뜨문 운동하는 사람은 충분히 관절과 힘줄에 긴장감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연재형 블로그 '맞고 살았던, 50에 권투입문기'를 쓰는 이유도, 권투장 다니다가 그만둘까 봐 쓰는 이유도 크다. 글 쓰려면 체육관에 다녀야 하니까


30분 권투 하려면 30분 준비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줄넘기를 한다. 꽤 오래 한다. 줄넘기만으로도 몸이 좋아진다.

그리고 땀에 젖는다. 숨도 차다.


붕대를 감는 순간, 권투 영웅이 되는 착각의 시간


줄넘기를 하고, 권투연습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앉아서 붕대로 손을 감싼다.

그 시간이 좋다.


이 시간은 숨을 고르게 하고, 무언가 집중하게끔 하다.

어릴 때 봤던 수많은 권투 만화와 권투 영화의 주인공처럼 비장하게 붕대를 감아쥔다.


우리가 살았던 인생에서도 무작정 달리다가도 잠시 쉬워야만 한다.

그리고 숨 고르기 하던 시간이 중요하다. 그런 시간은 굉장히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뛰기 때문이다.


여러분, 잠시, 10초간의 시간을 드릴게요.
내가 어떻게 인생에서 도움을 받고 살았는 지,
누가 당신을 돌봐주고,
당신에게 도움을 주어서 당신을 최고로 만들었는 지.
잠시 10초만 생각해보아요.
- 미스터 로저스, 에미상 수상 소감(1997)



자신의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마음속으로 지켜보고, 나 자신을 생각해 보라. 고요해진다.


사실 손에 붕대를 감는 것은 손목을 보호하기도 하고, 샌드백 칠 때 손이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그리고 권투장갑 속에 있는 손 땀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문득, 붕대를 감다가 지난주 친구 모임이 생각났다.


  예를 들면 대나무숲 속에 숨어있는 호랑이와 싸운다면 내가 질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산으로 내려오게 하여 평야 벌판에서 싸우는 편이 내가 유리하다. 그래서 산보다는 평야가 좋다.

 마찬가지로 부서를 바꾸거나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 마인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오피스 멘탈> 15. 조호리산(調虎離山) : 인사평가에 무슨 업적, 이름 석 자 보고 정하지) 중에서.



친구들은 모두 골프 이야기였다. 오직 나만 빼고.


친구들은 모두 골프 이야기였다.

골프 약속이나 일정은 나만 빼고 따로 단톡방을 만들어 이야기하는 듯했다.

모두들 골프 치고, 돈 이야기였다. 연봉에 대한 이야기였다.



넌 요새 뭐 해? 잘 다니던 그 좋은 회사 때려치우고..ㅋㅋ... 기초생활 수급자야? 농담 농담

으응?...


나는....

권투 하고, 글을 쓰고, 권투 글을 써...

라고 말은 못 하고

그저 나는 조용히 씩 웃어 주기만 했다.

그렇다고 골프(폭스바겐)를 다른 차로 바꾼 이야기나 내가 뭘로 먹고 사는 지 일일히 말하는 것도 귀찮다고!!


내가 친구들과 비교해서 못났나? 생각했다. 못났다.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데, 그 기준은 내가 정하면 된다.


골프 90타를 치며 100타에게 우쭐되는 것에 부러워할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나는 글을 쓰는 시간이 아주 행복하고

나는 손에 붕대를 감으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아주 행복하다.

이 행복을 굳이 설명하고 설파하고 같이하자고 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다.


자.. 붕대를 다 감았다.


거울을 보고 무릎을 살짝 굽히고, 몸은 세우고, 팔은 주욱 뻗는다.

때릴 때는 골반으로 돌린다고 생각하고.


원 투 원투 카운트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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